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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만으로 기념하기엔 2% 아쉬운 LCK 선수와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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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팬들의 입에서 오고 가는 수많은 화젯거리 중 가장 아쉬움이 크게 묻어나는 이슈라면 단연 “‘데프트’ 김혁규의 커리어에 어떤 문장부호가 찍힐까?”일 것이다.

프로게이머에겐 황혼에 가까워지는 나이에도 정상을 달리는 실력. 많은 팬들은 그의 커리어에 마침표가 찍히지 않길 소망한다. 그러나 모든 커리어에는 시작과 끝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팬들은 언젠가 찾아올 끝이라면 허무한 마침표가 아닌, 멋진 느낌표가 되길 소망한다.

LCK도 어느덧 강산이 한 번은 변한다는 10년을 훌쩍 넘겼다. 그동안 ‘엠비션’ 강찬용, ‘스멥’ 송경호, ‘프레이’ 김종인, ‘고릴라’ 강범현, ‘스코어’ 고동빈, ‘뱅’ 배준식, ‘울프’ 이재완 등등. 모두 나열하기에도 벅찰 만큼 LCK를 주름잡았던 수많은 레전드들이 은퇴를 고했다. 비록 은퇴를 발표하는 순간은 헛헛해도, 그들이 프로라는 칭호를 달고 보내는 마지막 순간만은 성대하길 바라는 것은 모든 팬들의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몇몇 구단은 레전드나 다름없는 선수들의 마지막 길을 화려하고 성대하게 빛내주는 은퇴식을 마련했다. 팬들과 함께하는 은퇴식에서 어떤 선수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가장 화려하게 빛났던 장소는 은퇴를 위해 팬들과 마주하는 제 3의 장소가 아니다. 캐스터의 시작 함성과 동시에 몰입하던 곳, 중계진의 GG 합창으로 환희의 끝을 마주하던 곳, 바로 경기장이다. /장태영(Beliar) 필자,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쇼츠로 떠나보내기엔 아쉬운 경우가 있다

  LCK는 경기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팬들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커리어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LCK 나름의 방식은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바로 경기장이 아닌 유튜브 같은 온라인 공간에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LCK 공식 유튜브에 게재된 ‘칸’ 김동하와 ‘뱅’ 배준식의 은퇴 헌정 영상. 두 케이스를 제외하면 LCK의 은퇴선수 공식 헌정 영상은 찾기 어렵다.


(출처 : 라이엇 게임즈)  

LCK에서 활동하는 선수는 엄밀히 따지면 구단에 소속된 선수이지만, LCK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일등 공신이다. 팬들 없이 선수가 존재할 수 없듯, 선수 없이는 리그 역시 존재할 수 없다. 은퇴를 선언한 선수에게 헌정 영상만으로 그들의 은퇴를 기념하는 건, LCK를 빛냈던 그들의 커리어에 비하면 작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 프로야구에서는 국내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가 은퇴를 선언했다. 리그를 관장하는 KBO는 이에 화답하듯, 올스타전을 시작으로 이대호의 마지막을 빛내기 위해 화려한 은퇴투어를 마련해주었다.

팬들 사이에서 ‘이대호가 은퇴투어를 받을 자격이 되느냐?’의 설왕설래는 있었지만, KBO가 나서서 그럴 자격이 충분한 선수로 만들어 주었다. 올스타전부터 시작된 이대호의 은퇴투어 행사는 비록 전야제였지만, 롯데 팬들 사이에선 "KBO가 이렇게 성황리에 준비해 주면, 구단은 얼마나 더 참신하게 준비해야 하는 걸까?"라는 농담 섞인 이야기가 나올 만큼 화려했다.

은퇴하는 선수를 기념하는 방식에는 중립이 불필요하다. "이 선수는 해줘도 되고, 저 선수는 왜 해주냐?"라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LCK를 빛낸 선수라는 핵심 가치를 절절히 녹여낼 수 있다면 충분히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1분짜리 쇼츠 하나로 이별을 고하기엔 아쉬운 선수들이다. 굳이 화려한 행사가 아니더라도 팬과 함께 호흡했던 모든 순간이 빛날 수 있는 방식이라면 오히려 팬들의 두 손은 더욱 높이 치켜 올려지고, LCK의 위상 역시 동반 상승할 수 있다. 


# 은퇴하는 순간을 함께 호흡하는 만고불변의 장소, 경기장

선수의 커리어가 화려하게 빛나는 곳은 처음과 끝 모두 팬들과 호흡했던 경기장이어야 한다  

물론, 온라인 게임 기반의 LCK와 전통적 스포츠 간에는 은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가치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팬을 위해 존재하고, 팬들 덕분에 살아 숨 쉬는 ‘스포츠’라는 가치는 불변하다. 팬들과의 호흡을 중요하게 여기는 LCK가 은퇴라는 일생 한 번뿐인 순간에 대해 오로지 선수와 팀의 몫처럼 여기는 모습은 아쉬움을 남길 수 있다.

LCK의 초창기부터 절정까지 함께해온 선수들이 하나둘씩 제2의 인생을 택하고 있다. 어쩌면 팬들이 가장 오지 않길 소망하는 ‘페이커’ 이상혁의 은퇴 역시 멀지 않은 미래의 일일지도 모른다. 그때도 자칫 LCK가 "롤드컵 3회 우승, LCK 10회 우승에 빛나는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밝혔습니다"라며 영상만으로 기념한다면 팬들의 성화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LCK가 영상 편집에는 일가견이 있는 만큼 화려한 영상미로 그들과의 추억을 서로 곱씹는 방법도 나쁘지 않지만, 마지막 슈퍼 플레이 한 번, 마지막 솔로킬 한 번, 그리고 마지막 소감 한 마디를 보고 듣기 위해 경기장을 손수 찾을 준비를 마친 팬들의 기대마저 영상에 녹여내긴 어려운 법이다.


# 친구와 호흡하는 마지막 경기 : LCK 속 레전드를 추억하는 하나의 방법

  게임 해설가 엄재경은 스타1 리그의 마지막을 앞두고, “여러분과 13년간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놀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정말 감사드리고, 우리는 뭐 그래도, 앞으로도 계속 ‘친구’일테니까요.” 라는 단어로 소회를 대신했다. 오랜 기간을 함께한 죽마고우 같은 선수를 떠나보내며 남은 빈자리가 헛헛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웃으면서 보내며 추억할 수 있는 방법이 LCK가 마지막을 준비하는 가장 슬기로운 방법이 아닐까?

매년 프로축구 시즌을 앞두고, 전 세계에서는 선수 경력의 황혼을 앞둔 베테랑과 은퇴 선수를 기념하기 위한 ‘테스티모니얼'(Tesitimonial)이 열린다. 선수의 커리어 마지막을 함께 축하하기 위한 동료 선수들과 팬들 모두의 고별 경기 문화다. e스포츠 역시 진한 테스티모니얼을 열었던 적이 있다. 바로 OGN의 티빙 스타리그 당시 ‘레전드 매치’였다.

<스타크래프트>라는 종목을 떠나보내기 위해 팬과 은퇴 선수, 그리고 중계진 모두가 합심해 과거를 회상하며 웃고 떠들던 약 두 달 간의 레전드 매치가 있었기에 우리는 눈물 대신 웃음으로 <스타크래프트>를 떠나보낼 수 있엇다.

우리는 ‘데프트’, ‘페이커’의 마지막에도 이런 플래카드를 걸고 웃으며 그들을 보내고 싶다. LCK 역시 팬들과 선수가 웃으며 호흡할 자리를 만들 수 있길 조심스레 바라본다.

(출처 : OGN)


3줄 요약 1. 프로 스포츠에선 흔하지는 않지만, 공식적으로 선수의 은퇴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2. LCK에선 어떨까요? 3. 정답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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