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리그오브레전드

온라인 713

격동의 '롤' 프리시즌, 기대와 불안 사이

조회수 8,114댓글 9추천 191

"자 모두 눈을 감고... 마피아는 제발 고개를 들지 마세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랭크 게임에 매칭된 4명의 아군에게 외우는 주문입니다. 익명화로 인해 생긴 주문이죠. 익명화 패치로 인해 더 이상 사전 구성 단계에서 아군의 이름을 알 수 없으니 아군이 그저 중간에 나가지 않기를, 혹은 운전수의 멱살을 잡지 않길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기도문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지금까지 진행된 패치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 진행될 패치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만족스러운 변화도 있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배고픕니다. 협곡이 더 공정해지고 순수한 실력 경쟁의 무대로써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죠. /주보국 필자(Amitis),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너무 부족하거나 너무 지나친 정보는 혼란을 가중시킨다


프리시즌에 도입된 시스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앞서 소개했던 익명화입니다. 이름을 가린 것뿐이지만 체감 상 많은 정보를 잃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죠. 10명 모두가 본인과 듀오를 제외한 나머지가 게임에 들어가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것은 동일하니까, 문제가 없는 걸까요?

일단 친구라고 합시다. (출처: 라이엇)


사전 구성 단계에서 협곡에 들어가는 동안 게임에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도입한 익명화는 상처를 가리는 부분에 집중했습니다. ‘트롤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죠. 완전히 틀린 가설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트롤은 항상 우리 편에 더 많이 있는 느낌이 들죠. 수치상으로 구분하기는 어렵긴 하지만요.

그렇다고  전적 검색을 통해 개인의 판단으로 트롤인지 아닌지 이진법으로 구분하는 기존 방법이 건전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데이터가 너무 많아 사연이 있는 전적이 '트롤러의 전적'으로 오해받아 마녀사냥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했으니까요. 게임을 망치는 유저를 등에 업고 게임을 끝내려 하다가 데스가 많아졌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었을 겁니다. 억울하게도 우물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부리는 트롤러의 KDA가 더 좋은 경우가 그렇죠.

이런 상황을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는 ‘통합 계정 숙련도 정보 제공'은 어떨까요? 이미 많은 유저들이 부계정을 활용하고 있고 특정 챔피언을 극에 달한 수준으로 다룰 수 있지만, 부계정을 활용한다고 해서 실력이 줄어들진 않기 때문에 공유된 숙련도는 계정이 달라도 바뀌지 않는 데이터기 때문이죠.

숙련도 데이터는 어떨까? (출처: 라이엇)


또한, 랭크 게임에서 메타의 흐름도 중요하지만 플레이어의 챔피언 숙련도가 게임의 승패에 영향을 더 많이 미치는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군이 픽창에 니달리를 올려 뒀을 때 OP.GG에서 전적을 확인해보려고 했던 것은 ‘숙련도가 상당히 많이 요구되는 챔피언을 얼마나 해봤을까'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으니까요.

두 번째로 초보자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추천 시스템을 이야기해 봅시다.

<롤>이 서비스 기간이 10년이 훌쩍 넘었기에 자연스럽게 '고인물'이 돼버린 유저들이 많아진 점은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롤을 새롭게 해보고 싶은 유저의 유입이나 오래전 협곡을 떠났지만 향수를 느끼고 돌아온 유저가 느끼는 진입 장벽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유저의 유입은 롤이 지속되기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라이엇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먼저 다른 포지션에 비해 자유도가 높아 어려웠던 포지션인 정글의 난이도를 낮추는 패치를 진행했죠. 정글러의 캠핑 동선을 알려주는 알리미 시스템을 도입했고, 캠프 처리를 손쉽게 도와주는 펫 시스템을 가져옴과 동시에 숙련된 정글 유저들이 주로 활용하던 두 캠프를 동시에 잡는 전략을 제한했습니다.

정글 포지션의 저점을 높이고 고점을 낮추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죠. 확실히 정글 포지션을 처음 하게 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캠핑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 패치는 적절한 개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펫 시스템 도입 또한 진입 장벽을 낮췄다. (출처: 라이엇)


하지만 스킬 트리 추천은 아직 느낌표보다 물음표가 더 많이 남아있다는 평가입니다. 롤에는 상성이 존재하고 어떤 스킬을 활용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라인전 구도가 잡히는 경우가 많죠. 무조건 Q부터 혹은 다른 스킬부터 찍으라는 추천은 운에 따라서 ‘운이 좋으면 덜 맞고, 안 좋으면 많이 맞으면서 배워라’의 돌려 말하기가 될 수 있습니다.

패치 별 추천 스킬트리가 바뀌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좀 더 체계적일 필요도 있다 (출처: 라이엇)


이에 대해선 추천 시스템을 세분화하여 ‘장인의 추천 시스템'과 ‘일반 추천 시스템'을 구분하여 켜고 끌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좀 더 유저가 원하는 시스템일 수 있습니다. 패치에 따라 많은 요소가 톱니바퀴처럼 연동되어 영향을 받는 시스템에서 매번 같은 스킬을 추천하는 것은 고민의 시간을 단축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순 있지만, 챔피언의 숙련도를 높이는 데에는 제한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추천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은 기존 유저들에게 혼동을 주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이를 끌 수 있도록 하는 편의성 개선도 혼동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교차 시스템 간편화와 도입될 시스템의 향방은?


다음으로는 12.23 패치와 동시에 공개된 개발자 서신을 살펴보겠습니다.

서신에 따르면 다음 시즌 티어 승급전 요건은 5전 3승에서 3전 2승으로 낮춰 대전에서 표시되는 랭크의 영향을 낮춘다고 합니다. 상세한 이유는 이후 개발자 코멘터리로 다시 언급하겠다고 했지만, 라이엇도 지금의 티어 시스템은 유저들의 실력을 적절하게 대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죠. 아무래도 22년도 시즌의 공정한 경쟁 구도를 깼던 ‘생배낮듀'의 스노우볼이 생각보다 훨씬 큰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티어가 갖는 의미가 더 옅어질 것 같은 변화 (출처: 라이엇)


서신에 따르면 대부분의 유저가 시즌 중반부에 목표로 하는 티어를 달성하고 난 후 그 다음 단계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없는 문제를 해결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목표로 정한 티어를 달성하고 난 후 부계정으로 플레이하는 것은 라이엇이 추구하는 랭크 게임의 핵심 목표가 아니라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부계정을 포함해 한 유저당 5개의 계정을 만들 수 있도록 유지한 것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습니다. 22년도 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부계정은 정확히 어떤 용도로 활용하라고 정의한 시스템이 아니었기 때문에 유저마다 다양한 목적으로 계정을 활용했고 건강한 효과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측면이 더 부각됐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차기 시즌에는 총 2번의 랭크 게임 스플릿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초기화가 두 번으로 늘어난 셈이죠. 이를 통해 목표 의식을 재고하며, 좀 더 랭크 게임의 핵심 목표에 근접한 현상을 유도하겠다고 언급했는데요. 과연 다가올 변화가 랭크 생태계에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다음 시즌엔 승리의 스킨도 2개? (출처: 라이엇)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