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에게 여름은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시기다. 정규 시즌 순위는 물론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진출권이 걸린 만큼, 모든 팀이 필사적으로 경기에 임하기 때문. 그만큼 LCK 서머 시즌은 항상 치열했고 항상 마지막까지 뜨거운 순위 경쟁이 펼쳐지곤 했다.
올해도 LCK는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각 팀별 3~4경기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아직 최상위권 순위가 확정되지 않은 탓이다. 수치상으로는 1위 농심 레드포스부터 5위 T1에 이르기까지 무려 다섯 팀이 선두에 오를 수 있는 안개 정국이 펼쳐진 상황, 과연 여름의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릴 팀은 누가될까. 해답은 팀별 '잔여 대진'에 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 업셋만 당하지 않으면 된다! 창단 후 첫 1위 노리는 '농심 레드포스'
농심 레드포스(이하 농심)는 현시점 가장 유력한 1위 후보다. 2일 기준 농심의 성적은 11승 4패, +10으로 상당히 준수하다. 특히 +10의 득실은 농심의 순위방어에 있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라운드에서 T1, 담원기아 등 쟁쟁한 팀들을 잡아내며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는 점도 포인트다.
잔여 대진 역시 농심을 향해 웃어주고 있다. 농심은 아프리카 프릭스, DRX, 젠지와의 경기를 통해 서머 시즌을 마무리한다. 젠지를 제외하면 모두 농심이 전력상 우위에 있다고 평가되는 팀들이다. 실제로, 농심은 서머 1라운드에서 DRX에 2:1, 아프리카 프릭스에 2:0 승리를 거둔 바 있다. 현재 농심의 전력이나 기세를 감안하면 이 경기에서 '업셋'이 등장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변수는 젠지다. 운영과 한타의 합으로 부족한 라인전을 극복하는 농심 입장에서, 경기 초반부터 강력함을 뿜어내는 젠지는 상성상 힘든 상대일 수밖에 없다. 서머 1라운드 양 팀의 경기 역시 비슷한 구도로 흘러갔다. 특히 3세트에서는 농심의 핵심으로 꼽히는 바텀 라인이 고전하며 초반부터 빠르게 경기가 기우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농심이 젠지에 2:0으로 패배하더라도 1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전술했듯 농심은 득실 관리에서 타 팀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1위 자리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은 경쟁자와 비교하면 잔여 대진도 비교적 수월하다. 설령 젠지에 경기를 내준다 한들, 잡아야 할 팀만 침착하게 잡을 수 있다면 비교적 수월하게 서머 시즌 1위에 오를 수도 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아직 원코 남은 '젠지'와 낭만을 꿈꾸는 '리브 샌드박스'
서머 시즌 초반, 파죽의 7연승을 질주하던 젠지는 2라운드 들어 급격히 기세가 꺾였다. 특히 담원기아, T1, 리브 샌드박스, 아프리카 프릭스 등 플레이오프에서 마주칠 가능성이 높은 팀과의 경기에서도 속절없이 무너졌다는 점은 젠지에겐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건 1라운드에서 쌓아둔 승수가 '아직은' 넉넉하다는 점이다.
젠지가 최근 일곱 경기에서 3승 4패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음에도 리그 2위를 지킬 수 있었던 건 1라운드 초반의 호성적 때문이다. 실제로, 숫자만 놓고 보면 젠지와 1위 농심의 격차는 '1승, +2'로 그리 크지 않다. 게다가 젠지는 농심에 비해 치른 경기 수도 한 경기 적다.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격차다.
다만, T1과 담원기아를 상대해야 하는 잔여 대진은 젠지 입장에서 다소 부담스러운 요소다. 젠지는 T1이 휘청거렸던 1라운드에서도 0:2로 패했고, 담원기아와의 경기에서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경기를 내준 바 있다.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농심과 '자이언트 슬레이어' 프레딧 브리온 역시 까다롭긴 마찬가지다.
결국 젠지의 운명은 T1전에 달렸다. 만약 젠지가 잔여 대진의 포문을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할 수 있다면 20 스프링에 이어 또 한 번 정규 시즌 1위에 도전할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분명, 젠지에게도 기회는 있다.
첫 경기를 잘 소화한다면, 젠지에게도 기회는 있다 KT전으로 데뷔한 버돌의 경기력도 젠지에겐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 (출처: 라이엇 게임즈)
싸움을 피하지 않는 탓에 '낭만파'라는 별명이 붙은 리브 샌드박스 역시 1위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다.
리브 샌드박스의 상황은 앞서 언급한 젠지와 비슷하다. 치른 경기 숫자가 1위 농심에 비해 한 경기 적기 때문. 다만, 득실에서는 젠지보다 부담이 크다. +8로 득실을 잘 관리한 젠지와 달리, 리브 샌드박스의 득실은 +5에 불과하다. 1위 농심(+10)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격차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부분은 잔여 대진이다. 리브 샌드박스는 한화생명e스포츠, 프레딧 브리온, KT, 담원 기아와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중 담원기아를 제외하면 모두 리브 샌드박스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팀이다. 돌발적인 업셋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자력으로 2, 3위까지는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리브 샌드박스가 담원기아까지 잡고, 득실관리도 제대로 할 수만 있다면 '기적'을 노래할 수도 있다. 스프링 때만 해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 '미라클 런'을 말했던 팀이 불과 한 시즌 만에 1위 탈환을 노리는 강팀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미라클 런을 노래하던 리브 샌박은 한 시즌 만에 1위를 노리는 팀으로 탈바꿈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담원기아'와 'T1', 1위는 어렵지만 2위는 노려봄 직하다
담원기아와 T1은 앞서 언급한 젠지, 리브 샌드박스에 비하면 1위 경쟁에서는 다소 뒤처져있다.
산술적으로는 1위 등극이 가능하지만, 상황은 그리 쉽지 않다. 두 팀의 남은 경기가 세 경기에 불과할뿐더러, 이미 6패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잔여 대진을 모두 승리하더라도 지금의 농심보다 '1승' 밖에 앞설 수 없는 만큼, 자력으로 리그 선두에 오르긴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두 팀의 현실적인 목표는 '2위'가 될 전망이다. 2일 기준, 리그 2위에 위치한 젠지가 타깃인 셈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담원기아와 T1 모두 남은 대진에서 젠지를 만난다는 점이다. 만약 젠지가 두 팀에게 모두 패할 경우, 젠지의 순위는 3위보다 더 아래로 미끄러질 수도 있다. 서머 1라운드 1위였던 젠지가 2라운드 결과로 인해 낮은 지점에서 플레이오프에 임하는 '예상외의 그림'이 펼쳐질 수 있다.
담원기아의 최우선 과제는 '기복 줄이기'에 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T1은 2라운드 들어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이를 위해서는 두 팀 모두 잔여 대진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담원기아의 경우 프레딧 브리온을 무조건 잡는다는 가정하에 젠지와 리브 샌드박스를 상대해야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게다가 프레딧 브리온은 담원기아가 절정의 폼을 과시한 스프링 시즌에도 앞길을 막아서며 '담원기아를 상대하는 법을 아는 팀'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젠지와 리브 샌드박스 역시 쉽지 않은 상대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건 득실차 부분. 담원기아는 올 시즌 +9라는 득실차를 기록하고 있다.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농심 다음가는 준수한 수치다. 즉, 타 팀과의 승수가 동률이 되는 상황이 펼쳐질 경우 득실차를 기반으로 순위를 방어할 힘은 갖고 있는 셈이다.
반면, T1의 잔여 대진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젠지전이 껄끄럽긴 하지만, DRX와 한화생명e스포츠는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상대다. 상위권에 위치한 팀 중 가장 양호한 대진에 해당한다. 게다가 T1은 팀이 크게 흔들렸던 1라운드에도 젠지, DRX, 한화생명e스포츠를 모두 2:0으로 잡아낸 바 있다. 2라운드 들어 팀 전체가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 역시 T1엔 반가운 요소다.
3줄요약 01. 업셋만 당하지 않으면 농심이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02. 근데 너무 덥다... 03. 습해서 더 덥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