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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 인증 OP 챔: 서폿 신지드, 원딜 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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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라, 이놈들아~~~ 이게 신지드다! 당해봤어야지!"

젠지에서 서포터를 맡고 있는 '리헨즈' 손시우가 담원 기아전에서 '서포터 신지드'로 바텀 다이브에 성공한 뒤 토해낸 말입니다. 혹시 뭔가 잘못되지 않았냐고요? 전혀요! 실제로 서포터 신지드는 젠지와 담원 기아의 3세트에 당당히 출전했고, 몇 차례 굵직한 장면까지 만들며 팀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일반 게임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픽이 프로 경기에 등장한 셈이죠.

리헨즈가 서포터 신지드를 택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든 이동 스킬을 제한하는 '초강력 접착제'를 통해 LCK에서 높은 티어로 꼽히는 유미를 카운터 치기 위함이었으니까요. 담원 기아가 그라가스와 이즈리얼 등 이동기를 갖춘 챔피언을 다수 보유했다는 점 역시 서포터 신지드가 등장할 수 있는 근거였습니다.

이처럼 LCK에서는 종종 솔로랭크에서도 보기 힘든 '깜짝 카드'가 등장하곤 하는데요, 리헨즈의 서포터 신지드만큼 충격적이고 놀라웠던 LCK 역사 속 '깜짝 픽'을 돌아보려 합니다. 오늘... 솔로랭크 하실 분들은 조금 몸을 사리셔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서준호(index) 필자, 편집=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신지드, 리헨즈, 담원 기아 로고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장인'이기에 가능했던 젠지의 히든 카드, 서포터 신지드  

신지드의 솔로랭크 픽률은 19일 오피지지 기준 0.9%에 불과합니다. 말 그대로 '비주류 픽'인 셈이죠. 게다가 유저 대부분은 신지드를 탑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잠시나마 미드 신지드가 유행한 적도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신지드의 근본이 '탑'임을 부정하긴 어렵죠. 때문에 리헨즈가 LCK에서 꺼내든 서포터 신지드는 더더욱 '독특한' 케이스처럼 느껴집니다.  

'초강력 접착제'와 '던져넘기기' 등 강력한 CC기를 보유한 신지드가 서포터로 활용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근거리 챔피언이기에 원거리 견제에 취약하며 신지드의 상징과 같은 '맹독의 자취'와 궁극기 '광기의 물약'이 서포터 입장에서는 다소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죠.

신지드 (출처: 라이엇 게임즈)  

그럼에도 리헨즈가 서포터 신지드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담원 기아와 젠지전 밴픽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봅시다. 당시 담원 기아는 1페이즈에서 그라가스, 이즈리얼-유미를 뽑으며 일찌감치 탑과 바텀 구성을 마친 상황이었습니다. 반면, 젠지는 미드, 원딜, 정글을 완성했죠. 따라서 젠지가 2페이즈 첫 픽으로 탑 또는 서포터를 뽑을 거라는 건 '당연한' 예상이었습니다. 

여기서 젠지는 '신지드'를 꺼냅니다. 신지드는 원래 탑 그라가스의 대표적 카운터로 꼽힙니다. 오피지지 매치업 데이터에 따르면 신지드의 대 그라가스 승률은 무려 60.99%입니다. 라인킬 확률이나 KDA 등 다른 수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는 점도 포인트죠.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신지드가 탑에 갈 거라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젠지에겐 한 가지 특별한 변수가 있었습니다. 리헨즈가 신지드로 챌린저 1위까지 찍었던 '신지드 장인'이라는 점이죠. 얼핏 보면 신지드로 탑, 서포터 심리전을 건 듯하지만 사실 애초부터 '도란' 최현준보다는 리헨즈에게 쥐여줄 가능성이 높았던 셈이죠. 경기를 중계한 강승현 해설 역시 신지드가 픽되자마자 리헨즈가 사용할 거라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신지드는 탑 그라가스의 대표적 카운터로 꼽힌다. 하지만 젠지는 이 신지드를... (출처: 오피지지)   심리전처럼 보이지만, 애초부터 신지드 서포터를 염두했을 가능성이 높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젠지가 이즈리얼-유미를 상대할 방법으로 '다이브'에 포커스를 뒀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확정 에어본 스킬을 통해 사미라와 좋은 시너지를 냄은 물론이고 초강력 접착제로 이즈리얼과 유미의 이동까지 제한할 수 있는 신지드를 서포터로 뽑은 데 이어 다이브에 뛰어난 뽀삐까지 가져왔으니까요. 

이러한 상황 탓인지 담원 기아의 바텀 듀오는 1킬을 먼저 따냈음에도 경기 초반 지속적으로 CS 수급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고, 결국 12분경 신지드-뽀삐의 CC기로 인해 2킬을 내주며 위기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지속적으로 다이브를 노린 건 아니지만, 결정적 한 방을 통해 확실한 주도권을 가져온 셈이죠. 이 외에도 신지드는 경기 후반 한타에서 오른과의 연계를 통해 상대 핵심 챔피언들을 자르며 위태로웠던 게임에 마침표를 찍는 큰 공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경기 후 리헨즈는 인터뷰를 통해 "연습 경기에서도 유미를 상대로 신지드를 많이 했고,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즉흥적으로 나온 픽이 아닌 '준비된 카드'였던 거죠. 따라서 향후 젠지를 상대할 팀들은 다소 머리 아픈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유미를 뽑자니 리헨즈의 서포터 신지드를 또 한 번 만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으니까요.  




# 롤도사 '베릴'의 혜안이 빛났던 서포터 세주아니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의 밴픽은 승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에 코치진과 선수들의 철저한 사전준비 및 상의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 '독특한' 이정표를 남긴 선수가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담원 게이밍(현 담원 기아)에서 활약한 '베릴' 조건희입니다. 베릴은 2020 LCK 서머 경기 중 정글러로 활용될 예정이었던 세주아니를 사전 협의 없이 서포터로 돌리고 카서스를 픽하는 돌발행동을 선보였습니다. 결국 담원 게이밍은 의도치 않은 승부수(?)를 띄운 채 경기에 임하게 됐죠.

세주아니 (출처: 라이엇 게임즈)  

당시 LCK는 철저한 상체메타였기에 밴픽 역시 상체 쪽에 집중된 구도가 많이 나왔습니다. 담원 게이밍(이하 담원) 역시 블루 1픽과 3픽으로 트위스티드 페이트(이하 트페)와 제이스를 뽑으며 대세에 따랐고요. '너구리' 장하권, '캐니언' 김건부, '쇼메이커' 허수 등 상체 선수들의 폼이 절정이었다는 점도 포인트였습니다.

문제는 젠지의 픽이었습니다. 

젠지는 해당 경기에서 이즈리얼-탐켄치로 바텀을 잠궜고 갈리오에 이렐리아까지 뽑은 상태였는데요, 여기서 세주아니까지 가져가면 담원의 핵심픽 제이스가 고통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습니다. 세주아니의 패시브가 근접 챔피언과 시너지가 좋을뿐더러 돌진기, CC기까지 보유했기 때문이죠. 결국 담원은 세주아니를 내주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일단 해당 챔피언을 빼앗아 옵니다.

여기서 베릴은 나름의 승부수를 던집니다. 세주아니가 담원의 정글로 활용되면 조합의 맛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던 중,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온 카서스를 픽한 거죠.

베릴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당시 상황을 예상치 못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베릴이 이러한 결심을 내린 이유는 아마도 '시너지'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담원의 제이스-트페는 젠지의 이렐리아-갈리오에 비해 초반 주도권은 확실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대에 밀리는 조합이었는데요, 여기서 세주아니까지 젠지가 가져가면 그나마 유리했던 초반 구도까지 엉킬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패시브가 근접 챔피언과 잘 어울리기에 상체에 유효타를 날리기도 용이했기 때문이죠.

혹은 제이스를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팔길이가 짧은 담원 조합을 두고 '확실한 딜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베릴이 정글 카서스를 고른 거라는 분석도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베릴 입장에서는 성장 기대치가 높은 카서스를 통해 후반에 강한 젠지의 조합을 받아치려한 듯한 느낌도 드네요.

실제로, 이 게임의 주인공은 '카서스'였고 서포터 세주아니 역시 훌륭한 조연을 맡았습니다. 세주아니와 칼리스타의 강력한 CC연계를 등에 업은 카서스는 폭발적인 딜을 뿜어냈고 계속해서 교전에서 이득을 챙기며 25분경 압도적인 승리를 따냈죠.

서포터 세주아니는 2019년 8월경 잠시 인기를 끌며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 몇 차례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베릴은 지난해 7월 10일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경기에서도 세주아니를 꺼내 팀승리에 기여한 바 있습니다. 근접 챔피언과 함께해야 효율이 좋기에 서포터 주류픽이 되긴 어렵겠지만, 베릴만큼은 '히든카드'로 세주아니를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서포터 세주아니는 강력한 CC기로 젠지를 흔들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씨맥 감독의 '릭트쇼'...? 지금도 알 수 없는 원딜 티모   

2021 롤드컵을 들어 올린 '바이퍼' 박도현은 세계 최고의 원딜로 꼽히는 선수인데요, 클래식한 원딜 챔피언뿐만 아니라 비원딜도 능숙하게 다루는 다재다능함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2018 LCK 서머를 강타한 비원딜 메타에서 꺼낸 '원딜 티모'는 바이퍼의 특별한 재능을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라고 볼 수 있죠.

그리핀의 원딜 티모는 MVP를 상대로 등장했는데요, 당시 MVP 선수들은 티모를 탑이라고 확신하고 이를 카운터칠 수 있는 초가스를 픽합니다. 하지만 그리핀은 예상과 달리 티모를 원딜로 돌렸고, 초가스를 상대하기 위해 나르를 고르면서 상대 계획을 완전히 흔들어놨죠.

그리핀이 원딜 티모를 택한 이유는 지금도 알 수 없습니다. 상대 바텀 듀오가 완성된 것도 아니었기에 앞서 언급한 리헨즈의 서포터 신지드처럼 '카운터'를 목적으로 등장했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죠. 상대가 탑에 탱커형 챔피언을 고르게끔 유도한 건가 싶다가도, 굳이 티모로 그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었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LCK에 등장한 원딜 티모. 지금도 명확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리핀이 MVP전에 이어 3일 뒤 펼쳐진 진에어와의 경기에서도 원딜 티모를 꺼내 들었다는 겁니다. 연이어 등장한 원딜 티모를 두고 팬들은 '그리핀이 전략적 이유로 원딜 티모를 진지하게 연구하는 게 아니냐'라는 의견을 쏟아내기도 했죠. 실제로, 바이퍼는 어그로 핑퐁을 위해 티모를 뽑았다는 인터뷰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원딜 티모는 LCK에서 2전 2승이라는 '완벽한'(?) 기록을 갖고 있지만, 냉정히 말해 경기에는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티모가 아니라도 충분히 이길 만한 경기였던 거죠. 이후 바이퍼는 다시는 원딜 티모를 꺼내지 않았고, 비원딜의 시대도 막을 내림에 따라 원딜 티모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당시 그리핀이 선보인 원딜 티모는 여전히 LCK 팬들에게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깜짝 카드' 중 하나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원딜 티모 은퇴식을 보고 계십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제2의 서포터 신지드를 기다리며...
LCK 역사상 가장 많은 '깜짝 카드'를 사용한 선수는 스베누에서 미드 라이너로 활약했던 '사신' 오승주입니다. 사신은 2016 LCK 스프링, 미드에서만 무려 스무 개 이상의 챔피언을 사용한 바 있는데요, 퀸, 노틸러스, 말파이트 등 비주류 픽을 다수 활용한 가운데 킨드레드를 미드에서 꺼내든 적도 있습니다.

사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선수들이 사신과 같이 다수의 챔피언을 활용하지 않는 건 숙련도와 메타 문제가 큽니다. 서포터 신지드는 리헨즈의 숙련도가 높았기에 가능한 픽이었고, 원딜 티모는 비원딜 메타라서 등장할 수 있었던 카드였으니까요.

챔피언 폭하면 사신하던 시절이 있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리그 오브 레전드>가 점점 고도화됨에 따라 선수들은 챔피언과 라인전 구도에 최적화된 룬과 특성은 물론 운영법까지 연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메타를 선도하는 대세 챔피언만 연습하기도 꽤 빠듯할 수밖에 없죠. 픽의 다양성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겁니다. 비교적 준비가 부족한 '깜짝 카드'로는 경기에서 이기기도 힘들고, 실패시 엄청난 비판에 직면한다는 점도 크고요.

때문에 리헨즈의 서포터 신지드처럼 고착화된 구도를 깨뜨리며 '성공'한 카드는 LCK 팬들을 뜨겁게 만들곤 합니다. 지난해 등장한 '표식' 홍창현의 우디르는 처음엔 깜짝 카드에 불과했지만 이후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협곡 메타를 흔들기도 했죠. '페이커' 이상혁이 선보인 미드 마스터 이는 수많은 솔로랭크 유저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습니다. 

과연 LCK 팬들을 열광시킬 다음 '깜짝 카드'는 무엇일까요? 조금 더 다채롭고 충격적인 챔피언이 협곡을 뒤흔들 그 날을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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