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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룰러’, 원딜 시장 뒤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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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러’ 박재혁이 시장에 나왔다. 소속팀은 룰러 없는 2023년을 대비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9개 팀을 비롯한 전 세계 ‘롤’ 프로팀들은 ‘룰러’라는 예측 밖의 매물에 너도 나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삼성 - 젠지를 관통하는 프랜차이즈 스타, LCK 최고의 원거리 딜러, 롤드컵 1회 우승이라는 확실한 증명, '룰러 엔딩'이라는 원거리 딜러에게 주어진 최고의 별명까지. 룰러의 시장 가치를 뒷받침하는 수많은 수식어는 더 열거하는 것이 불필요할 만큼 즐비하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야기기했듯 룰러는 “시장의 평가”를 콕 집었다. 자신의 가치가 과연 시장에서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던 룰러의 바람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룰러가 바라는 대로 시장은 흘러갈까? 시장의 판세는 내년에도 룰러를 반길 수 있을까? /장태영(Beliar) 필자,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출처: LCK)


# 역동적인 리그 환경, 룰러는 여전히 매력있는 원딜

  LCK는 2022시즌을 통틀어 가장 큰 변화를 보인 리그였다. 

4대 리그 기준, 스프링 시즌에서는 34분 07초로 가장 뒷심이 질긴 리그를 대표했지만, 오히려 서머 시즌에서는 가장 경기 시간을 많이 줄인 리그(32분 58초, 1분 9초 감소)가 됐다. 내구도 패치 이후 가장 호전적인 리그라 불리는 LPL이 고작 10초밖에 줄이지 못한 환경에서 LCK는 1분이 넘는 시간을 줄여냈다.

LCK 리그 환경이 이처럼 역동적으로 변화한 데에는 DPM(분당 챔피언 대미지 평균)의 영향이 크다. LCK가 스프링에서 팀 평균 1819의 대미지를 넣은 반면, 서머에서는 팀 평균 1988의 대미지를 넣었다.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대미지가 쏟아졌다는 것은 LCK 10개 팀이 모두 안정적인 라인전보다 갱킹과 한타 중심의 경기로 ‘속전속결’을 지향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리그에서 가장 오래 경기했던 DRX가 롤드컵에서 우승한 사례로 미루어 볼 때 어느 것이 맞다 틀리다를 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리그를 관통하는 메타는 더 빠른 타이밍에 더 강력한 챔피언을 보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팀에서 대미지 비중이 가장 높은 포지션인 원거리 딜러의 특성 상 딜량의 우상향은 1) 역동적인 리그 환경에 적응하는 선수, 2) 빠른 성장을 바탕으로 팀을 이끌 역량이 충분한 선수를 가리키기에 충분하다.

아래는 2022시즌 전체 원딜 포지션에서 스프링-서머 간 기록한 DPM 값을 비교한 그래프다.  

‘프린스’ 이채환을 영입한 리브 샌드박스의 약진이 크게 두드러지는 가운데, 룰러는 ‘덕담’ 서대길(+108) 다음으로 많은 딜량 상승을 보였다(+87). 하지만 성장력을 뒷받침하는 여러 지표에서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10분 간 CS 수급 차이(CSD)에선 프린스가 서머 시즌 7.8로 가장 높은 수급 수준을 보였지만, 룰러는 오히려 -0.7로 평균에 근접한 모습을 보였다. 스프링에서도 이러한 모습은 동일했다(0.7). 경험치와 골드 수급은 스프링 기준 각각 5골드와 -31로 평균보다 못 미치는 수준을 보였지만, 서머 시즌에서는 172골드와 88로 큰 향상을 보였다. 종합하면 CS 수급보다 라인전 킬 관여로 더 빠른 성장을 도모했다는 의미가 된다.

10분 동안 유의미한 차이를 내는 방법은 단연 선취점 획득 관여율(FB)과 포탑 방패 채굴(PPG)에 달려 있다. 포탑 방패 채굴이 대개 팀 파이트 지표로 여겨지는 만큼 개인 지표 차원인 FB% 중심으로 바라보면 스프링 시즌은 단연 구마유시의 잔치(33%)라 할 만큼 돋보였다. 하지만 서머시즌은 스프링 시즌과 달리 ‘구마유시’ 이민형이 약간 주춤하는 사이(33%→30%), 덕담(34%)과 룰러(33%)가 자신의 지표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며 LCK 판을 삼등분했다[덕담 (24%→34%) / 룰러 (26%→33%)].

덕담과 룰러의 차이는 앞서 소개한 CSD, DPM과 연관해 해석할 때 큰 차이를 보인다. 덕담은 선취점 관여도가 크게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0분간 유의미한 격차는 벌리지 못한 반면(-29골드, 50), 룰러는 선취점 개입 빈도도 커졌을 뿐더러, 자신의 성장 격차를 벌리는 데 온전히 활용한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물론, LCK에서 포탑 방패 채굴 평균 개수가 1개 이상 증가한 팀은 젠지(4.35→5.64)뿐이란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룰러의 팀내 골드 비중은 최근 5년 간 가장 낮아지고(26.7%), 10분 간의 골드 차이 역시 최근 5년 중 2번째로 낮았다(81골드, 최저: 2018년 32골드). 반면 분당 대미지 평균은 반대로 지난 시즌 대비 123을 끌어올리며(505→628), 커리어 하이를 기록해 젠지의 ‘룰러’라는 차원보단, ‘룰러’ 박재혁이라는 선수 자체가 도드라진 시즌라고 볼 수 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커진 씀씀이를 경계하는 LCK, 룰러의 희망은 이뤄질 수 있을까?

  문제는 LCK 리그 전반에 지출 규모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즐비하다는 점이다. 

과거와 달리 LCK의 지출 규모는 LPL에 비견될 만큼 커졌다. 리브 샌드박스의 정회윤 단장은 “올 한 해 지출액이면 2~3년 전 슈퍼팀을 꾸릴 수준”이라는 언급을 공개적으로 표한 바 있다. 그간 LCK는 프런트나 관계자 차원에서 지출 규모나 씀씀이에 대해 언급을 꺼려왔다.

자칫 타 팀보다 적게 쓴다는 이미지는 팬들에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고, 장기적으로는 팀의 운영 의지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까지 심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이유로 관측되어 왔다. 하지만 프랜차이즈화가 된 2021년 이래로, LCK 가맹 팀들은 수익성에 대한 깊은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출해왔다.

LCK가 도입한 로컬 유스 대상의 이적료 도입은 가맹 팀들의 수익성에 관한 우려를 덜어주기 위한 사무국의 자구책이었다. 공인 에이전트의 도입 역시, 에이전트의 도입 이후 폭증할 연봉 규모보다 ‘시장에 대한 규제’라고 LCK 사무국 측은 Q&A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가맹 팀들의 지출구조 안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이어지는 가운데, 팀 차원에서도 연봉 규모의 현실화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룰러는 젠지와의 상호 계약 해지 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돈보다는 평가’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시장은 평가보다 돈을 얘기하며 룰러의 희망과 반대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줄곧 LCK 주전들의 연봉 인상을 초래했던 대표적인 이유였던 LCS와 LPL의 열띤 구매 의지가 예전보다 못하다는 것도 달갑지 않은 환경이다. 룰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국외 리그에서도 이어진다면 룰러에겐 자연히 LCK 잔류를 위해 높은 평가를 바랄 명분이 생긴다. 하지만 LCS는 구단 내부 이슈로 리딩 클럽들이 지갑을 하나 둘 닫고 있다. ‘도인비’ 김태상은 개인방송을 통해 “LPL은 (한국의)S급 선수들이 풀리면 놓치지 않겠지만, 팀들의 사정이 복잡해 A급 선수도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언하기도 했다.

룰러의 1순위는 여전히 LCK로 알려져 있다. LCK 팀들의 연봉 다이어트 의지와 달리 일부 팀들은 ‘룰러라면…’ 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기에 충분해 보인다.

물론, 원딜의 수요가 없는 팀도 존재한다. T1은 구마유시와 2023년까지 계약이 체결되어 있어 원딜 포지션의 수요가 전무하다. 담원 기아의 경우 지표 상으로 룰러 못지 않은 덕담을 보유하고 있다. 만일 룰러로 교체할 경우 발생하는 막대한 연봉 지출을 감당할 각오를 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쇼메이커’ 허수와 ‘캐니언’ 김건부의 연봉 뿐만 아니라, 서머 시즌을 앞두고 재영입한 FA ‘너구리’ 장하권의 연봉도 막대하다.

DRX는 이미 ‘데프트’ 김혁규가 롤드컵 우승 후, 현역 생활 1년 연장을 공표한 만큼 잔류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KT는 코치진 구성부터 조용히 꾸리면서 정중동(靜中動)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리브 샌드박스와 프레딧 브리온은 룰러를 영입할 의사가 있는 팀이라 하기에는 다소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브 샌드박스는 지난 시즌 LCK의 또다른 미라클 런을 보여줬던 김목경 사단을 모두 교체해버렸고, 프레딧 브리온은 팀에서 중심을 잡던 베테랑 ‘엄티’ 엄성현과 결별하며 사실상의 세대교체를 선언한 상황이다. LCK 서머를 빛낸 원딜로 꼽히는 프린스를 붙잡을 노력을 앞둔 리브 샌드박스와 달리, 프레딧 브리온은 소위 ‘슈퍼팀’ 구성을 목표로 하지 않는 이상 룰러의 영입만으론 다가오는 시즌에서 전력의 갈증을 크게 느낄 가능성이 높다.

롤드컵의 메타가 차기 시즌에서 격변한다고 하더라도 특유의 안정성이 돋보이는 농심의 원딜 ‘고스트’ 장용준 역시 바텀 라인전의 안정화를 생각하면 쉽게 놓아버리기엔 어려운 카드다.

스토브리그가 본격 개막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이다. 룰러의 희망은 그의 바람대로 이뤄질까?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룰러 엔딩' 룰러는 과연 스토브리그를 '룰러 리그'로 만들 수 있을까? 2023 시즌을 앞둔 겨울을 수놓을 큰 지평선을 그리기 위한 눈금자의 획은 이제 막 점을 찍었을 뿐이다.

(출처: L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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