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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의 부진 이유 두가지(네이버 eSports news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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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T1이 5연패를 당했다. 4연패를 당한 적은 있었지만 5연패는 처음 있는 일이다. 시즌 성적 1승 5패로 득실 차에 앞서 MVP보다 딱 한 단계 위인 9위다. 시즌 전부터 SKT가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나왔다. '후니' 허승훈과 '피넛' 한왕호를 내보내고 이렇다 할 빅네임 영입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무너질 거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팀 중추인 '페이커' 이상혁과 '뱅-울프' 봇 듀오가 버티고 있었고, 지난 시즌 쏠쏠한 활약을 펼쳐준 '운타라' 박의진과 '블랭크' 강선구가 남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SKT는 스크림 성적도 좋았다고 한다.


사실 문제점을 찾는 게 우스울 수도 있다. SKT는 1승 5패를 한 팀이다. 이정도면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최하위권 팀이 문제점이 한두 개뿐이라면 최하위권일까. 라인전, 판단, 운영 등 뭐 하나 경기 끝날 때까지 깔끔하게 하는 부분이 없다. 왜 이렇게까지 총체적 난국이 됐을까.



1. 탑-정글이 리그 최하위권 지표


'운타라'와 '블랭크'는 2017년도에 식스맨으로 활약하면서 팀에 큰 보탬이 됐다. 기록이 말해준다. 지난해 '블랭크'는 세트 20연승, '운타라'는 13연승을 따냈었다. 다소 기복이 있었던 '후니'와 '피넛'이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줄 때면 교체로 출전해 승리를 가져왔다. 


하지만 냉정히 이번 시즌 두 선수는 리그 최하위권 선수다. 새롭게 영입된 신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탑 라이너 '트할' 박권혁은 '운타라'에 비해 특별히 나은 점이 없다. 신인 정글러 '블라썸' 박범찬은 출전조차 못 했다. 잠시 정글러로 포지션을 변경했던 '울프' 이재완은 다시 서포터 자리로 돌아갔다. 



'운타라'는 리그에서 가장 불안한 탑 라이너다. 세트 평균 퍼스트 데스가 0.5로 압도적인 1위다. 두 경기에 한 번은 처음으로 죽는 선수라는 이야기다. 대다수 탑 라이너들이 0.1 정도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에 비교하면 과한 수치다. 2위인 '애드' 강건모도 0.38이다. 탑 라인에 정글러 지원을 잘 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SKT T1이지만, 너무 과하게 죽은 감이 있다.


다른 수치에서도 좋지 않다. 모든 경기를 통틀어 퍼스트 블러드, 퍼스트 타워를 한 개도 따내지 못했다. 경기 시각 15분까지 세트 평균 CS 수급도 116개로 리그 최하위다. 기본적인 라인전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챌린저 랭킹 21위의 선수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라인전 능력이다.


'트할'도 똑같이 지표에서 좋지 못하다. '운타라'만큼 퍼스트 데스가 높지는 않다. 하지만 솔로 데스가 많다. '트할'은 세트 평균 0.38번 솔로 데스를 당해 뒤에서 2등이다. 역시 퍼스트 블러드는 단 하나도 없다. 경기 시간 15분까지 솔로 킬이나 한타 킬도 따낸 적이 없다. 


SKT가 전술적으로 탑에 큰 힘을 실어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SKT라는 팀에서 활약하는 탑 라이너가 보여주는 기록치고는 너무 볼품이 없다. 이번 시즌 '운타라'나 '트할'보다 못하는 탑 라이너를 떠올리기도 어렵다. 하위권 탑 라이너들도 이번 시즌 눈에 띄는 발전을 했고, 기존 경쟁팀의 탑 라이너들은 연일 캐리하며 대서특필되고 있다. 


양 선수는 챌린저 4위와 21위의 선수들이다. 라인전 이해도나 피지컬에서 결코 밀린다고 할 수 없다. 경기때만 되면 갑자기 못해진다고 밖에 설명이 안된다. 심리적인 부담감. 연패중인 상황이 두 탑 라이너들에게 더 좋지 않은 이유다.




'블랭크'도 전체적인 지표에서 하위권이다. 정글러들이 가장 활약하는 시기인 초반 단계를 보면 된다. '블랭크'는 경기 시각 15분까지 평균적으로 한 개의 킬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자기가 킬을 획득하든 아군이 킬을 하도록 돕든 말이다. 경기 초반 획득한 킬-어시스트(KA)가 세트 평균 0.8개에 불과했다. 그에 반해 '피넛'은 1.6개, '스코어'는 1.4개다. 


초반 갱킹에 집중하지 않았다면, '블랭크'는 안정적인 선수인가? 그렇지도 않다. 경기 초반 데스가 평균 0.3개로 '피넛-스코어'와 비슷한 정도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피넛-스코어'는 경기 초반 많은 킬을 만들어낸다. 



정글 몬스터라도 많이 잡아 레벨링이 나은가? 미안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블랭크'는 분당 2.8개의 CS를 획득했는데, '블랭크'처럼 초반에 킬을 잘 만들어내지 못했던 정글러들 '스피릿-하루-앰비션'이 3.1개가량을 획득한 것에 비교하면 저조하다. 심지어 '피넛'은 분당 3.6개의 CS를 수급했다. 


탑과 정글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쪽이 못하면 다른 한쪽이 잘하기 어렵다. 하지만 위 지표를 보면 양쪽 모두 책임이 있는 듯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역시너지를 줬다고 판단될 정도로 처참한 수치다. 


※ 완패를 당한 4일 아프리카 프릭스 경기 제외 수치



2. 미드-봇이 더이상 압도적이지 않다




그래도 SKT 중추인 미드와 봇은 여전히 단단하다. 리그에서 상위권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탑과 정글을 메울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이지는 않다. 


'페이커' 이상혁은 여전히 놀라운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시즌 40%도 되지 않는 저조한 승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많은 지표에서 상위권이다. 가장 눈에 띄는 수치는 미드 라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대미지 부분이다. 팀 대미지에 30%를 담당하며 팀 대미지 기여 부분에서 미드 라이너 중 2위에 올라있다. 게다가 분당 대미지는 594로 전체 1위다. 그 외에 킬 관여율도 76%로 최상위권이며, 퍼스트 블러드도 세트 평균 0.14개를 만들어 '폰'에 이어 2위다. 


이렇게만 보면 미드가 더이상 압도적이지 않다는 이야기에 동의할 수 없을 듯하다. 그러나 다른 지표를 더 살펴봐야 한다. 


'페이커'는 강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통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됐다. 시간이 갈수록 미드 라이너들이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되면서 압도적인 맛은 사라지고 있었지만, 라인 지배력이 강하다는 장점은 계속됐다.


하지만 올해 '페이커'는 라인 지배력이 눈에 띌 정도로 약해졌다. 세트 평균 경기 초반(15분까지) 만들어낸 킬-어시스트(KA)가 한 개를 넘지 못한다. '라바-엣지-크라운'을 제외하고는 모든 미드 라이너가 한 개 이상의 킬-어시스트를 만들어냈음에도 말이다. 또한 경기 초반 평균 CS 수급도 136개로 하위권이다. 


또 주요 실수가 너무 잦다. 귀환하다가 죽거나, 스플릿 푸시 도중 잘리는 등 스포츠에서 흔히 말하는 본헤드 플레이가 수도 없이 나왔다. 평균 데스 수치도 주전 미드 라이너 중 최하위다. 당장 아프리카 프릭스와의 경기만 보더라도 귀환 도중 코르키에게 솔로 킬을 내줘 미드 1차 타워 체력을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봇 라인 핵심 포지션인 원거리 딜러 '뱅' 배준식 또한 '페이커'와 마찬가지로 킬 관여율, 분당 대미지, 팀 대미지 비중 등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점 또한 똑같다. 라인 지배력이 떨어졌다. 예전 SKT 봇 라인은 어떤 조합을 쥐여 줘도 최소한 반반은 가줬다. 상성이 유리하면 터트렸고, 불리해도 무난하게 파밍을 하다가 한타에서 활약했다. 그래서 '뱅'이 진짜 SKT의 끝판왕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딱 상성만큼만 한다. 불리하면 불리한 대로 주도권을 내주고, 유리하면 유리한 만큼 주도권을 잡는다. 경기 초반(15분까지) 골드 획득량을 보면 알 수 있다. '뱅'은 세트 평균 5,022골드를 획득했는데, '고스트-상윤-마하'를 제외하면 리그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심지어 '프레이'와 비교하면 600골드가량이 뒤처진다. 거의 롱소드 두 개 값이다.


※ 완패를 당한 4일 아프리카 프릭스 경기 제외 수치



당연히 헤맬 수밖에


탑-정글이 헤매고 미드와 봇이 그걸 보충할 만큼 강하지 못하니 처음부터 끝까지 손발도 안 맞는다. SKT가 해왔던 LoL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도 우왕좌왕할 뿐이다. 그렇다고 코칭 스태프가 이를 잡아줄 만큼 특별한 밴픽이나 경기 내 전략을 짜지도 못하고 있다.


2018년 스프링 스플릿은 리그가 상향 평준화됐다. 먼저 중하위권 팀들이 공격적인 투자로 로스터를 보강했고, '보노' 김기범 같은 잠재력 있는 신인들이 등장했으며, '린다랑-성환' 같이 오랫동안 성장하지 못했던 기존 선수들이 발전했다. 개인 뿐만 아니라 팀 운영도 성장했다. 맞으면서 상위권 팀의 운영을 흡수했다. 작년까지도 나왔던 유리한 상황에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선수들이 따로 노는 상황이 극적일 정도로 적어졌다.


이미 '페이커'와 SKT 봇 라인의 지배력은 점점 예전 같지 않았다. '운타라'와 '블랭크'는 기록적인 연승 이후에 불안한 경기들을 여럿 보여왔다. LCK 팀들 대부분이 강해지면서 SKT가 가지고 있던 시한폭탄 같은 문제들이 터진 것이다.


많은 전문가와 팬들조차 SKT의 잠재적인 문제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토록 거물급 선수 영입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SKT는 '후니-피넛'의 빈자리를 리그 경험이 전무한 신인 선수들로 메웠고, 실패 중이다.


한쪽에서는 현재 SKT를 리빌딩 중인 팀이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SKT는 리빌딩 팀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어떤 스포츠팀도 최고에 도달했던 선수들을 데리고 리빌딩을 하진 않는다. 마이클 조던, 리오넬 메시를 데리고 있는 팀이 리빌딩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SKT는 계속 우승에 도전해야 하는 팀이다. 


하지만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 수도 없는 현재 상황이다. 영입 한다손 치더라도 즉시 투입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자원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탑 라인이 약점이면 메타에 관계없이 롤드컵 때처럼 변칙 라인을 스왑하거나, 정글러가 약하면 서포터가 더 움직이는 등 극단적인 전략 혹은 밴픽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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