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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번으로 플래티넘 올라가면서, 주절주절 적고픈 얘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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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잡소리

나는 아이번 유저임.

현재 정글승률 1위임에도 픽률은 2.68%에 그치는, 그 희귀한 챔프장인이란 뜻이지.

(픽률이 믿겨지냐? 참고로 자크도 3.44%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에 내가 여기에,

예전에 <브실에서 아이번하려는 놈 있으면 읽어보셈>라는 글을 적기도 했었음. (https://www.op.gg/forum/view/17553)

이거 적을 때 골드4였는데, 저 글의 요지는, 브실은 서폿형정글러를 활용할 줄 모르니까 되도록이면 아이번을 하지 말라는 푸념이었음.

이때 누가 댓글로 티어가 높아질수록 아이번 승률이 높아진다고 했었는데,

한 달쯤 지나서, 진짜로, 플래티넘에 입성했음.

하루에 퇴근하고 1-2게임씩 하는 유저인데, 좀 신기함.

플래티넘5가니까 상위 5-6%쯤 되는 것 같더라.

근데 막상 플래티넘이 되도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끼리 계속 게임하면서 경쟁하니까, 그렇게 막 높아진 느낌은 잘 안 듦.

물어보니까 다이아를 달든 챌린저를 달든 이런 느낌은 비슷하다던데…….

아마도 그래서 높은티어 사람들이 부캐파서 브실로 양학하러 가는 듯.

근데 나는 양학보다는 빡겜이 더 즐거움.

모두 긴장하면서 열심히 경기했을 때, 느껴지는, 뭐 그런 열정적인 분위기를 좋아함.

롤르가즘 ㅇㅋ? (그런데 진짜 좀 진지하게 말해서, 인생게임 할 때마다 섹스에 필적하는 쾌감이 느껴짐. 전쟁중독이 왜 벌어지는지 약간 이해됨.)

그래서 혹시나 실력이 더 올라갈 기미가 보인다면, 다이아도 가보고 싶음.

 

 

2. 아이번에 대한 몇 줄 생각들

아이번은 정글계의 이단아임.

정글러인데 정글몹을 공격하는 게 불가능하고, 딜템을 올려서 효율을 뽑아내는 게 소라카, 잔나보다 못한 수준임.

소환사 협곡의 거의 유일한 평화주의자인 셈이지.

그래서 현존하는 정글러들 중에 유일하게 마테체 업글을 안하는 메타를 가진 정글러이기도 함.

정글몹 잡는 추가경험치 때문에 첫템으로 부적만 사놓고는, 그 이후부터는 서폿템을 올림.

대략 1)기동신 2)성배 3)구원 4)솔라리 순서로 올라감. (브실골에선 템트리 때문에 종종 트롤로 오해받기도 함)

룬페이지도 비범함. 무려 이동속도 정수를 3개 박음. 여기에 기동신 신으면 매우 빠른 꺽다리가 되는 거임.

게임 끝나면 울팀 서폿보다 딜량 낮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님.

그래도 게임 자체는 꾸역꾸역 이김. 왜 그럴까?

흔한 오해들 중에, 사람들은 탑/미드/정글/원딜로 이뤄진 딜러가 4명에서 3명으로 줄고,

한명이던 서폿이 두 명이 되면 라인전이나 한타에서 불리할 것 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

그러나 데이터는 정반대의 결과를 알려줌.

단적으로 말해서, 주요딜러를 살리는 서폿이 두 명인 게, 서폿 하나의 딜러2명보다 더 좋음.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한데, 40-50분까지 게임이 흘러간 게 아니고서야, 코어템의 차이가 나기 때문임.

그러니까 마테체 업글에 똥신 하나 겨우 신은 정글러가 스킬쿨을 돌리는 것보다는,

1.5코어 나온 미드가 스킬쿨 하나 돌리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뜻임.

극단적으로 말해서 정글러는 미드탑의 서폿, 일종의 오피스와이프임.

시즌 5-6때, 그리고 지금도 그런 경향이 다분하지만, SKT정글러들도 보조적인 역할을 했음.

페이커가 매우 잘하는 선수인거는 사실이지만, 매번 벵기가 그 뒤를 잘 봐줬기 때문이라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고 봄.

지금 시즌의 공격적인 피넛도 캐리형으로 정글을 뛰지는 않음. 블랭크는 말할 것도 없고(B의 의지 ㅇㅋ?).

그런데도 SKT는 계속 이기고, SKT가 계속해서 정글러를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음. 그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임.

아이번은 이런 부분을 극단적으로 부각시킨 챔프임.

그래서 모두가 딜을 뽑아내야하는 후반으로 갈수록 승률이 떨어지는 거고.

또한 같은 이유에서 악착같이 게임을 비비는 법을 아는 프로들의 롤챔스에서 아이번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음. 후반가면 힘이 빠져버림.

반대로 25분까지 정글승률은 1위를 기록함. 상대정글이 그브든 뭐든 상관없음.

 

 

3. 티모장인과의 듀오를 추천함.

사람들의 잘 모르는 팁 같아서 알려줌.

아이번 같은 챔프는 탑티모장인이랑 듀오를 하는 게 효율성이 높음.

충챔으로 악명 높은 티모와 듀오를 하라고? 물론, 브실골은 해당사항 없음.

하지만 플래-다이아구간을 버티는 티모장인들은 우리가 아는 티확찢이 아님.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알려드림.

1)일단 현 탑메타는 탱메타임. 그리고 탱커들의 하드카운터가 티모임.

2)종종 탑에서 나오는 리븐충의 하드카운터도 티모임.

3)다리우스가 유체화를 들든 말든, 레넥톤이 아무리 헤엄을 치든 말든, 티모한테 라인전이 안 됨.

4)닌탑 뽑고 부터는 티모가 카밀도 이김.

5)쉔이나 클레드 같은 챔프들은 아예 라인전 자체가 성립하지 않음.

6)역카운터인 제이스나 판테온 같은 픽도, 요즘 새롭게 개발된 Q선마빌드로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해졌음.

7)고로 라인전에서 티모를 이길 수 있는 챔프는 드묾.

아프리카TV 같은데서 BJ들이 컨텐츠로 여는 장인대전 같은데서 티모가 높은 순위를 보여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음.

티모는 쓰레기가 아님. 티모를 픽하는 대다수의 인간들이 쓰레기일 뿐.

그리고 온갖 챔프들이 벽을 넘어다니는 플래티넘에서도 꾸역꾸역 티모를 고집하는 티모장인분들은, 물론 나는 정신적으로 강박증 같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내가 위에서 적은 부분을 충실히 숙지하고 있는 사람들임.

그래서 막상 티모장인과 게임을 하면, 의외로 탑라인전이 지는 걸 보기가 힘듦.

그리고 아이번과 티모가 죽이 잘 맞는 이유는, 아이번이 탑쪽 카정으로 게임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임.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야가 먹어지고, 이로써 티모에게 취약한 2-3랩갱이 막아짐.

반대로 아이번은 여유가 생김. 상대정글이 먹힌 블루를 만회하고자 억지로 탑미드를 찌르는 동안 역갱을 볼 수도 있고, 아니면 레드 쪽으로 뛰어서 다시 카정이 가능함.

게다가 집 갔다가 다시 정글캠프를 도는 순서가 탑이 되기 때문에 같은 일이 반복됨.

상대정글은 카정을 당했기 때문에 갱을 찌르거나, 혹은 정글동선이 꼬인 상태에서 비효율적으로 멀리 있는 정글몹까지 걸어가서 사냥을 해야만 함.

이 과정에서 귀환시간은 당연히 아이번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고, 이 말인즉 다시 리젠 되는 두꺼비나 늑대를 또다시 카정 당한다는 뜻임.

그리고 여기서 탑쪽 시야는 또다시 먹힘.

서폿이 탑까지 올라와서 와드 지워줄 여유는 없기 때문에, 속수무책임.

그럼 그동안 티모장인은? 탑쪽 시야가 계속 잡히기 때문에, 강점인 라인전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음.

이러면 상대정글이 탑커버가 강제되기 때문에, 미드봇이 헐렁해질 수밖에 없음.

이 타이밍에 미드로밍 데이지(R)로 봇다이브 치면, 사실상 상대편 봇이 막아낼 수가 없음.

티모장인들이 맨날 아군 정글러한테 짜증내는 건 같은 레퍼토리임.

“갱 안 올 거면 시야라도 잡아줘.”

바로 아이번이 이걸 해줄 수 있음. 1랩강제카정이라는 독특한 아이번만의 정글동선 때문에.

그래서 탑정글 듀오임에도 탑갱은 쥐뿔도 안가는 일이 벌어지며, 그럴수록 게임은 이기는 재미난 현상을 만날 수 있음.

만일 상대탑이 텔 타고 합류하면? 울팀이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한타를 중지하기만 한다면, 이게 바로 작전성공임. 이건 곧 탑포블이 나간다는 뜻이거든.

그리고 이러면 티모가 적정글 들어가서 버섯을 깔기 시작함.

시야가 잡히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정글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짐.

당해본 사람만 알지. 레드 먹고 있는 갑자기 은신하고 있던 티모가 공속업된 평Q평 날리는 공포를.

롤챔피언들 중에 8-9랩부터 스플릿 비슷한 걸 하는 기괴한 챔프가 몇이나 될까?

만일 작전이 제대로 안 풀렸다면?

이때도 게임을 꾸역꾸역 끌고나갈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음.

아이번 부쉬는 뒤편을 아예 검게 만들기 때문에, 상대방이 들어오는 걸 굉장히 부담스럽게 만듦.

그리고 티모 버섯은 방어전에 큰 효율을 발휘함.

티모로 게임을 끝낼 순 없지만, 끝내지 못하게 할 수는 있다, 이 말임.

티모장인들은 특유의 정신병이 있기 때문에, 이런 변태 같은 지연플레이를 매우 잘함.

 

 

4. 그런데 잘하는 정글은 변칙적이더라

당연한 말이지만, 티어가 올라갈수록 정글러들 두뇌가 매우 발달함.

골드랑 플래티넘이랑 이 부분에서 차이가 크다고 느껴짐.

솔직히 말해서, 스킬을 맞추는 능력에서는 큰 차이가 안 난다고 생각함.

근데 지능적으로 플레이하는 부분이 많아짐. 핑와낚시부터 드래곤설계까지 어떻게든 스노우볼을 굴려보려고 여러 가지 잔머리를 많이 굴림.

상대정글이랑 서로 역갱의 역갱을 보는 바람에 눈치싸움이 치열함.

그래서 오히려 갱보다는 서폿로밍이나 텔합류 타이밍으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더 많아짐.

빌어먹을, 브실골에서 텔은 라인복귀용이던데, 올라갈수록 버스터콜처럼 됨.

아이번 정글동선을 역으로 치거나, 어처구니없는 타이밍에 땅굴파는 경우도 종종 있음.

칼날부리보다는 바위게, 바위게보다는 적정글 들어가서 와드 하나라도 더 박고 나오는 게 더 절실해짐.

잘 몰랐는데, 진짜 시야 하나에 라이너가 죽고 삶. 귀환할 때마다 제어와드 무조건 사야함. 이걸 안 사는 게 트롤이다.

물론 여기도 혼자 뻘짓하다가 솔킬 따이고 채팅치는 등ㅡ신 같은 라이너들이 있음. 다만 브실골보다 그 수가 적을 뿐임.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듦.

브실골에선 정글러가 변칙적인 플레이를 해도, 심지어는 아군정글에서 싸움이 벌어져도

어째서인지 아군보다 적군의 합류속도가 더 빠를 때가 많았음.

그러니까 라이너들의 합류속도나, CS포기하고 합류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빠른 상황판단 등에서 차이가 커짐.

반복하지만 스킬 맞추는 피지컬이나 또는 라인관리 부분에서도 골드랑 플래티넘의 차이는 잘 모르겠음.

하지만 기본적인 틀 이상의 상황판단에서는 현저한 차이가 있음. 특히 라인전 단계가 끝났을 때부터 이 차이가 커짐. 아마도 올라갈수록 머리싸움인 듯.

정글러라서 그런지도 몰라도, 롤 한 게임 할 때마다 체스 두는 기분 같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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