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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누가 내 정글을 먹었을까?...LCK에서 카정이 늘어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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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피지지에서 졸렬의 대명사로 불리는 졸렬왕 해리입니다. 오늘은 잠시 졸렬함을 내려놓고 나름 똑똑한 콘셉트로 여러분께 정보를 전달해드리려고 합니다. 주제는 바로 카운터 정글링(이하 카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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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넛' 선수는 세트 평균 39% 카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출처 : 베스트지지)

 

며칠 전 베스트지지에서 선수들의 데이터를 둘러보던 중 흥미로운 지표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정글러의 카정 비중인데요. LCK 기준으로 지난 2016 서머 정규 시즌에 비해서 모든 정글러들의 카정 평균 지표가 무려 21%나 증가했더군요. 프로 대회에서 어떤 지표가 평균 20% 이상이나 증가했다는 점은 흘깃 보고 넘어갈 만한 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았고 지난해와 달라진 현재 메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세계 최고라 불리는 LCK에서 카정이 늘어난 이유,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금부터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카정? 상위권만 하는 거 아냐? : 응 아냐~

서문을 읽은 독자들 중 카정 지표에 의구심을 가지는 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대부분의 카정은 유리한 측에서 주로 하므로 상위권 팀 정글러만 좋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죠. 하지만 지표를 살펴보면 놀랍게도 이번 LCK 스프링 시즌에 나선 모든 정글러들의 카정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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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글러들의 카정 비율 (2월 28일 기준)

 

2월 28일 기준으로 LCK 공동 1위에 올라있는 kt 롤스터와 SK텔레콤 T1의 정글러 ‘스코어’ 고동빈과 ‘피넛’ 한왕호 선수는 각각 38%, 39%의 카정 비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상위권 팀이라서 높은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9위 진에어 그린윙스의 ‘엄티’ 엄성현 선수는 41%로 상위권 선수들보다 더 높은 카정 지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도표를 살펴보면 중위권 팀 정글러들도 세트 평균 35%에 육박하는 카정을 기록하고 있고요. 그 와중에 아프리카 프릭스의 ‘스피릿’ 이다윤 선수가 눈에 띄게 낮은 것은 아마 마형의 “그거 먹고 탑와~”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2. 시즌7 정글 캠프 개편 : 개체 수와 경험치 증가

모든 정글러들의 카정이 늘었다는 점을 확인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그 이유를 하나씩 찾아볼 텐데요. 먼저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시즌6을 마치고 프리 시즌을 거치면서 개편된 정글 캠프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 6.22 패치가 적용되면서 블루와 레드에 소위 말하는 ‘쫄’들이 사라졌죠. 대신 칼날부리가 2개 더 늘어났고 돌거북은 죽을 때마다 작은 애들이 새롭게 생겨나 총 10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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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 달라진 정글 개체 수

 

정글 몬스터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카정 비율 또한 오르게 되었습니다. 카정 비율은 자신이 사냥한 총 정글 몬스터 개수 대비 상대 정글에서 빼먹은 것을 계산하는 것이므로 개체 수 증가가 큰 영향을 주었죠. 카정할 때 맛있는 것은 레드와 블루지만, 상대적으로 더 자주 빼먹는 것은 칼날부리와 돌골렘이죠. 개편 후 총 22개의 정글 몬스터 중에서 상대방의 칼날부리와 돌골렘만 해치워도 총 16개를 뺏아 먹을 수 있습니다. 이는 지난 시즌 대비 엄청나게 증가한 양입니다. 기존에는 칼날부리와 돌골렘을 처치해도 총 6마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단순히 몇 마리 더 먹는 게 왜 중요하냐고요? 네, 중요합니다. 프리 시즌 패치를 겪으면서 개체 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사냥 시 얻는 경험치도 증가했기 때문이죠. 지난 시즌까지는 카정을 할 때 쫄 1마리씩을 남겨두기도 했는데요. 상대 정글의 리젠 타임을 늦추고 기분도 나쁘게 하며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었죠. 하지만 경험치가 오른 지금은 카정 때 쫄 1마리까지 모두 먹는 게 더 이득이죠. 이것 또한 카정 비율이 늘어나게 된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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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 시즌부터 생긴 이 녀석들도 카정에 영향을 주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살아있는 정글’ 추가도 카정을 용이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수정초를 이용해 상대 위치를 직접 발견하거나 혹은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게 됐고 체력이 적을 땐 꿀열매로 회복한 후 상대 정글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3. 지난 시즌말에 도입된 포블 : 라인 스왑의 실종

이번에는 시간을 조금 더 돌려 지난해 메타와 직접적으로 비교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2016년 서머 시즌에는 라인 스왑 메타가 아직 유행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많은 팬들이 지루하다고 평가할 만큼 한 번 라인 스왑이 진행되면 양 팀의 거의 모든 선수가 정해진 루틴대로 행동했습니다. 서로 탑과 바텀의 타워를 철거할 때까지 말이죠. 그 속에서 정글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극초반에는 갈 곳을 잃은 탑 라이너를 데리고 다니며 정글 경험치를 나눠주기까지 했죠. 특별한 변수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글러들은 상대와 마주칠 일이 드물었습니다. 마치 거울처럼 대칭된 루트로 정글 캠프를 돌았기 때문이죠. 오히려 불쑥 찾아와서 툭 툭 치고 가는 상대 서포터를 피해 다니기 바빴죠. 그 과정에서 상대방과 정글 캠프를 교환해서 먹는 경우도 있었지만, 양 측면의 타워가 철거되고 나면 다시 자신의 정글에서 주로 사냥을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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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까지 자주 볼 수 있었던 양 팀의 정글러가 대치된 모습 (출처 : 스포티비 중계 캡처)

 

그렇게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았던 라인 스왑 메타는 6.15 패치에서 첫 타워 철거 보너스, 일명 ‘포블’이 도입되면서 사라졌습니다. 먼저 타워를 철거해서 얻는 추가 골드량이 꽤나 짭짤한 덕분이었죠. 맞라인 구도가 되면서 정글러들이 할 수 있는 일도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라인 갱킹뿐만 아니라 혹여나 아군이 라인 솔로킬을 내면 그 주도권을 바탕으로 상대 정글에 쉽게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죠. 또한 짜인 동선대로 돌던 라인 스왑 때와 달리 자유롭고 창의적인 정글 동선을 만들어 카정을 더 쉽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4. 대세로 오른 초육식형 정글 챔피언 : 선빵필승

마지막으로 이번 스프링 시즌 1티어로 오른 정글 챔피언을 살펴보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픽률 1위에 올라 있는 카직스에 이어 엘리스, 렝가, 리 신 등 육식의 정점에 오른 챔피언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순간 폭딜이 가능한 이들 모두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바로 상대와 비슷한 성장 조건이라면 ‘선빵필승’이라는 것이죠. 육식 대 육식, 즉 창과 창 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근거만 확실하다면 과감하게 상대 정글에 들어가서 카정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혹은 상대 정글러의 예상 경로에 잠복해서 단숨에 잡아낸 뒤 마음 편히 카정을 다닐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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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먼저 치느냐의 싸움이다. (출처 : 스포티비 중계)

 

물론 지난 시즌6에도 무시무시한 포식자가 존재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니달리, 킨드레드, 그레이브즈가 있었죠. 하지만 프로 간의 공식 대회에서는 집중 밴을 당해 생각보다 많이 등장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올해 초 고정 밴 목록에 올랐던 렝가는 점차 풀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너프 이후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쓸만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죠.

한 번 주도권을 잡은 육식형 정글 챔피언의 파괴력은 지난 2월 19일에 열린 LCK 스프링 20일차 삼성 갤럭시와 진에어 그린윙스 경기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 칼날부리를 두고 인베이드 싸움이 살벌한데요. 두 팀도 경기 시작 직후 치열한 1레벨 싸움을 벌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하루’ 강민승 선수의 렝가가 2킬을 기록했죠. 기분 좋게 롱소드를 갖추고 정글을 ‘하루’ 선수는 연이어 탑 갱킹에 성공하면서 엄청나게 성장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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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자기 것인 마냥... (출처 : 스포티비 중계)

 

이때부터 정글은 렝가의 놀이터가 되어버렸죠. 상대 레드, 칼날부리 등 가리지 않고 모두 빼먹기 시작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하루 선수는 총 148개의 정글 몬스터를 사냥했고 그중 67개를 상대 정글에서 해치웠습니다. 즉 45%에 달하는 카정 비율을 경기에서 기록한 것이죠.

 

5. 변화를 지켜보는 재미 : LCK의 매력

지금까지 올해 LCK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카정 비율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처음 이 지표를 발견했을 땐 혹시 버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평균 지표가 20% 이상 늘었으니까 말이죠. 다른 직원과 함께 정말 사실인지 데이터를 여러 번 뜯어보기도 했죠. 거듭 확인한 끝에 데이터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타공인 세계 최고 리그인 LCK에서 아무 의미 없이 변하는 데이터가 없다는 점도 알 수 있었습니다. 패치에 따른 환경과 메타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었는데요. 변화하는 LCK에는 언제나 새로운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LCK를 시청할 땐 정글러 동선에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요? 만약 카정에 대한 번뜩이는 의견이 떠오른다면 댓글로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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