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펼쳐진 LCK 스프링 결승에는 늘 흥미로운 요소가 가득했다. 정규시즌 1위가 밑에서 치고 올라온 팀에게 발목을 잡히는가 하면 판테온-탈리야나 서포터 하이머딩거와 같은 깜짝 픽이 경기를 주도한 사례도 있기 때문. 최근 3년간 진행된 스프링 결승이 한 팀의 일방적 승리로 마무리됐음에도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 이유다.
그리고 2일, 봄의 주인공을 가릴 2022 LCK 스프링 결승전이 시작된다. 이번 결승에서는 전승 우승을 노리는 T1과 2년 연속 스프링 결승에 진출한 젠지가 격돌하는 만큼,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이번 결승에서 왕좌에 앉을 팀은 누구일까. '역대급' 결승을 앞둔 지금, 옛 스프링 결승 속 꿀잼 요소를 되짚어봤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정규시즌 1위가 '무조건' 우승했던 건 아니다
2019 LCK 스프링, 그리핀은 '어나더레벨'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뛰어난 피지컬과 운영 등을 통해 1라운드에서 전승을 달리는 등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던 탓이다. 비록 2라운드에서 6승 3패로 살짝 주춤했지만, 초반 임팩트가 컸기에 그리핀의 스프링 시즌 우승을 점치는 이도 적지 않았다. 결승에서 그리핀을 마주한 T1 역시 훌륭한 스프링 시즌을 소화했다. 당시 T1은 그리핀에 비해 단 1승 모자란 2위였을 만큼 좋은 성적을 올렸다. '페이커' 이상혁을 필두로 '칸' 김동하, '클리드' 김태민, '테디' 박진성, '마타' 조세형 등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의 합도 뛰어났다. 많은 이가 두 팀의 결승이 접전이 될 거로 예상했던 이유다.
하지만 경기는 다소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그리핀이 판테온-탈리야 등 필살 카드를 준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T1은 차분히 경기를 풀어갔고, 3-0 승리를 거두며 봄의 왕좌에 앉았다. 여담으로 당시 T1은 포스트시즌 2라운드 킹존전에 이어 결승까지 3-0으로 승리하며 진정한 봄의 주인공이 됐다.
이듬해 펼쳐진 젠지와 T1의 스프링 결승 역시 비슷한 구도였다.
정규시즌 내내 치열한 혈투 끝에 득실차로 순위가 갈린 두 팀(젠지 1위, T1 2위)이었기에 접전이 펼쳐질 거라는 예상과 달리 T1의 3-0 승리라는 일방적인 경기가 나왔던 탓이다. 당시 젠지가 '라스칼' 김광희, '클리드' 김태민, '비디디' 곽보성 등 굵직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반지원정대로 불렸음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였다. 2년 연속으로 정규시즌 1위가 밑에서 올라온 팀에 3-0으로 패했다는 점도 흥미로운 포인트다.
스타 선수를 대거 영입한 T1은 전략픽을 준비한 그리핀을 완파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이듬해 T1은 또 한 번 정규시즌 1위의 발목을 잡았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반면, 가장 최근 펼쳐진 2021 LCK 스프링은 특별한 이변없이 마무리됐다. 2020 LCK 서머, 2020 롤드컵을 연달아 차지하며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하던 정규 시즌 1위 담원 기아가 젠지를 3-0으로 꺾고 우승컵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담원 기아가 서포터 하이머딩거와 미드 레넥톤 등 다양한 픽을 선보인 반면, 젠지는 평소 패턴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플레이를 선보이며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2세트에서는 잘 성장한 '룰러' 박재혁의 트리스타나를 중심으로 역습에 성공하는 듯했지만 젠지는 끝내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정규시즌 1위의 3-0 승리로 마무리됐던 2021 LCK 스프링 (출처: 라이엇 게임즈)
# 판테온-탈리야 바텀, 하이머딩거-볼리베어 서포터... 스프링 결승 수놓은 이색 픽
2019 LCK 스프링 결승에서 T1을 마주한 그리핀은 1세트부터 바텀에 '판테온-탈리야'를 꺼내는 대담한 승부수를 던졌다. 바텀 파괴 조합으로 초반부터 경기를 빠르게 굴리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셈. 하지만 T1은 바텀을 잘 케어하며 그리핀의 전략을 틀어막았고, 결국 경기는 라이즈와 이즈리얼을 키운 T1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그리핀은 2-0으로 코너에 몰린 3세트에서 다시 한 번 판테온-탈리야 카드를 꺼냈지만, 결과는 허무한 패배였다. 당시 T1의 테디, 마타는 강력한 군중 제어기(CC기)를 갖춘 판테온-탈리야에 맞서 정화를 장착해 상대의 핵심 전략을 완전히 봉쇄했다. '초반에만 안터지면 이긴다'는 마인드로 경기를 풀어간 것이 적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듬해 젠지가 선보였던 서포터 볼리베어도 LCK의 봄을 수놓은 대표적 히든 카드로 불린다.
T1에 결승 1, 2세트를 모두 내주며 위기에 몰린 젠지는 칼리스타와 호흡을 맞출 서포터로 볼리베어를 택했다. 계약을 맺은 아군을 앞으로 던질 수 있는 칼리스타의 궁극기를 공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볼리베어는 경기 내내 유의미한 장면을 거의 만들지 못한 채 흔들렸고, 결국 '실패한 조커 카드'로 전락했다.
그리핀은 결승에서 판테온-탈리야라는 대담한 카드를 두 번이나 꺼냈다. 하지만 결과는... (출처: 라이엇 게임즈) 젠지가 선보인 서포터 볼리베어는 이렇다 할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2021 LCK 스프링 결승에도 눈길을 사로잡는 카드가 등장했다.
담원 기아가 선보인 '서포터 하이머딩거'다. 당시 담원 기아는 원딜 '고스트' 장용준에게 세나를, '베릴' 조건희에게 하이머딩거를 쥐여주며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픽을 선보였다. 아펠리오스-쓰레쉬라는 전통의 바텀 듀오를 상대로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풀어가겠다는 의도를 '하이머딩거'로 내비친 셈.
실제로 경기는 담원 기아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젠지의 바텀 듀오는 초반부터 상대에게 강하게 압박당했고, 바텀 1차 타워를 먼저 내주며 크게 흔들렸다. '캐니언' 김건부의 활약 역시 담원 기아에게 큰 힘을 실어줬다. 결국 1세트를 가져간 담원 기아는 2, 3세트까지 연달아 따내며 스프링 우승컵을 차지했다.
담원 기아는 1세트부터 서포터 하이머딩거라는 쇼킹한(!) 픽을 꺼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우승 절실한 젠지 vs 새로운 역사 눈앞에 둔 T1
2022 LCK 스프링 역시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존재한다.
우선 미드 라이너 '쵸비' 정지훈에 대한 이야기다. 2018년 LCK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쵸비는 지금껏 네 번의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단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2020 LCK 서머 플레이오프 2라운드, 2022 LCK 스프링 플레이오프 2라운드 등 다전제에서 맹활약을 펼친 사례가 많았음을 감안하면 분명 의외의 그림이다. 그 중 두 번은 페이커와 T1에게 가로막힌 패배였다.
다른 젠지 선수들 역시 T1에 대한 기억이 좋을 리 없다. '도란' 최현준, '피넛' 한왕호, '리헨즈' 손시우 등 젠지의 주전 선수 대부분은 높은 무대에서 한 번 이상 T1에게 패배한 기억을 갖고 있다. 롤드컵 결승, 선발전 등에서 T1을 꺾어본 룰러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패에 가깝다. 올해 처음으로 풀전력 상태에서 T1을 마주할 젠지 선수단의 의지도 충만할 수밖에 없다.
'풀전력'으로 T1을 마주할 젠지 (출처: 라이엇 게임즈)
T1에게도 이번 결승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게 다가온다. 앞서 언급했듯 T1은 통합팀 체제에 돌입한 LCK 역사상 처음으로 정규시즌을 전승으로 마무리했다.
만약 결승에서 젠지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면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전승 우승'의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진귀한 기록인 만큼, 새로운 역사를 눈앞에 둔 선수들의 의지도 충만할 수밖에 없다. 스프링 우승시 '제우스' 최우제, '오너' 문현준, '케리아' 류민석, '에스퍼' 김태기 등이 데뷔 후 첫 LCK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는 점 역시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과연 T1과 젠지 중 2022년 봄의 주인공이 될 팀은 누구일까.
정규시즌 전승을 달성한 T1은 또 한 번의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3줄요약 01. 누가 이길 것 같아여? 02. T1 03. 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