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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드컵 결승, 삼성 vs SKT의 밴픽을 분석해보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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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매치업이 끝나면 밴픽 분석글이 심심찮게 올라옵니다. 하지만 이번 롤드컵 결승만큼은 그런 글이 잘 보이지 않는데요. 아무래도 밴픽 자체보다는 게임 내적인, 플레이적인 요소들이 훨씬 임팩트있게 승패를 갈랐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밴픽 분석을 안하고 넘어가면 아쉬우니까(네, 제가 아쉬워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심정으로 한 번 짧은 식견이나마 직접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밴픽'만' 분석합니다. 경기 내용 리뷰는 굉장히 생략되어 있을거에요.

1경기 - 삼성 블루, SKT 레드

<밴 페이즈 1>

삼성 - 제이스 / 라칸 / 세주아니

SKT - 칼리스타 / 트리스타나 / 갈리오

삼성은 극한의 스플릿 운영이 가능한 제이스, 기습 이니시와 라인 개입 능력이 출중하고 유사 향로 역할까지 가능한 라칸, 현재 정글러 중 가장 고평가를 받는 세주아니를 차례로 쳐냈습니다. 세 챔피언은 변수 창출에 능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데, 삼성은 변수만 잘 차단하면 SKT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들의 경기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SKT가 해당 챔피언들로 상당히 좋은 모습을 이전 라운드들에서 보이기도 했구요.

레드 진영인 SKT는 밴율 100%, 현 메타 최고 OP인 칼리스타를 당연히 1번으로 금지시켰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4강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긴 했으나, 여전히 성장과 향로가 합쳐지면 최강의 캐리력을 뽐내는 트리스타나를 잘랐고, 마지막으로 바텀에 힘을 실어주기 좋은 갈리오를 잘랐습니다. 최고의 캐리력을 가진 원딜 챔피언과 그를 가장 잘 뒷받침 할 수 있는 미드 챔피언을 자른 것으로 보아, SKT는 이미 바텀 라인의 전력 차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밴픽에 임하지 않았나 싶은 모양새였습니다. 상대 미드인 크라운도 갈리오를 잘 다루는 데다, 현재 절정의 기량을 뽐내는 룰러까지 있는 삼성에게 두 챔피언을 내주는 그림은 누구라도 원하지 않았을테지만요.

<픽 페이즈 1>

삼성 - 잔나 / 자야 / 말자하

SKT - 바루스 / 그라가스 / 룰루

SKT가 첫 페이즈에 트리스타나와 갈리오를 금지하면서, 잔나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삼성은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SKT는 첫 픽으로 바루스를 빠르게 가져옵니다. 상대 원딜의 최주력 카드를 견제하는 동시에, 본인들의 바텀 라인전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주아니가 없는 상황에서는 그라가스와 자르반을 나눠가지는 구도가 주로 연출되는데, SKT의 선택은 그라가스였습니다. 이 역시 그라가스는 엠비션의 주력 카드인 동시에, 엠비션이 자르반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픽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삼성은 이미 향로 서폿을 뽑아 놓은 상태이므로, 남은 원딜 중 향로 효과를 잘 받고 후반 캐리력도 높은 자야를 선택합니다. 룰러는 그 동안 노골적으로 바루스, 트리스타나 위주의 챔피언 폭을 선보였으며, 타 선수들은 종종 애용하는 트위치, 코그모 등의 향로와 잘 어울리는 후반 캐리 원딜을 잘 사용하지 않았었습니다. 자야도 당연히 그의 주력 챔피언 목록에 없었구요. SKT는 아마도 트위치, 코그모 같은 라인전이 약하고 뚜벅이인 원딜 챔프를 유도하려 한 것 같은데, 삼성이 생존기가 뛰어난, 그러면서 캐리력은 높은 자야를 선택하면서 SKT의 그림이 조금 틀어진 느낌입니다. (룰러의 자야는 플레이 횟수는 굉장히 적지만 전적은 매우 준수합니다. 롤드컵 결승 전까지, 서머시즌과 롤드컵을 모두 합쳐 4전 전승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픽으로 삼성은 말자하를 선택합니다. 말자하는 롤드컵에서 갈리오를 상대하기 위해 종종 나온 적이 있는 픽이긴 합니다. 하지만, 양피지를 뽑아오기 전 저레벨 단계에서 라인 주도권을 쥐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 정통 AP 미드를 상대로는 지고 시작한다는 평이 지배적인데, 삼성은 말자하를 과감히 선픽하고, 이를 유체화가 아닌 텔레포트를 통해 버티기 식으로(+ 어느 정도의 타 라인 개입) 보완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물론, 게임 시작 전까지 상대방의 스펠을 알 수 없는 SKT의 입장에서 이것까지 실책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SKT는 마지막으로 역시나 향로 서포터인 룰루를 밴 되기 전에 가져와 바텀 조합을 완성시킵니다.

<밴 페이즈 2>

SKT - 자르반 / 쉔

삼성 - 신드라 / 탈리야

엠비션이 자르반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긴 하지만, 현 상황에서 자르반은 최선의 선택임으로 밴으로 견제해준 모습입니다. 리신, 카직스 같은 리스크가 큰 픽을 강요하는 모양입니다. 후니는 쉔을 하지 않지만, 큐베는 쉔도 잘 다루기 때문에 잘랐습니다. 바루스 선픽까지 하면서 바텀 라인전을 밀어줬으면 쉔을 연습해와서 꺼낼 법도 한데, SKT는 후니를 스플릿 푸쉬에 집중 시키는 것이 승리하기 더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말자하를 이미 뽑은 상황에서, 라인전에서 말자하를 박살낼 수 있는 신드라와, 초반부터 라인 푸쉬 주도권을 꽉 잡고 타 라인을 풀어줄 수 있는 탈리야를 밴한 것은 좋은 선택입니다. 둘 다 페이커가 굉장히 잘쓰는 챔피언이기도 하니까요.

<픽 페이즈 2>

SKT - 나르 / 카시오페아

삼성 - 케넨 / 자크

SKT는 나르를 먼저 꺼냅니다. 라인전, 스플릿 푸쉬, (제한적이지만) 한타까지 모두 준수한 픽이어서 선픽으로 꺼내기 부담없는 선택입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케넨으로 화답하였고, 이건 SKT도 예상하지 못한 부분은 아닐 것입니다. 이미 2016 시즌부터 케넨은 나르의 카운터픽으로 자주 등장한 카드였으며, 큐베는 케넨을 즐겨 사용하는 선수 중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카운터 당하던 시절의 나르는 탱커형으로 육성된 반면, 현재의 나르는 딜템 위주 세팅을 하며 스플릿에 집중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도리어 케넨을 이기게 되어 SKT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는 매치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엠비션은 드디어 자크를 꺼냈습니다. 자크가 엠비션에게 정말 어울리는 챔피언이 아니냐는 분석은 이미 일각에서 나오고 있었는데, 중요한 결승 1세트에서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마지막으로, 페이커가 큰 무대에서 라인전부터 압박을 넣기 위해 종종 꺼내던 카시오페아를 선택하는 것으로 1세트 밴픽은 완료가 됩니다.

<총평>

챔피언 면면만 놓고 봤을 때, 삼성은 노골적으로 후반 한타에 집중한 조합인 반면, SKT는 라인전도 강력하면서 후반 캐리력, 한타까지도 고려를 한 밸런스가 잡힌 조합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SKT의 조합은 바루스, 카시오페아 두 딜러가 뚜벅이에다가 앞으로 들어가면서 싸우는 인파이터 성향의 챔피언이기 때문에 후반 한타에서 포지셔닝 난이도가 높아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상대 삼성에게는 케넨, 자크, 말자하 같은 뚜벅이에게 재앙 수준인 챔피언까지 다수 보유하고 있어서 포지셔닝 난이도가 어려움을 아득히 넘어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까지 올라가 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딜러들의 캐리를 이끌어 내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1. 개쩌는 이니시로 프리딜 각을 환상적으로 만들어준다.

2. 어쨌거나 라인전이 강력한 픽이니까, 라인전을 박살낸다.

1번 전제의 경우, SKT에서 그런 역할을 해줄만한 확정 CC, 강제 이니시 챔피언이 없다는 데에서 애로사항이 꽃핍니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게 그라가스의 술통 대박 정도인데, 삼성의 딜러들은 SKT보다 생존기가 월등히 좋은데다, 행여나 걸리더라도 잔나를 가진 삼성의 입장에서는 세이브를 해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여차하면 케넨, 자크로 역이니시를 걸고 도리어 한타를 시도할 수도 있구요. 그럼 남은건 2번 전제인데, 2번은 두 딜러가 뚜벅이라는 점 때문에 역시나 애로사항이 꽃피게 됩니다. 실수로 점멸이라도 빠졌다간, 자크의 압박때문에 라인전에서 더 이상 압박을 넣기 어려워지니까요(실제 경기도 이렇게 진행되었죠). 자크의 압박을 받지 않으려면 그라가스가 계속 적 정글로 들어가서 자크를 찾아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또 라이너들이 라인을 강하게 압박해줘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습니다. 즉, 자크의 압박 때문에 라인전을 강하게 풀지 못하는데, 그 압박을 떨쳐내려면 라인전을 강하게 풀어야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기대할 수 있는 쪽이 그나마 나르인데, 게임 로딩창을 보고는 이 조차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SKT는 알았을 겁니다. 케넨의 특성이 '전투의 열광', 즉 AD케넨이었으니까요. 정석적인 AP 케넨이라면 앞서 말했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나르에게 주도권이 넘어오지만, AD 케넨을 상대로 나르는 시작부터 끝까지 얻어맞기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습니다. 실제 게임에서도 큐베는 루난이 아닌 유령무희를 선택하고 끝까지 나르만 전담 마크하면서 게임 내에서 나르의 존재감을 지우는데 성공했습니다.

 

2경기도 조만간 올려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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