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리그오브레전드

온라인 574

<분석> SKT를 위해 희생한 후니, MSF의 실수

조회수 48,612댓글 58추천 81

안녕하세요. 롤드컵 8강에서부터 마치 작년 4강과 결승을 떠오르게 하는 SKT T1과 미스핏츠의 명승부가 펼쳐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SKT가 무난하게 터트리는 장면, 미스핏츠가 블리츠와 열광레오나, 그리고 서폿빙의한 아이번으로 SKT를 핀치로 내모는 장면, 그리고 라이즈 대장군 즉위 등 여러가지 명장면이 있었습니다만...

 

5세트는 양 팀의 처절함이 "정말로" 느껴지는 승부였기에 이 경기를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5세트>

양측의 조합입니다. 이그나의 영향 때문인지 5세트에서도 향포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신드라와 탈리야는 반반구도가 어느 정도 성립하며 픽만 봤을 땐 탑이 확실하게 SKT는 압박이 가능하고 미스핏츠는 바텀을 빨리 터트리는 것이 가능한 구도를 짰죠. 하지만 그러면서도 기본적인 틀은 저 제이스라는 존재 때문에 SKT가 기본적으로 초반에 끝내야 유리한 조합형태가 됩니다. 제이스는 후반 단계로 넘어가면 "그" 쓰레쉬보다도 할 게 더 없어지기 때문이지요. 미스핏츠는 자칫하면 탑에서부터 라인전이 박살날 수도 있지만 어떻게든 이걸 버텨낸다면 후반 보험만큼은 확실한 조합을 짰습니다. 

 

 

알파리의 쉔은 정말로 처절하리만큼 CS를 어떻게든 따라가는 모습입니다.(저는 개인적으로 cs가 저 정도밖에 차이가 안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제이스가 쉔을 일방적으로 압박하는 구도는 계속해서 나올수밖에 없고 쉔은 경기 시작부터 쉴새없이 압박당합니다. 선취점을 허용합니다. 첫 번째 포탑도 내줍니다. 바텀 라인전이 더 세다고 볼 수 있는 바루스-쓰레쉬도 반반을 가는 마당에 알파리는 정말이지 후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듯 버텨내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힘듭니다. 미스핏츠는 무언가 변수를 만들어서 쉔을 조금이라도 풀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미스핏츠는 인내하고 인내한 끝에 바텀 포탑 2개를 내주기는 하지만 화염용 3개를 모두 가져가고 조금씩 본인들 조합의 골든타임에 가까워져가고 있습니다. 제이스가 스플릿을 하는 과정에서 신드라에게 몇 번 끊기기도 하는 바람에 미스핏츠의 조합 성장에 가속이 붙은듯한 모습이고 계속하고 고통받고 있었던 쉔도 드디어 한 숨을 돌리게 됩니다. 아 이제 좀 "출장 가능하겠구나".

아시다시피 제이스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쉔보다 할 게 없어집니다. 태생적으로 챔프 자체가 그렇게 태어난 것도 있고 40분이 넘어간 제이스는 한타에서 들어가는 순간 스킬 몇 번 써보기도 전에 녹고 쉔보다 한타 기여도도 낮지요. 아마 시간이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본인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 역시 후니도 알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후니는, 어쩌면 도박을 거는 듯한 심정으로 본인이 철거해둔 바텀 포탑 2개를 이용해 마치 경기 초반 탑에서 쉔을 쉴새없이 압박했던 것처럼 무리해보이는 스플릿을 시작합니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쉔은 2단출장이 가능하니까 이걸 이용해서 빠르게 팀의 바론 버스팅을 도와주고 복귀하는 식의 방법을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알파리는 발이 묶입니다. 쉔을 들고도요. 도대체 왜? 초반 라인전 부터 쉴새없이 압박을 당해왔던 구도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스핏츠의 바텀 타워가 하나라도 살아있었다면 알파리는 마음 편하게 출장 갔다오고 한타를 자신 있게 걸었을 테죠. 하지만 위 사진에서도 보듯이 바텀은 억제기 앞 포탑 2개가 모두 밀린 상황이고, 제이스는 아예 바텀 억제기 포탑 체력을 깎으면서 쉔의 활동 반경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경기 리플레이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후니는 조금씩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거의 바텀에서 끊임없이 라인을 밉니다.

쉔- 제이스의 1대1라인전 구도에서는 제이스가 쉴새없이 압박을 넣을수가 있고, 알파리는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접어들게 됩니다.  게다가 지옥같은 초반 라인전 단계를 어떻게든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라인전을 하고 있는 구도가 알파리에게 기분 좋을 리 없습니다.

 

"합류를 하자니, 바텀억제기가 밀릴거 같고, 그렇다고 여기에 있자니 바론 버스트 타이밍은 계속 꼬이고 있고 어쩌지?" 

 

이 바텀에 눌러살고 있는 제이스 때문에 미스핏츠는 진작 먹을 수 있는 바론을 먹지 못하고 계속해서 타이밍이 꼬이게 됩니다. SKT 입장에서는 다소 불안불안하지만 후니가 여차하면 바텀 억제기를 밀 각오로 바론타이밍을 꼬아주고 있는 건 분명한 호재라고 할 수 있죠.

요약하자면 SKT의 조합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조합이고 이 때문에 제이스가 무리한 외줄타기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이스의 이 외줄타기 덕분에 미스핏츠는 더 빨리 우세를 점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확실한 마무리를 날리진 못하고 있습니다. 신드라가 엄청나게 세긴 하지만요. 하지만 골드차와는 관계없이 시간은 미스핏츠의 편입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해낸다면 후반 한타는 본인들이 유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미스핏츠에게 찾아온 유일한 기회"

 

그렇게 MSF가 바론을 먹지 못하고 계속해서 눈치싸움이 진행되던 와중, 신드라가 슈퍼플레이로 제이스를 끊어내는 것에 성공합니다. 여기서 미스핏츠가 제이스를 끊기만 "했다면" 이후 벌어질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쉔은 궁극기가 없다. 하지만 순간이동을 들고 있다. 제이스가 순간이동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5대4구도다. 바론으로 회전해도 되고 3화염을 바탕으로 해 장로를 회전해도 된다.

2. 바론이나 장로 둘 중 어떤 걸 먹든 간에 그 이후로 제이스의 스플릿은 봉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40분이 무난하게 넘어갈 것)

3. 조합상 제이스는 후반에 쓰레쉬보다 존재감이 더욱 떨어지고 탈리야는 탱커를 처리하기엔 적합한 챔프가 아니다. 자르반 역시 세주아니에 비해 탱킹이 부족하다. 신드라는 후반 캐리력도 막강하고 쉔-세주아니의 탱커진은 든든. 3화염까지 먹어둔 상황에서 미스핏츠는 한타를 해도 되고 쉔을 이용해서 운영을 선택해도 된다.

 

SKT가 질 수 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 만들어 질 수 있었고, 때문에 경기 내내 어떻게든 뭔가 하려 했던 후니가 역적이 될 수도 있었던 장면이었습니다.

그러나 머지 않아 이그나의 쓰레쉬가 잡힘으로써 MSF는 확실하게 끝낼 수 있었던 위의 시나리오가 물거품이 되고야 맙니다. 이그나는 그 이전에 이미 한 번 물려서 점멸이 빠진 상황이었는데, 이번에도 시야가 없는 쪽으로 들어가려다가 노플인 상황에서 그대로 터지고야 말았습니다. 제 생각에 미스핏츠는 여기서 마음이 급해진 거 같습니다. 

"1대1 교환, 하지만 이대로 상황이 흘러가면, 또 제이스가 바텀을 압박하고 우리는 끝내야 할 때 못 끝내다 이러다 지는 거 아닌가?"

이런 불안감이 미스핏츠를 순간적으로 지배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쓰레쉬가 끊기긴 했지만 계속 바텀에서 여차하면 억제기를 밀 각오로 성가시게 스플릿을 하던 제이스가 없으니, 미스핏츠는 이 기회를 어떻게든 이용하려고 하는 도박을 겁니다.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기 전에 미스핏츠와 SKT 쪽의 스펠상황을 잘 보세요.

 

미스핏츠가 장로 버스트를 다소 무리하게 시작합니다. 결국 블랭크가 장로를 스틸, SKT는 2바람의 효과를 얻습니다. 미스핏츠는 쉔과 신드라를 제외하면 점멸이 다 빠진 상태이고, SKT는 점멸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자르반만 노플인 상태이지요. 여기에 제이스의 텔 위치를 보시면 쓰레쉬가 랜턴 지원이 어렵게 신드라와 쓰레쉬 사이로 텔을 타고 있습니다. 쓰레쉬는 점멸이 없어서, 점멸-랜턴 같은 플레이도 불가능 합니다.

그리고 미스핏츠의 챔피언들 체력도 꽤 빠져있는 상태고, 이 쪽은 비록 1바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장로를 스틸했으니 추노도 용이합니다. 진영도 더 좋습니다. "통상적인" 한타 구도가 아니라 미스핏츠의 실수로 인한 "정돈되지 않은 한타구도" 라면 SKT도 한타를 걸어볼 만 합니다. 골드는 오히려 앞서고 있으니 템은 나올만큼 나온 상황이고요.

 

                                                      - 정면 한타에 불리하지만, 정돈된 진형으로 한타에서 대승을 거두는 SKT -

 

여기서 미스핏츠의 진영은 완전히 붕괴됩니다. 뒤를 덮친 제이스에 의해 신드라는 점멸도 못 써보고 죽었고(제이스가 신드라 암살의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 드락사르로 극딜을 가고 수은을 동시에 산 것이 매우 컸습니다) 노플 상태였던 바루스도 그대로 끊깁니다. 세주아니는 그 이전에 체력이 많이 빠져있었고 궁극기 쿨타임이라 지원 불가, 쉔 역시 궁극기가 쿨이 돌고 있어서 지원 불가, 상대 탱커진이 옆으로 빠지면서 SKT는 고립된 상대 주요 딜러 2명을 먼저 끊어내는 쾌거를 세웁니다.

쓰레쉬가 급하게 와봤지만, 신드라와 바루스가 너무 빨리 끊겨서 뭘 해보지도 못하고 이후 이그나마저 끊기고 맙니다. 이후 체력이 많이 빠져있었던 세주아니 역시 결국 제이스와 탐켄치에게 추노당해 잡히고 쉔 하나만이 살아남습니다. 제가 볼 때 블랭크의 장로 스틸 역시 컸다고 보는데 여기서 SKT의 2바람 효과가 세주아니를 추노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 거 같습니다.

 

                                                                                           "나랑 놀자! 어딜 가!"

 

미스핏츠는 한타를 대패하긴 했지만 에이스를 당한 것은 아닙니다. 쉔이 살아남았고 쉔이 본진으로 귀환해 몸으로 비빈다던가, 아니면 뒤쪽 미니언 웨이브를 정리해낸다면 게임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쉔이 집을 갔어도 끝났을 거 같긴 하지만 아무튼 쉔이 살아남은 순간 미스핏츠에게는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남아 있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여기서 울프가 바텀으로 궁극기를 쓰면서 쉔과 함께 영혼의 맞다이를 시작합니다. 쉔은 귀환을 타려다가 봉변을 맞았고. 쉔이 탐 켄치에게 쩔쩔매는 사이에 SKT 챔피언들은 제이스와 트타의 철거력 미니언 웨이브를 바탕으로 포탑을 전부 밀어내고 끝끝내 역전승을 만들어 냅니다.

 

모든 것을 종합해보자면

1. 미스핏츠는 이미 본인들의 조합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시나리오를 거의 만들었다. 3화염용을 먹었고 "정면 한타"에서는 더 강하고 무엇보다 제이스에 의해 초반 스노우볼링이 굴러가는 것도 방지 해냈다.

2. 그러나 후니는 포기하지 않고, 바텀에서 끈질기게 스플릿을 진행하면서 쉔의 활동반경을 제한시키고 어떻게든 균형의 추를 유지시킨다. (이 시간대에서 미스핏츠가 불안감을 조금씩 느꼈을 거라 생각)

3. 이후 제이스가 솔킬을 당하지만 반대로 SKT가 쓰레쉬 역시 잡아내면서 미스핏츠가 안전하게 바론 또는 장로를 먹을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막는다. (이후 미스핏츠가 안전하게가 아닌 무리하다고 볼 수 있는 버스팅을 시도)

4. 미스핏츠가 스펠 상황, 체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로 장로를 시도, 하지만 블랭크에게 스틸 당하고 완전히 진영이 붕괴된 상태에서 한타를 일방적으로 대패한다.

5. 마지막 탐 켄치의 쉔 귀환 막기

 

미스핏츠는 초반 SKT의 스노우볼링을 어떻게든 넘기는 것에 성공했고 거의 승리를 목전에 뒀습니다. 하지만 후니가 쉔을 바텀에 최대한 묶어두고 몇 번 끊기면서까지 바론 타이밍을 꼬았고 결국 미스핏츠의 실수를 유도해내는 것에 성공, SKT는 완벽한 진영으로 한타를 설계하고 미스핏츠의 최후의 희망마저 울프를 보내는 걸로 해결하면서 역전승을 해냈습니다.

 

상대의 실수를 유도해내는 것도 능력입니다. 누가 봐도 불리한 상황에서 끝까지 바텀에서 쉔을 압박한 후니를 개인적으로 MVP로 보고 싶네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