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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인상 깊었던 '롤' e스포츠 뉴스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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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것만 같았던 2022년도 어느새 끝이 코앞이다. <롤> e스포츠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다 '쵸비' 정지훈이 젠지 소속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데 성공했으며, LCK는 DRX의 활약을 통해 롤드컵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2022년을 정리하며, 작성한 기사 중 인상 깊었던 이슈 몇 가지를 꼽아 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김동준 해설위원의 하차

 

관련 기사: 떠나는 김동준 해설위원이 그리운 이유


TIG 등의 매체에서 각각 온라인 플랫폼으로 <롤> 대회를 열고, 온게임넷에서 최초로 '롤 인비테이셔널'을 개최할 때부터 e스포츠를 봤다. 당시에는 화질도 지금보다 떨어졌고, <롤> 그래픽이 깔끔하지도 않았다. 솔직히 말해 저화질로 경기를 시청하면 한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너무나 재미있었다. 스마트폰의 데이터를 쪼개 가면서 저화질로 열심히 롤챔스를 봤다.

김동준 해설위원의 목소리 역시 오랜 기간 들었다. 당시만 해도 <롤>은 국내에서 생소했기에 전문성과 언변을 동시에 가진 해설자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소수였던 게이머와 팬들의 중론이었지만, <롤>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김동준 해설은 단기간에 단기간에 전문적인 지식과 <스타크래프트> 해설 당시부터 찬사를 받았던 판세를 읽는 능력을 더해 빠르게 게임 팬들이 <롤> e스포츠에 빠져들 수 있도록 했다.

단순한 해설을 넘어, <롤> e스포츠를 띄우기 위한 만능 엔터테이너의 역할을 맡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펜타킬이 나오면 그 누구보다 목청껏 연호했으며, 직접 <롤> 캐릭터로 분장해 망가지면서까지 팬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줬다.

특히 당시 커뮤니티에서 유행했던 '강팀준' 캐릭터는 경기를 즐기는 또 하나의 관람 요소가 됐다. 김동준 해설위원의 표정이 밝으면 '꿀잼준'이라 하며 경기의 수준이 높았다고 이야기하거나, 김동준 해설위원은 수준 높은 경기는 돈을 내고서라도 해설을 맡고 싶어할 것 같다는 등의 농담이 종종 나오곤 했다. 이런 소소한 농담거리들 역시 <롤> e스포츠를 즐기는 재미 중 하나였다.

김동준 해설위원은 2022년 6월 "일신상의 사유"를 이유로 LCK 해설위원에서 하차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익숙함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항상 아쉽다.


# 쵸비의 우승

  (출처: LCK)

관련 기사: 2022 LCK 서머 결승, 젠지 무관의 한 풀었다.


19그리핀을 좋아했고, 20DRX를 좋아했다. 두 팀의 코어는 미드라이너 '쵸비' 정지훈이었다. 솔로 랭크에서 폐관 수련을 하던 그를 '씨브이맥스' 김대호가 발굴해 성장시켰다. 승자 인터뷰도 어려워하던 소년은 어느 새 베테랑 미드 라이너가 됐다. 그런데 '우승'과는 이상하리만큼 거리가 멀었다. 꿈은 늘 코앞에서 좌절되곤 했다.

그랬던 쵸비가 데뷔 약 5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마지막 세레머니에서 보여진 카메라워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느 때보다 환한 표정과 함께 쵸비가 위를 올려다 볼 때, 마치 '성불'을 하는 것처럼 카메라가 전환됐다. 경기장을 수놓은 흰색 조명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후 쵸비가 2022 롤드컵에서 보여준 경기력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의견이 있었다. 기자 역시 어느 정도는 동의하나, 오히려 좋은 점도 일부 있다고 생각한다. 쵸비는 여기서 멈출 선수가 절대 아니다. 실수를 양식 삼아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선수다. 많은 팬들이 쵸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압도적인 실력도 있겠지만, 인터뷰와 게임플레이로 보여주는 남다른 마인드셋, 그리고 <롤>에 대한 철학이 더욱 크지 않나 생각한다.

 

# 북미의 몰락


그나마 이번 롤드컵에서 선방했던 북미 팀 'EG' (출처: LCS)

관련 기사: [롤드컵] 북미는 왜 몰락하고 있는가?


<롤> e스포츠 초창기 시절만 하더라도 북미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당연했다. 북미에서 <롤>이 먼저 나왔으니 따라가는 입장인 한국 <롤> 플레이어들은 북미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북미 랭커들의 플레이를 보며 공부했고, 이들이 한국 롤챔스에 찾아와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면 환호하곤 했다. '더블리프트' 피터 펭이 나이스게임TV가 주최한 '배틀로얄'에서 그레이브즈로 '허리 돌리기'라고 불리는 화려한 카이팅을 보여주자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됐던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북미는 최강급의 리그에서 '4대 리그 중 최약'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나마 '강팀'이라 부를 수 있는 북미 팀들은 아시아계 용병으로 로스터를 꽉꽉 채웠다. 최대 성과 역시 롤드컵 4강, MSI 준우승 기록이 한계였다. 국제 대회 우승과는 너무나 멀어졌다.

북미 역시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리그 규정을 신설하고, 2부 리그에 투자하고, 넒은 땅으로 인한 핑 문제를 해결하고자 프로 선수들을 위한 '챔피언스 큐'를 도입하는 등 여러 시도를 했다. 늘 "그래도 내년에는 다르다!"라는 기대감도 어느 정도 줬다. 하지만 2022 롤드컵에서는 3승 15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으며 그런 기대조차 무색해졌다.

파장은 컸다. 특히 1세대부터 활동해 온 프로 선수들의 애증 섞인 비판이 많았다. 그들이 쓴 소리를 던지면서도 이토록 북미 리그에 대한 희망을 찾으려는 이유는 아마도 첫 번째 문단과 맞닿아 있을 것이다.

트위치TV가 스트리밍 플랫폼의 '대세'가 아니었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당시에는 여러 플랫폼에 흩어져 있는 북미 랭커의 방송을 찾아가 보거나 TSM이 운영하던 웹사이트에서 영어 공략을 보는 것이 게임 실력을 올리는 정석으로 통했었다. 이렇게 1세대 선수들이 소환사의 협곡에 첫 발걸음을 내딛을 때만 해도 '강호'로 통하던 지역이 수 년째 몰락한 상태로 신음하고 있으니 아쉬운 마음이 누구보다 컸을 것이다.

더불어, 북미 리그 역시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어야 경쟁과 흥행을 통해 <롤> e스포츠 생태계가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는 점도 놓칠 수는 없다. 


# <롤> e스포츠 매니저, 언젠간 LCK 버전 나올 수 있을까?


 관련 기사: 공식 '롤' FM 드디어 등장! 'LoL e스포츠 매니저' 체험기


<롤> e스포츠가 큰 인기를 얻고 역사가 쌓이면서 "<롤>가지고 <풋볼 매니저>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면 안 될까?"와 같은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15년도 마린, 13년도 페이커, 17년도 룰러 등 자신이 생각하는 전성기 시절 선수로 팀을 꾸려 경기를 할 수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것.

이런 와중 라이엇 게임즈의 모회사 텐센트에서 공식 e스포츠 게임을 내놓았다. 바로 22년 7월 20일 중국에 출시된 \<LoL e스포츠 매니저>(현지명 <英雄联盟电竞经理>)다. 약 19년부터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여러 이유로 출시가 연기되다 드디어 팬들의 성원에 응답한 것이다.

다만, \<LoL e스포츠 매니저>는 중국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다. LPL를 무대로 한 만큼 다른 지역에서 서비스하려면 리소스 상당수를 재작업해야 하며, <롤>을 바탕으로 한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은 전례가 없는 만큼 시스템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많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 "이것이 롤이다"


(출처: LCK)

관련 기사 : [롤드컵 칼럼] 이것이 롤이다


마지막으로 선정한 뉴스는 DRX의 2022 롤드컵 우승이다. 워낙 많은 화제가 된 만큼 이야기하기 진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롤드컵은 지금까지 <롤> e스포츠가 만들어 온 이야기의 집약체라 할 만 했다.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여러 팀으로 흩어졌던 '20DRX' 선수들이 모두 롤드컵에서 재회하게 된 것과, 롤드컵 진출조차 불투명했던 '22DRX'와 10년 간 롤드컵과 인연이 없었던 '데프트' 김혁규가 우승에 성공하는 등 '스포츠'에 걸맞은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화려한 슈퍼플레이나 극한의 픽밴 심리싸움, 초창기 <롤> e스포츠와는 비교도 안 되게 발전한 전략전술도 분명 이번 롤드컵이 보여준 좋은 모습이겠지만, 결국 스포츠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이야기다.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처럼공정한 환경 속에서 사람의 노력으로 탄생하는 '극본 없는 드라마'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칼럼에서는 일본 경마의 이야기에 빗대 이번 롤드컵이 가진 의의를 설명했다. 사실, 경마에서는 '도박'이란 요소를 완전히 지워 버릴 수 없기에 자칫하면 잘못된 비유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글을 쓰고 싶은 욕구를 막지는 못했다. 결국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이야기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에선 두 사례가 비슷한 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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