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해 <리그 오브 레전드> 최고의 화젯거리는 단연 '코르키'입니다. 출시 때만 해도 원거리 딜러로 설계됐던 코르키는 미드로 둥지를 옮긴 뒤 솔로 랭크와 대회를 뜨겁게 달군 바 있는데요, 이후 메타가 변하며 다소 주춤해진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시즌째 부침을 거듭하던 코르키는 올해 다시금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OP 챔피언으로 떠올랐습니다. 물리 대미지(이하 AD)와 마법 대미지(이하 AP) 아이템을 섞는 '하이브리드' 빌드가 떠오르며 솔로랭크는 물론, LCK를 포함한 프로씬에서도 주목하는 픽이 됐으니까요. 16일 진행된 담원 기아와 젠지 경기에서는 레드 사이드 1픽으로 코르키가 뽑히는 기묘한 그림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외치는 'OP 챔피언' 코르키는 과연 얼마나 강력한 걸까요?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지표는 물론 농심 레드포스 아카데미 '칼릭스' 신현빈과 오피지지 강석우 데이터 분석가의 코멘트를 통해 하이브리드 코르키에 찾아온 놀라운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기사에 사용된 모든 지표는 17일 오전을 기준으로 합니다.
(아이템, 챔피언 이미지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역대급 DPM, 역대급 화력! 프로 대회 박살 낸 하이브리드 코르키
코르키는 2022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메이저 지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LCK와 LPL은 물론 LEC에서도 지속적으로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죠. 심지어 TSM의 'V1per' 옴란 슈라는 그라가스를 상대로 '하이브리드 탑 코르키'를 꺼내는 진풍경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여담으로 V1per의 탑 코르키가 해당 경기에서 기록한 대미지는 무려 53,404에 달합니다.
전 세계 프로리그를 모두 합쳐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17일 오전 기준 코르키는 2022시즌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를 통틀어 61%(35승 22패)라는 준수한 승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드 최다픽 1위 빅토르(62회, 승률 52%)와 비슷한 출전 횟수를 기록했음에도 승률은 9%나 높고요. 미드 코르키의 강력함이 지표로 드러난 셈입니다.
젠지는 레드 사이드 1픽으로 코르키를 고르기도 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코르키의 지표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대미지'입니다. 미드 코르키는 올 시즌 모든 프로 대회를 통틀어 평균 713의 DPM(분당 대미지)을 기록 중인데요, 이는 10회 이상 출전한 챔피언 중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합니다. 대미지하면 빼놓을 수 없는 빅토르(655)보다 높은 DPM을 기록했다는 점도 포인트고요.
이러한 흐름은 LCK에서 더욱 심하게 드러납니다. 17일 오전 기준 코르키는 LCK에서 평균 814의 DPM을 기록하며 빅토르(662), 신드라(478) 등 출전 빈도가 높은 타 미드 챔피언에 비해 높은 대미지를 뿜어냈습니다. 출전 횟수가 적어 이른바 '평균의 함정'에서 자유로운 아지르(1회 출전, DPM 618)나 카사딘(1회 출전, DPM 609)과 비교해도 꽤 높은 숫자에 해당하죠.
코르키의 DPM이 인상적인 건 초반 지표 때문입니다.
올 시즌 코르키는 대미지 부분에서 상당히 좋은 수치를 기록 중인 반면, 초반 라인전 지표는 썩 좋지 않습니다. 특히 '15분까지 평균 CS 차이'는 '-1.9개'에 불과하죠.
그럼에도 코르키의 DPM이 상당히 높다는 건 그만큼 이 챔피언의 후반 포텐셜이 엄청남을 뜻합니다. '조금만 버티면 슈퍼 캐리가 가능한 챔피언'이라는 점이 수치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죠. 2022시즌을 통해 달라진 '텔레포트' 역시 코르키의 캐리력에 힘을 실어준 요소라 볼 수 있습니다.
올 시즌 프로대회에 출전한 미드 챔피언의 평균 DPM. 700대에 진입한 건 코르키 뿐이다
# 선제공격 + 루덴의 폭풍 = 괴물 코르키, "솔랭과 달리 프로씬에서 잘 먹히는 이유는..."
프로 선수들이 택한 코르키의 핵심 룬과 아이템 트리도 살펴봅시다.
올 시즌 대회에서 코르키를 플레이한 선수들이 가장 많이 택한 룬은 '선제공격'(픽률 87.9%)이었습니다. 적 챔피언에게 기본 공격이나 스킬을 적중시키면 5골드를 획득하고 추가 피해를 입히며, 입힌 추가 피해량만큼 골드를 획득하는 선제공격의 특징이 사거리가 긴 코르키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죠.
아이템 트리도 흥미롭습니다. 선수 대부분이 마나무네 - 루덴의 폭풍까지는 올린 가운데 3, 4코어에 대한 해석이 조금씩 갈리고 있는데요, 지난주 담원 기아를 상대한 젠지의 '쵸비' 정지훈은 마나무네와 루덴의 폭풍을 올린 뒤 '멜모셔스의 아귀'를 완성한 반면 T1을 마주한 프레딧 브리온의 '라바' 김태훈은 4코어로 '굶주린 히드라'를 구매하며 라인 클리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조금 독특한 해석을 선보인 선수도 있습니다. LPL에서 활약 중인 '고리' 김태우는 철갑궁 - 마나무네 - 고속 연사포라는 클래식한 템트리를 선보였고, 영국/아일랜드/노르딕 리그인 NLC에서 활동 중인 '사히라'(Sahira) 에네스는 3코어로 '부서진 여왕의 왕관'을 올리기도 했죠. AD와 AP를 섞은 하이브리드 코르키가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AD 또는 '변종' 코르키를 고민하는 선수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대부분이 하이브리드 코르키를 선호지만, AD 코르키를 택한 선수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코르키가 솔로랭크(승률 47.59%)와 달리 프로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농심 레드포스 아카데미 미드 라이너 '칼릭스' 신현빈은 프로씬의 코르키를 두고 "초반 구간만 넘기면 후반에 무조건 좋기에 많이 쓰이는 듯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솔로 랭크와 달리 LCK 선수들은 코르키의 약점인 초반 구간을 피지컬로 버틸 수 있다"라며 "라인전이 강한 챔피언을 활용해 성장을 원천봉쇄하는 게 대처법"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오피지지 강석우 데이터 분석가 역시 비슷한 견해를 전했습니다. 강 분석가는 "미드 코르키는 무난히 성장하기만하면 포킹, 누킹, 지속딜이 가능한 데다 패시브 특급 폭탄 배송의 변수로 인해 아지르의 상위호환으로 픽되는 느낌"이라며 "우리 팀이 다른 라인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정글의 갱호응을 확신한다면 자신 있게 뽑을 수 있는 픽"이라고 밝혔죠.
극후반 코르키의 포킹은 우물 레이저에 비견될 정도로 강력하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매년 1~2월은 새로운 챔피언이 솔로랭크와 프로씬을 수놓는 시기로 꼽힙니다. 2020 시즌은 아펠리오스와 미스 포츈이 바텀을 지배한 시기였고 지난해에는 터보 화공 탱크를 두른 헤카림이 솔로랭크를, 그레이브즈와 이즈리얼이 프로 대회를 헤집기도 했죠. 오늘 소개한 하이브리드 미드 코르키 역시 훗날 프로씬을 휘저은 사기 챔피언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연 코르키를 둘러싼 흐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코르키가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를 휩쓸고 있는 지금, 라이엇 게임즈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향후 펼쳐질 프로 경기를 통해 코르키의 행방을 직접 확인해보시죠. 2022 LCK 스프링은 오는 19일 농심 레드포스와 담원 기아의 경기로 이어집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3줄요약
01. e스포츠 세계니까
02. e세카이입니다.
03. 재미 없다고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