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유튜브 쇼츠 넘기다가 어떤 영상을 봤어. 커플 스케치코미디 영상이었는데, 여자가 남자한테 '나 뭐 달라진 거 없어?' 같은 질문들 하고, 남자는 쩔쩔매는... 그런 스토리였어. 무슨 느낌인지 알겠지?
그런데 댓글을 보니까, 몇몇은 진지하게 한녀의 본성이니 뭐니 하면서 연애 자체를 되게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더라.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세상에 그런 피곤한 연애만 있는게 아니라는거야.
나는 내 여자친구랑 7~8개월 정도 됐는데, 단 한번도 '너는 항상 그런 식이었어' '넌 왜 이렇게 예민해?'같이 서로의 짜증을 유발하는게 목적인 싸움을 한 적이 없어. 갈등이 일어나면 서로 차분하게 대화하면서 의견의 차이가 일어나는 지점을 찾고, 둘 중 양보할 수 있는 사람이 양보하면서 조율해왔지.
인스타에서 유명한 카페에는 간 적이 없고, 당연히 인스타 맛집 줄을 선 적도 없어. 이유없는 짜증을 내지도 않고. 내 여자친구는 명품보다 손편지를 선물받길 원했고, 그렇게 했어. 이건 참고로 내가 먼저 물어본게 아니라, 걔가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기념일에 비싼거 살 생각하지 마. 나중에 다 부담스러워지니까. 그냥 편지나 나 울릴 정도로 열심히 써봐 ㅋㅋㅋ 명품 주는 순간 더 비싼거 받을 각오하고.'
하는 식으로 먼저 말했던거야. 식사 메뉴를 정할 때 아무거나라고 대답한 적도 거의 없고, 그렇게 대답했을 때는 진짜 아무데나 데려갔어도 상관 없었어.
크리스마스때도 5성급 호텔에서 호캉스가 아니라 적당히 깔끔한 숙소를 잡는 데에 만족했어. 우리는 같이 있다는 것 자체에 즐거워하고, 행복해하고 있으니까. 서로의 일상생활에 과도하게 개입하지도 않고, 카톡 답장이 몇시간 뒤에 와도 서로 서운해하지 않아. 물론 술자리에 나갈 일이 있다면 서로 더 자주 연락하는 경향이 있긴 한데... 그건 연인 관계라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러니까, 결론은 우리가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명품만을 좋아하고, 가스라이팅을 즐겨하며, 남자친구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생각하는 여자'만이 있지는 않다는거야. 나는 내 친구들의 연애썰도 많이 들었고, 나처럼 만족하는 연애를 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느꼈어. 나와 내 여자친구는 동갑이고, 20대 초반이야. 어쩌면 30대에 가까워지면, 나도 내 여자친구도 조금 더 속물적으로 변할지도 모르지. 그 나이대의 연애는 내가 현실에서 겪은 적도, 본 적도 없으니 말하기가 어려운건 맞아. 그러나 나와 나이대가 비슷한 20대 초반의 청춘에 있는 사람들, 특히 모솔들과 이전 연애를 안좋게 끝낸 솔로들한테 이런 말을 전하고 싶어.
너희가 싫어하는 모습의 연애만이 세상에 있는게 아니야. 나도 남고를 나왔고, 인터넷을 보면서 '여자들은 이렇구나, 연애는 이렇게 피곤하구나...' 했을 때가 있었어. 그러나 인터넷은 당연히 자극적인 썰들을 우선적으로 옮기고, 또 그런 썰들이 너희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거라는 걸 생각해줘. 당장 한 시간만 지나도 내 이야기보다 연애의 피곤함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머릿속에 더 강하게 박히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너무 틀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어줬으면 좋겠다. 혐오에 찌들어 살기에는 젊음이 아깝잖아. 한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텐데...
긴 글이었는데 다 읽었다면 감사함을 표할게! 혹시 궁금한거 있으면 남겨줘
공감현명추
박수도 짝이 있어야 소리가 난다는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