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게임(Out-game)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아웃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에서 자주 쓰이는 인게임(In-game)과 반대의 개념으로 쓰이는 단어입니다. 인게임에서는 선수의 게임 내 퍼포먼스에 집중한다면 아웃게임에서는 선수의 경기 외적인 퍼포먼스에 집중합니다. 예를 들면 인터뷰나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 나아가 기부활동 등의 활동을 아웃게임으로 볼 수 있죠.
팀 성적과 직결되는 인게임의 경우 팬들이 직접 변화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웃게임의 경우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도 인지도나 평가가 쉽게 좋아지지 않으며, 오히려 한 번 행동이나 말을 실수하면 남은 프로 경력에 좋지 못한 꼬리표로 남게 되는 경우가 더 많죠.
이번 기사에선 아웃게임의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팬들의 기억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은 선수들은 대부분 아웃게임에서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기 때문이죠. 이 아웃게임은 어디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가벼운 예시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보국 필자(Amitis),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럼블 스테이지 마지막 경기를 치른 '사이공 버팔로' 를 존중하는 모습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좋은 아웃게임은 매너에서 시작된다
지난 6월 2일에 열린 우리나라와 브라질의 축구 국가대표 경기는 아주 좋은 아웃게임 예시로 볼 수 있습니다. 브라질은 현재 피파 랭킹 1위로 세계 대표팀 중에서 공을 가장 잘 다룬다고 볼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우리나라를 상대로 최고 출력을 낼 이유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브라질은 우리나라를 상대로 기용할 수 있는 최고의 전력을 내세워 5대1로 승리를 거뒀죠. 경기 내용을 살펴 봐도 약팀을 상대로 대충 뛰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대표팀 입장에서도 문제점을 파악하기 좋은 모의고사가 됐습니다.
브라질이 보여준 매너는 경기력만큼 돋보였다 (출처: KFA)
브라질은 이런 태도와 더불어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강팀다운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브라질 국가대표 감독의 경기 인터뷰 자리에서 한국어로 인사를 준비해 왔고, 패배한 상대방을 존중하는 인터뷰 내용은 우리나라 팬 입장에서도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충분했으니까요. 이처럼 아웃게임은 사소한 부분에서 드러납니다.
<롤> e스포츠에서도 좋은 아웃게임 예시를 살펴보죠.
LCK에서 좋은 아웃게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프레딧 브리온 소속 정글러 ‘엄티' 엄성현 선수입니다. 엄티 선수는 객원 해설로 참여하거나 개인방송을 통해 게임을 분석하여 전달하는 능력이 좋기로 잘 알려진 선수죠.
하지만 엄티 선수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또 있습니다. 바로 ‘인사'입니다. 프레딧 브리온 경기를 직관했던 팬 분의 말을 빌리면, 경기가 끝나고 크게 소리 내어 인사하는 엄티 선수를 자주 볼 수 있다고 할 만큼 팬들을 대하는 자세가 매우 인상적이라고 입을 모아 칭찬합니다. 이런 엄티 선수의 모습은 다른 팀 팬들에게도 좋게 보여질 수밖에 없죠.
‘엄티' 엄성현 선수의 행동은 다른 선수들이 본보기로 삼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 (출처: LCK)
해외 선수의 사례로는 일본 <롤> 리그의 DFM 소속 탑 라이너 ‘에비' 나카무라 슌스케 선수가 있습니다. 에비 선수는 한국 솔로 랭크에서 비신사적인 행위를 일삼는 선수들이 지켜야 할 태도에 대해서 일침을 한적이 있죠. 타 지역에서 한국 서버를 이용하는 선수들은 매너를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에비 선수의 발언은 여전히 한국 서버 솔로 랭크 환경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에비’ 나카무라 슌스케 (출처: LJL)
# 뛰어난 인게임 하나로 아웃게임을 무마할 순 없어
앞서 본 사례를 통해 선수와 감독이 상대방을 얼마나 존중하는지에 따라 아웃게임 능력이 드러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이런 간단한 원리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가장 와닿는 예시로는 2022 MSI 우승팀인 RNG를 들 수 있습니다. 이번 국제대회를 통해 RNG는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재차 증명하는 데 성공했죠. 하지만 여론은 그리 달갑지 않습니다. 핑 문제와 선수단이 숙소에서 경기를 참여하는데 보여준 태도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한 팀을 위해서 핑을 강제로 높이는 경우에는 배려해준 다른 팀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이 당연하며 상식적인 행동입니다.
그러나 RNG는 되려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죠. 현장에서 참여하지 못해 얻는 불이익이 크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게다가 특혜를 받는 상황에서 대회 규정에 어긋날 수 있는 장비 착용 상태는 많은 팬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웃게임은 단순히 뛰어난 인게임 능력으로 무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그나마 '빈' 첸쩌빈 선수가 꾸준히 헤드셋을 착용하는 모습과, 인터뷰를 통해 '제우스' 최우제에 대한 존중을 보여줬고 RNG 또한 결승 후 T1에 대한 리스펙을 보내며 논란은 일부 사그라들었습니다. - 편집자 주(출처 : 라이엇 게임즈)
더 확실한 예시도 존재하죠. 바로 노쇼(No Show) 사건입니다.
2019년 7월 26일에 열렸던 이탈리아 축구 1부 리그 소속 유벤투스의 방한 경기는 역대 최악의 경기로 기록됐죠. 그 당시 유벤투스 소속인 호날두 선수는 실력으로는 정평이 난 선수였습니다. 그의 화려한 플레이에 많은 축구팬들이 열광했고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들이 있었죠. 최소한 45분 이상의 경기를 소화할 것이라는 계약 조건이 알려지면서 호날두가 뛰는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기대에 수많은 인파가 모이게 됐습니다.
역대급 사고를 친 호날두 (출처: 세리에)
그러나 모두가 아시다시피 그 선수는 경기장에 경기 시간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쌓은 아웃게임 이미지가 모두 증발해버린 순간이었죠. 진심을 다해 팬들을 대하지 않았다는 것을 단 한번의 순간으로 증명한 것입니다.
이처럼 아웃게임 퍼포먼스는 선수가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는지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진심으로 팬을 존중하는 것이 필수적이죠. 단순히 경기력을 올리는 것에만 집중해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아쉬운 모습을 드러낸다면, 선수 경력이 길더라도 좋은 선수로 기억되진 않을 것입니다. e스포츠 팬들은 아웃게임 퍼포먼스에 열광합니다.
아웃게임은 상대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한다
#3줄 요약
1. 아웃게임은 게임 외적인 부분을 뜻함
2. 존중으로부터 시작하는 아웃게임
3. 호날두 노쇼는 역대급 사건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