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 블로그
글: CACTOPUS & RIOT TAMGROS/디자인: NANCYMON
다음번에 정글에 갈 땐 살금살금 걸어 다니세요. 심술 두꺼비와 붉은 덩굴정령 뿐만 아니라 숲속의 몬스터 모두를 조심해야 합니다. 그 보들보들한 털과 오동통한 똥배, 포근해 보이는 무리 속에 무언가 무시무시한 게 도사리고 있거든요. 그들의 저 깊은 곳에는 냉혈한 살육의 본능이 자리 잡고 있으니까요.
매일같이 수많은 목숨들이 이 흉악한 야수에게 목숨을 잃습니다. 그럴 때마다 하늘에선 “처형되었습니다!”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이 부끄러운 죽음을 만천하에 공개합니다. 그렇다면 정글 몬스터에 정확히 얼마나 많은 목숨이 처형당하고 있는 걸까요?
데이터의 힘을 빌려 그 끔찍한 진실을 알아보았습니다.
정글 몬스터의 치명도를 비교하고자 일단 최근 프리시즌 중 각 정글 캠프의 처형 비율을 살펴봤습니다. 참고로 여기서 협곡 바위 게는 뺐습니다. 절대 아무도 죽이지 않는 착한 아이이니까요.
데이터 수집 방법
여기에 사용된 데이터는 북미, 서유럽, 북동 유럽, 터키, 한국, 브라질, 북 라틴 아메리카, 남 라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러시아의 랭크 게임에서 수집했습니다. 별도로 명시하지 않는 경우, 모든 데이터는 에픽 몬스터 계열을 제외한 정글 중립 몬스터의 처형만 포함합니다(즉, 포탑, 우물, 내셔 남작, 드래곤, 협곡의 전령에 의한 처형은 제외함).
2017 프리시즌에는 칼날부리가 전체 정글 몬스터 처형의 반 정도를 기록해 처형률 1위를 차지했습니다. 게임 기획 관점에서 보면 칼날부리가 가장 강한 몬스터일 자격이 있습니다. 맵 중앙에 가장 가까운 캠프이니까 카운터 정글링을 하려는 정글 사냥꾼에겐 지나칠 수 없는 사냥감일 테니 그만한 리스크가 있어야겠죠.
붉은 덩굴정령과 돌거북도 어리석은 정글 사냥꾼의 목숨을 꽤 많이 거두어가고 있죠. 반면 늑대는 겨우 1.94%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리고 심술 두꺼비에 당하는 경우는 아주 희귀합니다.
지금 본 건 2017 프리시즌의 데이터이고 저희가 갖고 있는 데이터는 2014 프리시즌까지 거슬러 올라가죠. 2014 프리시즌의 3.14 패치를 한 번 보시죠. 엄청나게 많은 서포터 아이템이 추가됐었네요. 그 전에 서포터들은 뭘 사서 플레이했었을지 상상도 안 되는군요.
프리시즌마다 비율이 크게 변하는 걸 볼 수 있죠? 이때가 주로 정글을 대대적으로 조정하는 때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몇 년에 걸쳐 붉은 덩굴정령과 칼날부리가 “리그에서 가장 위험한 정글 몬스터” 타이틀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돌거북이 2, 3위를 오가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2016 프리시즌에는 붉은 덩굴정령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라는 의문이 떠오르실 겁니다. 시즌 5 중반부터 2017 프리시즌까지 붉은 덩굴정령은 정글 사냥꾼의 조력 자살을 책임져 왔죠. 희생자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아래 데이터를 보면 2016 프리시즌에는 다른 해보다 비 탱커형 정글 사냥꾼의 처형이 크게 늘었다는 걸 알 수 있죠.
2016 프리시즌에 처형이 급증한 이유 중 하나로 당시 AP 정글 사냥꾼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걸 들 수 있습니다. 결국 AP 정글 사냥은 5.23 패치부터 6.1 패치까지 몇 번 상향을 받게 됐죠. 그 일환으로 룬 글레이브가 룬의 메아리로 교체됐습니다.
그리고 2016 프리시즌 때 문도 박사를 상대하는 게 끔찍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불쌍한 정글 몬스터들은 오죽했을까 생각해 보세요. 2016 프리시즌은 리그 오브 레전드 역대 유일하게 문도 박사가 중립 몬스터에 가장 많이 처형된 챔피언에 들지 않았던 시즌입니다.
시즌 5 중반에서 2017 프리시즌 사이 붉은 덩굴정령의 우세를 설명해 줄 이유는 하나 더 있는데, 사이온과 관련이 있죠. 이해를 돕기 위해 “비 정글 사냥꾼” 챔피언의 정글 처형률을 따로 나타내 봤습니다. 여기서 비 정글 사냥꾼이란 강타를 들지 않지만 정글에서 처형당하는 챔피언으로 정의했습니다.
아래 그래프에는 각 챔피언이 게임에서 정글 몬스터에 처형당한 횟수의 평균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평균은 각 챔피언이 정글 몬스터에 처형당한 총 횟수를 각 챔피언이 플레이된 총 게임 수로 나누어 구했죠.
사이온 플레이어들의 꾀가 엿보이네요. 4.18 패치에서 리메이크되자마자 사이온 플레이어들이 전략을 하나 개발해 냈죠. 바로, 적 붉은 덩굴정령에게 일부러 처형당한 다음에 기본 지속 효과를 이용해 덩굴정령을 사냥하고 라인으로 순간이동하면 게임 시작부터 2레벨의 이득을 볼 수 있는 전략이죠. 어떤 플레이인지 궁금하시다면 이 영상을 확인해 보세요. 문제없는 전략이지만 시즌 5 중반부터 인기가 시들해지기 시작했네요.
2017 프리시즌에는 신지드의 자살이 급증했는데, 최근 논란인 서포터 신지드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신지드가 정글에서 점점 더 자주 얻어맞고 다니는 것 같은데 이래도 팀원들은 괜찮다고 생각하려나 모르겠네요.
잡혀먹히는 걸 즐기는 플레이를 이야기하는 김에 어떤 정글 사냥꾼이 정글 몬스터에게 가장 많이 당하는지 이 자리에서 확실히 밝혀보죠. 앞선 사이온 그래프처럼 이것도 게임당 평균 처형 횟수를 기준으로 했지만 데이터는 2017 프리시즌으로 제한했습니다.
이렇게 영광의 1위는 니달리 플레이어가 차지했습니다. 평균적으로 게임 10번에 한 번은 처형당하는군요. 물론 실제 평균은 이것보다 조금 낮을 수도 있습니다. 한 니달리 플레이어가 한 게임에 여러 번 처형당하는 일을 벌이는 경우가 있어 수치가 높아졌거든요. 문도 박사가 상위권을 차지해야 마땅하지만 순위에 전혀 들지 못한 건 이번 프리시즌의 정글 플레이율이 아주아주 낮기 때문입니다.
순위권의 마지막은 아이번이 차지했습니다. 아이번이 정글 몬스터에게 처형당하는 일은 다른 플레이어가 몬스터를 도발했을 때밖에 없겠죠. 이 자연의 아버지는 게임 2천 번에 한 번꼴로만 정글에서 처형당합니다. 즉, 니달리 플레이어는 자살행위를 즐기는 트롤이고 아이번이 정글 몬스터에 목숨을 잃는 건 오차 범위 정도 수준이란 거죠.
한 10% 정도는 게임이 끝나갈 때 적 우물에 뛰어드는 무모한 짓을 해서 일어나는군요. 예상했다시피 포탑의 비중이 가장 높고요. 칼날부리가 내셔 남작보다 두 배는 더 많이 목숨을 앗아간다는 건 꽤 놀랍네요. 하지만 늘 그랬듯 다음 프리시즌으로 향해가면서 플레이어들은 칼날부리에게 당하지 않는 법을 배워가겠죠. 그리고 드래곤과 내셔 남작의 처형률이 생각보다 낮은 건 손에 넣으려는 경쟁이 치열한 목표물이라 챔피언이 처형되기보단 다른 팀에 처치당하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일 겁니다.
무시무시한 데이터 분석은 여기까지입니다. 업데이트된 클라이언트에서 리플레이 기능을 사용하고 계신다면 가장 민망했던 처형 순간을 함께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