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모가 동네마트에서 물고기 사왔을 때 너를 보던 그 순간을 난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 정말 작디작은 여러마리 물고기들 중에 너가 제일 눈에 띄었었는데. 줄무늬가 가로여서 이름 가로로 지었었지...진짜 이름 대충 지었었어. 그래도 이름 대충 지으면 오래 산다고 너 6년이나 내 곁에 있어줬네. 그 많던 니 형제들 다 죽어서 어린 마음에 참 슬펐었는데 너가 그런 내 맘을 잘 위로해준 거 같아, 항상 고마웠어. 몇달 전에 우연히 너 집에 데려온지 1년째 되던 날 사진을 봤거든? 너 그때 정말 발색도 좋고 눈도 또렷했더라. 근데 그리고나서 널 보니 이제는 줄무늬 색갈도 연해지고 눈도 생기가 없어져서 기분이 이상했어.. 너가 늙어가고있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지만 애써 모른척 했어. 더 살 수 있을거야, 10년 산 종도 있다잖아하면서 하루하루 불안함에 살았지. 그런데 결국 시름시름 앓아버렸네? 약 투여해도 계속 아파하고, 결국은 헤엄도 잘 못 치게되서 밥도 잘 못먹고...주인으로써 해줄 수 있는거라곤 옆에서 지켜보는 것 뿐이라서 마음이 아팠어. 근데 결국 오늘 용궁으로 떠났네? 최근에 밥도 안 먹고 구석에서 웅크리고만 있다가 방금 집에 와보니 이제 안움직이네?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나 말고 다른 분양자가 입양해갔다면 좀 더 호화로운 생 살다가 더 오래 살고 편안하게 갔겠지. 좁디 좁은 어항에서 평생을 지내게해서 너무 미안해. 주인으로써 정말 실격이다. 먹이통 흔들거리면 그걸 또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밥 달라며 파닥파닥 헤엄치던 니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똑똑했던 니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제는 그 모습을 못봐서 참 마음 한편이 비워진 느낌이야. 고마웠어 정말로. 너 같이 똑똑하고 재밌던 물고기는 난생 처음이였고 앞으로도 늘 처음일거야. 너 처음으로 알물었을 때 기억나? 너 먹이도 못 먹고 알을 입에 머금는 모습에 내가 인터넷을 싹다 뒤져봐서 핀셋으로 겨우겨우 무정란들 빼냈었잖아. 다행히 그후에 밥 잘 먹어서 안도했고. 참... 나에게 좋은 추억을 주어서 고마워. 11살 부터 17살까지 내 학창시절 6년간 좋은날 슬픈날 내 옆에서 묵묵히 나를 지켜봐준 너 덕분에 나 정말 힘이 났었어. 공부하다가 집중이 안되서 멍 때리면 딱 너랑 눈이 마주쳐서 다시 공부에 집중했던 것도 생각나네. 너 덕분에 하루하루 생명을 책임진다는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있었고, 애완동물에 대해 더 깊게 알게 될 수 있었어. 이제는 너가 먹이통을 보고서 헤엄치던 모습 못보지만, 멍 때리다가 너랑 눈 마주칠 일도 없겠지만 그런 작고 사소한 일 대신 이제는 용궁가서 편하게 헤엄치는 일만 해줘. 철없는 주인놈 놀아주느라 욕봤다. 평생동안 잊지 못할거야. 정말 내가 물고기에게 이런 감정을 느낀건 니가 처음이자 마지막일거야. 이런 장문의 고마움을 너한테 전하고 싶은데 적을 데가 내가 자주하는 커뮤니티 밖에 없어서 이렇게 한번 써본다. 나 이제 고등학생이야 공부 열심히해서 꼭 원하는 거 이룰 테니까 지켜봐줘. 잘가 가로야.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