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LCK 스프링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팀은 단연 'T1'이다. 오늘(22일) 기준 T1이 정규 시즌 10전 전승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는 데다 경기력도 제법 준수하기 때문. 아쉬움과 눈물로 흘려보낸 2020, 2021년에 비하면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혹 부두술이 될까 'T1은 어떻게 강팀이 됐나'라는 제목을 쓰진 않았지만, 현재 T1의 질주는 강팀이라는 찬사 이상의 박수갈채를 받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과연 T1의 경기력에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을까. 올 시즌 LCK를 폭격하고 있는 T1에 대한 이야깃거리를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출처: 라이엇 게임즈)
# 긴 터널의 끝에서 희망을 찾다
T1은 최근 2년간 그야말로 긴 터널을 헤멨다.
2020년은 T1엔 실로 뼈아픈 해로 기억된다. IG의 롤드컵 우승을 이끈 김정수 감독을 선임한 뒤 스프링 시즌을 거머쥐며 전성기를 되찾는 듯했지만, 서머 시즌 와일드카드전 패배와 롤드컵 진출 실패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이어진 탓이다. 2021년 초반 흐름도 비슷했다. 이번에는 담원 게이밍(현 담원 기아)의 롤드컵 우승을 견인한 양대인 감독을 영입했지만, 스프링 플레이오프 2라운드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이어진 서머 시즌, T1은 결단을 내렸다. 2라운드 첫 경기 패배 후 양대인 감독, 이재민 코치와 계약을 종료하고 손석희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한 것. 여러 우려가 있었지만, 이후 T1은 급격히 경기력을 끌어올리며 정규시즌 준우승과 롤드컵 4강이라는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
2022 LCK 스프링에서도 T1의 질주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T1은 올 시즌 LCK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유일한 팀으로, 세부 성적은 20승 5패에 달한다. 2019 LCK 스프링 1라운드 전승을 기록하며 어나더 레벨로 불린 그리핀의 뒤를 이은 또 하나의 라운드 전승팀이 탄생한 셈이다.
10연승을 달리고 있는 T1 (출처: 라이엇 게임즈) 때문에 올 시즌 T1은 기자로 하여금 13-14 롤챔스 윈터를 전승으로 우승한 '그 시절 T1'을 떠오르게 한다. 물론, 현 LCK는 페넌트레이스로 운영되기에 그룹 스테이지와 토너먼트를 합친 롤챔스와의 직접적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T1의 경기력이나 이를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그 시절 T1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정도로 2022년의 T1은 몹시 단단하고 강력하다.
이쯤에서 시곗바늘을 잠시 13-14 롤챔스 윈터로 돌려보자. 당시 SKT T1 K(현 T1)는 거의 모든 경기에서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며 그야말로 압도적인 경기를 이어갔다. KT 블리츠와의 4강 3세트처럼 다소 꼬이는 경기도 있었지만, 그럴 때는 슈퍼 플레이를 통해 상황을 극복하며 기어코 승리를 가져가곤 했다.
올 시즌 T1의 행보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는 잡되 상황이 불리하다 해도 결코 쉽게 경기를 내주지 않는 강팀의 저력을 제대로 선보이고 있기 때문. 사거리 짧은 조합의 한계에도 55분까지 버틴 담원 기아와의 경기나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1세트 후반 골드가 6천가량 벌어진 상황에서도 상대 정글과 미드를 끊어내며 한타를 시작한 장면이 좋은 예다. 비록 결과는 제리 엔딩이었지만, T1의 '끈질김'이 돋보였던 장면 (출처: 라이엇 게임즈)
# 킬은 높고 데스는 낮고, 드래곤-전령은 많이 먹고... 1위 T1의 지표
T1은 올 시즌 LCK에서 경기당 가장 많은 평균킬(15킬)을 올렸음에도 평균 데스(10.3, 리그 4위)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단순히 교전에 능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본인들이 유리할 때 교전을 펼치는 성향이 짙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오브젝트 지표도 준수하다. 올 시즌 T1의 첫 번째 포탑 획득률은 무려 80%로, 2위 광동 프릭스(66.7%), 3위 담원 기아(60.0%)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T1이 첫 번째 포탑을 가져간 경기에서 64%의 승률을 기록 중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여담으로 LPL과 LEC 등 <리그 오브 레전드> 메이저 리그를 통틀어 T1보다 첫 번째 포탑 획득률이 높은 팀은 EDG(88.2%)와 프나틱(84.6%) 뿐이다.
게다가 T1은 드래곤(59.4%)과 전령 획득률(70.4%)에서도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T1의 15분까지 평균 드래곤 개수가 0.76개로 그리 높지 않음에도 이러한 지표가 드러났다는 건 'T1이 경기 초반엔 전령을, 중후반부터는 드래곤에 집중'했으며 이것이 실제로도 잘 먹혔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픽에 대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올 시즌 T1의 강점 중 하나다.
실제로, T1은 여전히 팬들의 물음표(?)를 자아내고 있는 라이즈는 물론 LCK에서 승률이 그리 높지 않은 벡스도 망설임 없이 활용하고 있다. 특히 벡스의 경우 리그 전체를 통틀어 '페이커' 이상혁과 '쵸비' 정지훈만이 승리를 가져갔다는 점도 흥미롭다. 또한, 최근 KT전에서는 올 시즌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서포터 모르가나를 꺼내 임팩트를 남기기도 했다. 팀적으로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많고, 이를 소화할 선수도 확실하다는 점을 밴픽에서부터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케리아는 올 시즌 처음으로 서포터 모르가나를 꺼낸 선수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설령 연승이 끊긴다 한들, 2022 스프링의 T1은 여전히 '강팀'이다
'설레발은 곧 필패'라는 문구는 스포츠계를 떠도는 가장 무시무시한 격언(?) 중 하나다.
실제로, 2013년 좋은 성적을 올리던 기아 타이거즈는 그 유명한 "타이거즈는 어떻게 강팀이 됐나"라는 기사가 출고된 뒤 무너졌으며 2020년 LG 트윈스는 "피어오르는 LG 우승 향기"라는 기사가 등장함과 동시에 7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2018 LCK 스프링에서 연승 가도를 달리던 아프리카 프릭스(현 광동 프릭스) 역시 "아프리카는 어떻게 강팀이 됐나"라는 기사와 함께 2연패하며 중위권으로 추락한 바 있다. 타어강은 전설이다 (출처: 스포츠춘추/네이버스포츠) 따라서 이번 기사 역시 결과에 따라 앞서 언급한 사례와 비슷한 '흑역사'로 남을 수도 있다. 모위키에 '타어강'의 패러디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되거나 "T1 팬이네"라는 조롱을 듣거나 기사가 출고된 뒤 펼쳐지는 경기에서 귀신같이 T1의 연승이 끊길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 상황만 놓고보면 T1의 질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설령 패배로 인해 연승이 깨진다한들 한순간에 경기력이 고꾸라질 가능성도 낮다. 그만큼 현재 T1이 보여주는 힘은 제법 단단하다. 어쩌면 2022년은 T1 팬들이 그토록 염원했던 '트로피'를 가져올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페이커는 지난 20일 농심 레드포스와의 경기가 끝난 뒤 공식 인터뷰를 통해 "LCK의 가호를 받는다면 전승까지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멘트를 전한 바 있다. 설령 그 도전이 실패하더라도 지금 T1이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이 상당하다는 의견에 쉽게 반기를 들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과연 T1의 질주는 어떤 결말로 이어질까.
(출처: 라이엇 게임즈) 3줄요약 01. 좀 진지한 글이라 02. 유머성 3줄요약 대신 LCK 응원으로 마무리합니다 03. 올해는 꼭 MSI, 롤드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