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승, 15패.
프로야구의 한 시즌 다패(敗)왕 성적이 아니다. 이번 2022년 롤드컵에서 기록한 북미 리그 LCS 소속 3개 팀(C9, 100 씨브즈, EG)의 최종 성적표다. ‘0-6’이라는 밈을 만들며 허망하게 무너졌던 2020년의 TSM을 제외하면 그간 LCS는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속담처럼 "그래도 내년에는!"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작년만 해도 분전하는 한 팀(C9)과 마지막까지 8강 토너먼트 진출을 노리며 4자 동률을 이끌었던 저력(TL)이 있었다.
이 모든 일들은 과거가 됐다. 현실은 ‘회광반조’였다. 하늘이 저물기 전 잠시 보였던 한낱 반짝임이었다. 대체 이토록 북미팀들이 부진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모든 결과에는 저마다의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그룹스테이지가 마무리된 지금, 북미를 위한 변호이자 북미를 위한 쓴소리를 던져본다. /장태영(Beliar) 필자,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이번 LCS의 롤드컵 부진에 대해 누구보다 가슴 아픈 심정으로 인터뷰와 함께 자료를 지원해 주신 익명의 북미 팬 2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1. 예견된 부진, 누구도 왕좌에 어울리지 않았다
LCS는 2022년 시즌을 앞두고 큰 변화를 맞이했다. 우선 북미 리그의 대표적인 리딩 클럽 중 하나인 팀 리퀴드(TL)가 '안드레 길로또' 감독을 앉히며 소위 ‘북미판 슈퍼팀’을 꾸렸다. ‘브위포’ 가브리엘 라우, ‘산토린’ 루카스 라센, ‘비역슨’ 쇠렌 비에르, ‘한스 사마’ 스티븐 리브, 그리고 ‘코어장전’ 조용인까지. 이름값만 놓고 보면 북미나 유럽에서 끌어모을 수 있는 최강의 라인업을 꾸렸다고 볼 수 있다.
C9도 나름의 대책을 강구했다. 감독으로 경험은 없지만, 재야의 인스트럭터로 입소문이 났던 ‘LS’ 닉 드 체사레를 선임했고, ‘써밋’ 박우태를 시작으로, ‘블래버’ 로버트 후앙, ‘퍼지’ 이브라힘 알라미’, T1 아카데미 출신의 원거리 딜러 ‘버서커’ 김민철로 맞불을 놓았다.
또다른 리딩 클럽인 ‘TSM’은 시즌을 앞두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차원에서 LPL ‘2군’ 출신 미드 라이너와 서포터를 데리고 왔다. ‘후니’ 허승훈과 ‘스피카’ 루밍이의 잔류를 중심으로 미국 국적을 가진 '택티컬' 에드워드 라를 제외하면 LCS의 LPL팀이라고도 불릴 수 있는 로스터를 짰다.
TSM의 2022년 로스터
앞선 세 팀에 비하면 이블 지니어스(EG)의 변화는 미미했다. ‘지주케’ 다니엘레 디 마우로와 이별하고 ‘조조편’ 조셉 준 편을 과감하게 1군 미드라이너로 기용하는 결단을 내렸다. 여기에 유럽에서 검증된 정글러 ‘인스파이어드’ 카츠페르 스워마, 북미에서 잔뼈가 굵은 서포터 ‘벌컨’ 필립 라플레임을 데려오며 대응했다. 디펜딩 챔피언인 ‘100 씨브즈’는 아예 복한규 감독의 지도 역량과 팀 내 케미스트리만을 절대적으로 신뢰라도 한 듯, 로스터 변화 없이 시즌을 치르겠다고 천명했다.
여기까지 보면 전형적인 자본력의 LCS라는 생각이 들만큼 돈을 쓸 팀은 화끈하게, 아낀 팀도 LCS답게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 씀씀이를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시즌이 돌입한 뒤였다. 시즌이 시작된 지 채 몇 주가 지나지 않아 C9에서 ‘LS’를 해고했다. 이유조차 대외적으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TSM에서 터진 ‘선수 브로커’ 파문은 TSM의 과감한 시도에 찬물을 끼얹었다. 2022년 3월 TSM은 코치 '피터 장'을 "이해 상충 및 비윤리적 관행"을 이유로 해임했는데, 해외 e스포츠 매체 'dexerto'에 따르면 피터 장은 대가를 받고 브로커 역할을 하며 중국 및 대만 선수를 TSM으로 영입했고, 구단 소속 직원들에게 거짓말로 돈을 빌리는 등의 행위를 저질렀다.
피터 장은 의혹을 부인했지만, 어찌 되었던 TSM은 더 이상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왔음을 대내외적으로 선포해 버린 셈이 됐다. 결국 소위 머니게임을 벌였던 TL과 C9의 2강 구도는 스프링 페넌트레이스에서 고스란히 재현됐다.
이미 성적이 추락하던 TSM에게 '사형 선고'를 내려버린 브로커 파문 "TSM,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다"라는 농담은 빈말이 아니게 되었다. (출처: TSM)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업셋이 연이어 터지며 평균 연령 21.2세의 꼬꼬마 군단 EG가 우승을 해버리는 '예견된 이변'이 발생하게 된다. 예견된 이변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TL과 C9의 불협화음을 예상한 전문가들의 목소리엔 EG의 활약상을 기대하는 염원이 대개 실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꼬꼬마 군단 EG 선수들은 재능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단지 생각보다 조금 일찍 다가온 황금빛 미래 때문인지 큰 기대가 화로 다가왔을 뿐이다.
서머를 앞두고 다른 북미팀에게선 또 다른 패착이 발생했다. 급히 시즌 중 감독을 바꿨던 C9가 결국 서머를 앞두고 다시금 로스터 대변혁을 감행한 것이다. 부진했던 서포터 라인업을 대체하기 위해 ‘즈벤’ 제스퍼 스베닝슨을 아카데미에서 콜업해 서포터로 포지션 변경을 시도했다. 탑에서 미드로 포지션을 바꿨던 스프링의 ‘퍼지’가 못내 아쉬웠는 듯, 스프링 MVP를 차지했던 ‘써밋’을 과감히 내보내고 다시 ‘퍼지’를 탑으로 올리는 결단을 내린다. 그리고 북미 전역을 대표하는 미드라이너 ‘젠슨’ 니콜라이 옌센을 영입했다.
이런 TSM의 부진, C9의 급격한 노선 변경 등의 스노우볼은 서머에서 완전히 터져버렸다. 스프링에서 대반전을 이뤘던 EG는 보란듯이 페넌트레이스를 우승하며 로얄로더의 탄생을 알렸고, 변화 없이 안정을 택했던 100 씨브즈는 오히려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듯 2위의 호성적을 올렸다.
조조편을 중심으로 활약한 EG (출처: LCS)
반면,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던 TL과 C9은 3위와 5위를 차지하며 자존심을 구겼고, TSM은 스프링 9위에 이어 서머도 7위를 차지하며 일찌감치 롤드컵과 담을 쌓았다. 사실, 여기까지도 나쁘지 않은 신호라 해석해볼 수 있다. EG판 ‘명랑소녀 성공기’처럼 보이기에 적당한 스토리라인, 적당한 조연들의 뒷받침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선발전 첫 테이프부터 C9에게 일격을 얻어맞은 EG가 패자조로 떨어지는가 하면, TL 역시 패자조로 떨어진 EG에게 화풀이를 당하며 결국 홈에서 펼쳐지는 롤드컵과 작별했다. 문제는 패자조 결승을 앞두고 터진 ‘대니’ 카일 사카마키가 개인사로 인해 로스터를 이탈한 것이다. 대니의 빈 자리는 2군에서 승격된 ‘카오리’ 무하마드 핫산 센튀르크가 대신했다.
결국 100 씨브즈에게 EG는 발목을 잡히며 LCS 3시드를 확보하고, C9은 어부지리로 챙긴 승자조 결승 슬롯을 끝까지 유지하며 LCS 1시드, 100씨브즈는 2시드를 챙겼다. EG를 중심으로 재편될 듯했던 흐름이 갑작스레 C9가 왕좌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상황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처럼 수많은 파문과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이 있었던 LCS의 2022년은 한 마디로 ‘혼돈 그 자체’ 였다. 너도 나도 최강을 앞세웠지만, 용두사미에 그쳤다. 모두 이름만 최강일 뿐, 최강과는 거리가 먼 경기력으로 왕좌 나눠먹기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EG 1황으로 정리될 듯한 판이 결국 1시드에서 3시드까지 저마다 시드와 어울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이며 마무리된 상황에서 롤드컵을 맞이한 북미였다.
#2. 떨어지는 인기, 더 이상 북미는 마르지 않는 샘이 아니다
이처럼 북미의 경쟁력과 경기력이 모두 떨어지는 동안, 곳곳에서 장기적인 경쟁력의 위험 신호들이 터져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뷰어쉽(시청자수) 였다. 2021년 LCS 사무국은 스프링의 경쟁력이 국제 무대에선 쓸모가 없다는 자체적인 판단으로, 전 세계 모든 리그가 두 개(스프링, 서머)로 나눠서 운영 중인 리그를 단일 시즌으로 병합해버렸다. 이 판단은 결국 부진한 팀에겐 크나큰 페널티를, 우월한 팀에겐 상대적 안위를 보장해주는 패착이 됐다. 결국 LCS는 2022년에 기존 포맷을 다시 복귀시켰다.
식어버린 관심은 결국 2022년 뷰어쉽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자국에서 벌어지는 롤드컵을 앞두고 스프링 시즌 LCS는 피크 뷰어쉽 38만 7000, 평균 뷰어쉽 12만 3000으로, 완전히 기대치가 바닥으로 치달았던 LCS 서머 2021 수준보다 못 미친 기록을 보였다. 서머 시즌은 더 참혹했다. 피크 뷰어쉽 37만, 평균 뷰어쉽 11만 5000으로 역대 최저점을 갱신했다. 이처럼 LCS의 뷰어십은 나날이 하락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LEC는 피크 뷰어쉽 73만, 평균 뷰어쉽 21만 뷰를 기록하며 인기 고공행진을 달렸고, LCK의 뷰어쉽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만큼 연이은 최고점 갱신을 이어갔다.
롤드컵 플레이-인에서 나름 열정적인 경기력을 보였던 LOUD(라우드)의 소속리그인 CBLOL(브라질)은 같은 기간 피크 뷰어쉽 33만, 평균 뷰어쉽 10만을 기록하며 잠재적인 LCS의 경쟁 리그로 치고 올라왔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제 LCS는 PCS, VCS가 아니라 남미와 일본의 도전까지 견뎌야 하냐는 푸념까지 나올 정도였다.
각종 e스포츠 시청자 집계 사이트를 확인하면 LCS의 뷰어십은 나날이 하락하고 있다. (출처: LCS)
이런 뷰어쉽의 추락은 결국 현재 LCS 무대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가 현저히 낮음을 의미한다. 팬들이 등을 돌리는 리그에 여전히 자본이 머물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북미팀들은 서머 시즌과 월즈를 끝으로 모두 자본의 씨앗을 거둬들이고 있다. TSM의 구단주인 레지날드는 이미 500만 달러(이 중 100만 달러를 중국인 용병 2명에 쏟았다)를 지출했던 2022년 로스터가 실패임을 인정하며 더 이상의 투자는 무리임을 대외적으로 천명해 버렸고, TL 역시 ‘한스 사마’와 감독 ‘길로또’를 모두 내보내며 전면 리빌딩을 선언했다.
모든 팀들이 더이상 지갑을 열어 거물급 용병을 유입해 경쟁력을 유지하기보다는 지갑을 닫고 후일을 도모하자며 코어 유망주를 기르겠다고 나선 셈이다.
냉정한 현실은 그들의 소망을 이뤄주지 않을 전망이다. 각 팀에서 손꼽히는 코어 유망주의 면면을 알아보는 것보다 LCS를 통틀어 리그를 대표할 법한 코어 유망주를 꼽는게 더 빠를 만큼 유망주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값싼 용병과 저물어가는 골짜기 세대의 주자들을 반복적으로 기용하며 그들이 콜업될 시간을 버는 것이 내년 LCS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2023년의 LCS 역시 올해보다 못하면 못했지, 갑자기 바뀌기엔 무리라는 의미가 된다.
#3. 잘할 수 없는 환경 - 연습 환경과 절대적인 연습량의 부족
2021년, ‘알파리’ 바니 모리스는 시즌 도중 북미 e스포츠 인터뷰어 '트래비스 가포드'와의 인터뷰에서 북미의 연습 문화가 최악임을 대외적으로 공개해버리는 폭탄을 던졌다. 요약하면 이렇다. 북미는 스크림 과정에서 맘에 드는 밴픽이 나오지 않으면 닷지(=게임을 포기하고 로비창으로 나감)를 하는데, 문제는 같은 북미팀끼리 하는 스크림이 아닌 유럽이나 한국 리그 소속 팀과의 스크림에서도 이 같은 촌극을 무한히 반복한다는 것이다.
더군더나 북미의 닷지는 그들에겐 ‘경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지만 유럽팀에겐 ‘1패’로 여겨져 5게임(=1블록)으로 약속된 스크림에서 유럽은 북미의 닷지를 목격하면 ‘남은 4게임이라도 합시다’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한편, 북미는 ‘아직 게임도 안 했는데?’라는 입장을 내비치며 불쾌감을 안긴다는 것이다.
알파리는 북미의 이러한 스크림 문화가 픽 밴 데이터만 챙기려는 이기적인 태도로 비칠 수 있음에도 보편적이라며 자조했다. ‘래퍼드’ 복한규 감독 역시 이러한 북미 특유의 스크림 문화를 인정하며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그제서야 제대로 된 스크림을 진행하는 북미 팀들의 안일한 태도를 꼬집었다.
공교롭게도, TL과 다년 계약을 맺었던 알파리 또한 단 1년만 뛴 후 유럽으로 복귀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롤드컵에서도 이러한 환경적 여건은 계속적으로 지적됐다. ‘퍼지’ 이브라힘 알라미는 경기 종료 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양팀과 서양팀간의 현격한 차이를 지적했다.
가령, 소속팀인 C9은 시즌 내내 체급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려 노력했지만 롤드컵에서 이러한 체급은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절감했다고 토로했다. 현격한 갭을 좁히기 위해 LEC와 LCS는 '조커 픽'이나 새로운 메타의 개발 등으로 전략적 대응을 잘 해 왔기에 유의한 결과를 챙겼을 뿐이라고 보았다. 더불어 LPL이나 LCK가 지닌 피지컬적 우위는 환경의 차이로 그들만큼 확보하기 어려움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말하는 환경의 차이는 ‘코어장전’ 조용인이 개인방송에서 언급한 절대적인 연습량의 차이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연습하기에 부적합한 환경의 문제도 있다. 가령 TSM의 구단주 ‘레지날드’가 지적한 대로 북미의 악명 높은 핑 환경(60ms 이상)은 촉각을 다투는 판단과 무빙이 강조되는 <롤> e스포츠의 환경을 고려할 때 도저히 역량을 길러낼 수 없는 환경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환경적인 문제를 극복하고자 많은 북미 팀들이 한국과 중국으로 흡사 프로야구의 ‘스프링 캠프’처럼 ‘부트캠프'(Bootcamp)를 차리고 있다. 합숙과 스크림을 무한히 반복하면서 전략적 교류는 물론 쾌적한 환경에서의 역량을 신장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벌어진 차이를 손쉽게 좁힐 수 있길 바라는 건 요행에 가깝다. 북미의 부진, 아니 실패는 어쩌면 여기서 출발한 것일 수도 있다.
한국 부트캠프 (출처: 100 씨브즈)
#4. 세상에 나쁜 용병은 없다. 하지만 이젠 좋은 용병도 구하기 어렵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레지날드’는 용병제 폐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자며 그간의 고민을 개인 블로그에 장문으로 털어놓았다. TSM을 비롯한 북미 팀들이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 있지만, 핑이라는 선천적인 문제, 그리고 도저히 오를 기미가 없는 성적과 벌어지는 LCK, LPL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라도 이젠 용병제 폐지를 과감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논지였다.
하지만 레지날드의 주장은 자국의 선수와 관계자들에게도 비판을 받았다. TL의 서포터 ‘벌컨’은 "특정 지역의 팀 전체를 사려는 건가? (2020년의) 담원 게이밍을 통째로 사 오더라도 북미 핑에서 연습을 해야 한다면 성적이 부진할 것"이라며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레지날드를 비판했다.
이에 레지날드는 "무식한 소리. LCS가 사라지면 최저 시급이나 받을 선수"라고 비꼬았고 벌컨은 "그러면 난 맥도날드에서 일이나 하라는 건가?"라고 응수했다. 덕분에 북미권에서는 ‘맥도날드 최저임금 농담'(=LCS가 아니었으면 맥도날드에서 최저임금이나 받고 일할 사람)이 탄생하기도 했다. 참고로 레지날드는 벌컨에게 사과했고, 5,000 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결국 LCS는 올 시즌을 앞두고 자체 서버를 통해 핑을 현격하게 개선한 시스템인 ‘챔피언스 큐(Champion’s Queue)’를 신설해 경쟁력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했다. 문제는 이마저도 결국 ‘인-게임 보이스를 주고 받는 것이 강요된다’, ‘메타픽만 강요된다’, ‘누가 누구인지 다 아는 게임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 난무하다가 결국 매칭마저 둔화되는 모양새가 됐다.
프로게이머를 위한 북미 지역 전용 매치메이킹 챔피언스 큐. 이번 롤드컵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이렇듯 새로운 용병을 사 와도 연습이 어렵다는 환경적 악조건은 ‘세상에 나쁜 용병은 없다’는 틀로 LCS를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욱 심화된다. 이들에게 제 몸값을 줄 '시간'과 '자본'마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장 LCK와 LPL은 로컬 선수나 동양 출신 선수들에게만 막대한 지갑을 열고 있을 뿐, 서양 출신 용병들에게는 문호가 철저하게 닫혀 있다. 반면 LEC와 LCS만 이들에게 서슴없이 지갑을 열고 있었는데, 이젠 자국의 비어 가는 지갑에 가로막혀 이들을 돈으로 꼬드길 여력조차 점점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LCK는 로컬 룰 개정을 통해 육성 유망주의 추가 이적료를 해외 리그팀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을 만들며 자국 선수의 '엑소더스'(대규모 해외 진출)를 통한 ‘셀링 리그’의 가능성도 닫으려 하고 있다. 예전처럼 돈으로 아우성을 지르려면, 더 많은 돈다발을 들고 고성을 지르지 않는 이상 LCK에서 대형 유망주를 통째로 뜯어가는 건 어려워진 셈이다.
2014년 시작됐던 선수들의 대규모 해외 진출, 18년과 19년의 부진으로 인해 질적 하락을 겪은 LCK는 프랜차이즈 도입,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셀링 리그화'를 막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TSM의 경우, 소속 팀 정글러인 ‘스피카’ 루밍이에게 고작 10만 달러의 연봉 인상안을 제시했다가 퇴짜를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단적으로 더 이상 LCS가 좋은 용병, 확실한 용병을 데려오기 위해 지갑을 열지 못함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롤드컵 기간 중, 북미의 전설적인 원거리 딜러 ‘더블리프트’ 피터 펭은 "(북미 시장의) 거품이 꺼져간다"(The bubble is collapsing)라고 언급하며 더 이상 용병은 물론 자국 선수들에게도 북미의 자본이 매력을 줄 수 없음을 시사했다. ‘더블리프트’는 LCS가 결코 ‘자선 사업’이 아니기에 수익이 나지 않으면 지갑은 닫힐 것이고,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줄어들며 악순환을 반복할 것이라 지적했다.
LCS는 실제로 육성이나 리빌딩이라는 이름으로 리딩 클럽을 중심으로 지갑을 닫겠다고 천명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으며, '육성으로 일 낸다'는 기조를 앞세운 EG의 사례도 있다.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소위 ‘바잉리그’가 지갑을 닫겠다는 공표를 앞세운 것은 LCK와 같이 불안한 수익성으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리딩 리그에도 던지는 메시지와 영향력이 지대할 것이다.
가령 ‘울프’ 이재완이 개인방송을 통해 수익성이 제고되지 않는 LCK가 과연 언제까지 이 거품을 견딜 수 있는지를 고민했던 에피소드나 ‘리브 샌드박스’의 정회윤 단장이 "올 한 해 지출액이면 2~3년 전 슈퍼팀을 꾸릴 금액"이라는 발언 등을 놓고 볼 때, LCK에게도 당장 이번 스토브리그의 성과가 지출의 규모를 결정짓는 척도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스포츠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지만, 이에 비례해 게임단 운영 비용과 선수 연봉 역시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단순히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세계적인 고민거리다. 사진은 e스포츠 시청자 수 추이 (출처: 뉴주)
결국 자본은 유한하다.돈의 흐름이야 돌고 돈다지만, 돈을 찍어내는 주조소는 아니기 때문이다. 유한한 자본 속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자본을 빚어내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결국 한 팀, 두 팀씩 도태되며 리그의 존속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
LCS의 2022년 롤드컵 부진은 결국 ‘지금 고민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 거야’라는 화두를 리그 전체에 던진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밝은 전망을 당장 내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위기가 위기인 걸 모를 때보다, 위기인 것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가 진정한 위기라는 점이다.
이제 농담처럼 말해왔던 'PCS(태평양 연안), VCS(베트남)과의 시드 배분 경쟁’이라는 비참한 취급이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동안 해왔던 모든 관행을 탈피해, 경쟁력과 매력을 모두 갖춘 리그로 탈바꿈하기 위해서 LCS는 혁신을 위해 수용하고 감내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메이저’라는 자존심 하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출처: 라이엇 게임즈)
3줄 요약 1. 연습 부족, 연습을 하기도 힘듬. (미국이 넓어서 게임마다 핑 차이가 큽니다) 2. 겹치는 악재, 부진한 성적으로 떨어지는 뷰어십 3. 인기가 떨어지니 자본도 감소. 그리고 다시 1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