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리그오브레전드

온라인 597

<분석> Mlxg가 물린 "그 순간"

조회수 48,434댓글 40추천 46

안녕하세요. 월드 챔피언십 4강 첫 번째 경기. SKT가 두 번 연속으로 풀세트 접전 끝에 RNG를 기어이 꺾고 3년 연속 롤드컵 결승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았고, 본인들의 롤드컵 3연패를 저지하는 것에 도전할 도전자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5세트, 마지막을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5세트>

양팀은 전반적으로 한타를 생각하는 조합을 짰습니다. SKT는 나르-자르반-갈리오로 이니시를 열어 케이틀린에게 프리딜 각을 열어줄 수 있는 조합을 짰고 RNG는 2원딜+쉔과 타릭을 구성하여 화력을 갖추고 SKT보다는 못하지만 안정성도 충분히 잡았습니다. 한마디로 양쪽 다 한타 조합이지만 RNG는 화력에, SKT는 안정성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다소 의아한 것은 리신 픽이라고 할 수 있는데, 리신은 초반에 이득을 보아야만 하는 전형적인 스노우볼 챔프이고, 유통기한이 엄연히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RNG의 조합에 있는 저 리신은 안정성을 강제로 떨어뜨리는 존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차라리 리신이 아니라 자크 같은 걸 픽하면 더 괜찮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자크를 픽하지 않은 건 "Mlxg의 자크 숙련도가 낮아서 잡지 않았다"가 이유일 가능성이 큽니다.

라인전 구도는 RNG가 대놓고 늪롤을 해야만 하는 구도인데, 리신은 늪롤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오히려 방해가 되는 존재입니다.

저 리 신의 존재 때문에 RNG는 단단한 조합을 구성하고도 아이러니하게 중후반이 아니라 극후반 타이밍이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는 조합이 되면서 늪롤에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리스크가 있는 조합이 되었고, SKT는 다소 리스크가 적은 조합을 구성하면서 중후반까지는 걱정이 전혀 없는 조합을 완성했습니다.

 

경기는 사실 이 장면이 시작되기 전까지 "정말로" 무난하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포탑이 교환되는 구도가 나왔고 킬도 그렇게 나오지 않은 전형적인 눈치싸움이 지속되고 있던 경기 양상이었습니다.  RNG에게는 나쁠 것 없어 보이는 흐름이었습니다. 시간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RNG의 화력은 메인 딜러가 케이틀린 1명뿐인 SKT보다 많은 장점을 발할 것이고 쉔과 타릭의 탱킹과 무적 궁극기의 존재, 2원딜+향로는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탱커를 상대로 미친 화력을 발휘하므로, 상대적으로 딜러가 부족한 SKT가 늪롤을 당해 극후반을 간다면 매우 피곤합니다. 

자 그렇다면, RNG의 단단한 조합에서 혼자서 모순된 유통기한 성향을 지니고 있는 리신이 해야 될 역할은 무엇일까요. RNG가 갈리오를 순식간에 점사할 수 있는 극후반 한타가 온다면 최대한 탱킹을 해주면서 궁극기 활용과 음파 - 공명의 일격 활용으로 조금이라도 딜을 하고 팀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겠지요. RNG가 가장 강하다 할 수 있는 극후반 타이밍에 리신은 궁극기 지원과 솔라리 쉴드같은 지원만 적절히 해줘도 없는 것보단 나을 겁니다.  그 타이밍에 코르키-트리스타나라는 막강한 캐리라인이 SKT를 휩쓸고 있을 테니까요.

이 말은 역설적으로, 극후반이 오기 전까지 사고가 터진다면, 그리고 "그 사고"가 대형 오브젝트로 연결된다면 그 순간부터 게임이 5대4로 진행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입니다. RNG의 조합에서 가정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Mlxg, 그리고 RNG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5세트를 결정지은 순간"

 

RNG에게 가장 상상하기 싫었을 순간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리 신이 바론 시야를 체크하려고 다소 무리하게 포지셔닝을 잡다가(점멸이 곧 돌아오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엄연히 노플) SKT에게 물립니다. RNG는 급하게 쉔이 궁극기를 써주고 점멸이 가까스로 돌아온 리신이 점멸까지 쓰면서 빠져나가려 했지만 피넛이 깃창으로 리신을 끊어냈습니다. 

 

RNG는 매우 상황이 암울해졌습니다. 이 순간 SKT가 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1. 상대 정글러가 없으므로 기본적으로 5대4싸움. 쉔은 이 장면 이후 점멸이 빠진다. 궁도 없다.

2. SKT의 모든 멤버는 바론 근처(후니는 텔온), 하지만 RNG는 다소 분산이 되어있는 상황.

3. 바론 싸움에선 SKT가 당연히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RNG의 조합은 극후반까지 가야 리신의 유통기한을 4명이 상쇄해줄 수 있고 이길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는데 SKT가 바론을 먹은 이상 당연히 극후반으로 갈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RNG의 설계대로 흘러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판이었습니다만, 리 신을 픽한 이상 본인들의 설계가 무너졌을 때 한순간에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는 조합이었고 저 장면 이후로 RNG는 사실상 5세트를 내줬다고 봐도 다름이 없게 됩니다. 극후반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 자체가 중후반까지 안정성이 있는 SKT보다 리스크가 큰 조합이었고 그 한 번의 실수가 RNG에게는 매우 치명적이었다고 볼 수 있게 되었네요.

 

 

상대 정글러가 없는 상황에서 SKT는 여유있게 선강타를 쓰면서 바론을 가져옵니다. RNG는 깔끔하게 바론만 내주는 것이 손해를 최소화하는 길이겠습니다만, 갈리오가 순간적으로 점멸을 써서 코르키를 물면서 SKT는 바론을 가져옴과 동시에 코르키마저 끊어내는 엄청난 이득을 봅니다. 미드 웨이브도 나쁜 상황이 아니고, 18렙 코르키는 60초 아웃인 상황입니다. 리신도 나오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RNG가 꿈에 그렸던 "극후반"을 SKT가 무참히 박살내는 순간입니다. 

리신이 끊긴 장면도 컸지만, 코르키를 끊긴 것도 RNG에게는 매우 치명적이었습니다. 저 장면 이후로 SKT는 빠르게 미드 억제기를 밀어냈고 스노우볼링에 가속이 붙습니다. 저 죽음으로 리 신의 존재감은 사라집니다.

 

 

SKT는 매우 여유있게 운영을 시작합니다. 자르반과 갈리오의 탱킹력은 어마어마하고 메가나르와 합쳐진 한타 시너지는 엄청납니다. 그 사이에 케이틀린에게는 프리딜할 환경이 매우 여유있게 갖춰집니다. RNG는 리신이 거의 없는 수준이고, 향로를 먼저 간 타릭의 탱킹력은 그다지 좋다고 볼 수 없으며, 쉔과 타릭만으로는 코르키-트리스타나가 프리딜을 지속할 환경을 마련해주기 매우 어렵습니다. SKT가 받아칠 수단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지요. 생각보다 쉔이 할 수 있는 것(도발-점멸, 결계 생성)도 든든한 SKT의 나르-자르반-갈리오에 비하면 매우 초라해 보입니다.

 

 

RNG에게는 가능성은 매우 많이 낮지만 마지막 기회가 있습니다. 미드 억제기는 나왔으니 장로에서 싸움을 걸어보는 것이죠. 하지만 SKT는 RNG의 일말의 희망마저 쥐어주지 않습니다. 시야 우위를 이용해 매우 빠르게 장로 버스트를 시작했고 1%의 가능성이라도 막기 위해 리안드리를 가서 딜링도 어느 정도 되는 갈리오를 정찰병으로 내보냅니다. RNG는 급하게 장로로 와봤지만 버스트가 너무 빠르기도 했고, 페이커의 갈리오 때문에 장로에 깊숙히 진입하지도 못하고 장로를 매우 쉽게 내줍니다.

 

                                                                                                       "나르!"

 

급하게 장로로 왔기 때문에 RNG의 진영이 다소 분산되어있는 것을 후니는 놓치지 않습니다. 빠르게 점멸-나르를 사용해 RNG의 바텀 듀오를 제외한 3명에게 벽꿍을 선사합니다. 한타는 사실 여기서 바로 끝납니다. RNG의 진영이 붕괴된 것도 있고, 리신과 코르키가 먼저 점사당하게 됩니다. 진영도 붕괴당하고 장로 버프도 있는 SKT를 상대로 한타를 절대 이길 수가 없고, 결국 SKT가 결승에 진출하게 됩니다.

 

                                                                      "많았던 우여곡절, 마지막은 속이 뻥 뚫리는 에이스!"

 

RNG는 리 신을 픽한 이상 2원딜이 상대 탱커진을 녹일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도중에 Mlxg의 리신이 죽고, 코르키마저 죽으면서 공든탑이 한 번에 무너지듯 그대로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RNG가 저 바론을 내준 이후로 급격하게 경기의 추가 기울었기 때문에 5세트의 포인트는 생각보다 단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Mlxg의 데스가 경기의 판도를 뒤바꾸고 말았습니다.

 

미스핏츠전에서도, RNG전에서도, 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15년과는 다르게, 16년과는 다르게 또 다른 방식으로 3년 연속 결승 진출을 달성하게 된 SKT. 과연 이 팀의 한계는 어디일까요? 결승 상대가 누구로 정해지던 간에. 롤드컵 3연패에 도전하는 SKT의 1주일 뒤의 모습이 매우 궁금해집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