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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르블랑 신규 단편 소설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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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관련 챔피언 항목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단편소설: 어디에나, 누구나 L.J. 굴딩 https://universe.leagueoflegends.com/ko_KR/story/leblanc-everywhere-and-everyone

놀랍게도, 장군은 단 한 번도 고통을 호소하지 않았다.

약사와 치유사들은 이대로 장군이 팔을 잃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어지간한 필멸자는 얼음 정수를 이겨내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다리우스는 이를 악물고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견뎌냈고, 주둔지의 모든 이를 향해 현란한 욕설을 퍼부어댔다. 다리우스는 모피 침상에 앉아 타오르는 화로 가까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열 때문인지 땀이 번들거렸다.

희한하게도 프렐요드 사제들은 별다른 조언을 건네지 않았다. 몇 달 전 우리 군이 '서리방패 부족의 손님'으로서 북쪽 땅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사제들은 한없이 기뻐하며 동행했다. 갑옷을 걸친 걸 봤을 때 사절이 아닌 전사가 분명했지만, 어쨌든 사제들은 안전한 행군 경로를 짚어주거나 원정 중에 이용할 만한 트롤 부족들의 관습을 말해주는 등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그 셋은 속삭이며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중간중간 장군과 치료사들을 살며시 힐끔거리는 시선이 음험했다.

서리 사제 중 최연장자이자, 머리가 하얗게 센 노장 흐욜프르가 외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그의 눈에 비친 존재는 다른 이들이 보는 것과 다를 바 없을 터였다. 평범하고 특별할 것 없는, 미천한 무기 시종 말이다.

순간 흐욜프르는 차디찬 바다의 강풍을 꿰뚫어 보려는 것처럼 머뭇거렸고, 손가락은 허리춤의 도끼 위를 맴돌았다. 하급 자매들은 이런 날카로운 시선을 견디며 환영을 유지하기 어렵겠지만, 내게는 숨 쉬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었다.

나는 간결하고 은밀하게 생각을 전했다.

아무 이상 없다.

흐욜프르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내 그는 다시 사제들과 비밀스러운 밀담을 이어 나갔다.

나는 장군의 물컵을 채우는 척 일어나 천막 입구로 향했다. 이 형상은 버릴 것이다. 진영을 옮길 때면 다른 모습을 취할 생각이다.

아무도 젊은 무기 시종의 부재를 눈치채지 못할 것이고, 이름을 기억하지도 못하리라. 이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조차 없겠지.



블라디미르 경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아침 햇빛을 피하는 인물이다. 뺨에 머무는 불그스레한 홍조를 보니, 정체를 감추고 어디 귀족의 퇴폐한 살롱에서 밤을 보낸 듯했다. 아마 에드빈 코르탱 그 머저리나 노라디 가문 누군가가 주최한 모임이었겠지.

블라디미르는 두건을 깊이 눌러쓴 채 시장을 가로질렀다. 그는 불멸의 요새 중심부에 솟아난 탑들을 경계하는 시선으로 살폈다.

오. 저런. 숨어 다니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깜찍하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많은 하급 자매가 그랬던 것처럼 저 혈마법사와... 그 능력을 얕잡아보는 실수를 범하진 않을 것이다. 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뒤를 밟았다. 블라디미르가 뒤를 돌아볼 때면 훔친 얼굴을 돌려 상인의 물건을 구경하는 척했다.

어딜 그렇게 가, 블라드?

누굴 만나길래 이렇게 '몰래' 움직이는 걸까?



파엘로어에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새로운 대장군의 명령으로 아이오니아 점령이 막을 내렸다. 녹서스가 철수한다.

제리코 스웨인의 이름에 저주가 있으리! 기회가 있었을 때 제거하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다. 하급 자매들은 스웨인이 더 이상 우리의 일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만...

그 자매들에게도 저주를.

나는 흐트러진 제복을 입은 늙수그레한 부관의 모습으로 위장한 채, 해안가의 보루로 이어지는 성벽 위를 서둘러 걸었다.

관문을 지나 반대편에서 전쟁 중 사용한 지도를 한 아름 안고 오는 세 해군 장교에게 짧은 경례를 보냈다. 한 사람은 내가 아는 얼굴이었다. 엠버드레이크호의 함장. 당사자는 내가 안중에도 없었지만 말이다.

나는 모퉁이를 돌자마자 바로 함장의 얼굴을 취했다. 최고 사령부 문서들을 정신없이 상자에 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그저 무언가를 떠올리고 돌아온 함장일 뿐이었다. 공개 태형을 당하고 싶냐는 협박에 한 사람이 지하 금고로 이어지는 육중한 문의 자물쇠를 열었다.

아래로. 그리고 왼쪽으로.

파엘로어의 꿈꾸는 연못, 다엘레 아히라가 있는 방향으로.

녹서스 군이 최초의 땅에서 황급히 철수하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니, 그건 상관없지. 어두컴컴한 지하 통로에서 또 다른 자매가 전투석공의 시신 위에 서 있었다. 남자의 등에는 단검이 꽂혀 있었다. 내가 손을 들어 신비한 문양을 그려내자 자매도 적절한 암호로 화답했다.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나는 지상으로 올라와 날 기다리는 전함의 침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데마시아의 왕실 정원은 평온함을 만끽할 수 있는 명당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저 높디높은 담장 너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아득히 먼 곳의 이야기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그 무엇도 나무들의 고요한 흔들림이나, 아침을 알리는 새들의 달콤한 노랫소리를 방해하지 못하니까.

나는 때 묻은 방석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장미덤불 사이로 모종삽을 끌며 정원사 흉내를 내고 있었다. 시선은 뒷짐을 지고 자갈길을 거니는 집사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아무도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왜 의심하겠는가? 침입자가 아무 제지도 받지 않고 궁전 깊은 곳까지 들어온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그 위대한 집사 본인이 있는 이곳이라면 더더욱. 집사의 하루는 언제나 한 치의 오차도 없다. 매일매일 새벽이 밝기 한 시간 전에 기상해 일과를 시작한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는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며 동쪽을 바라보는 걸까, 아니면 멀리 있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바라보는 걸까.

집사가 내 곁을 지나치며 미소를 담은 묵례를 보냈다. 하급 자매들이라면 이름 모를 늙은 하인에게도 온화한 저 태도에 마음이 약해졌을 테지만, 나는 그렇게 무르지 않다.

그때 집사가 멈춰 섰다. 이건 예상 밖인데. 근처 하얀 자작나무의 찬란한 가지 아래에 선 그는, 몸을 숙여 땅바닥에 놓인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씨앗이었다. 단 하나의 씨앗.

집사는 한동안 씨앗을 응시하더니, 주머니에 넣고 걸음을 이어갔다.



방의 벽면에 수천 개의 문양이 끓어올라 서로 뒤엉키고 녹아내린다. 이곳, 내 거짓된 제국의 심장부에서 나는 나아갈 길을 점치리라.

내 하급 자매들은 이 세상을 수놓은 무수한 국가와 왕국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이 순간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음모와 계략을 꾸미고 있으며, 너도나도 자신만이 진정한 르블랑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화두를 던질 때다. 나는 무엇을 믿는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나는 어디에나 있다.

그리고 누구나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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