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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의 엄지, 판을 흔들다! 업셋 축제 펼쳐진 2021 M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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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국제대회는 8강부터 보면 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각 리그의 격차가 상당하기에, 약팀이 참가하는 조별 예선은 다소 '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특히 스프링 시즌 우승팀만 참가하는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은 참가팀 숫자가 롤드컵보다 작은 만큼, 이변이 발생할 확률도 훨씬 낮은 대회로 꼽힙니다.

그런데, 올해 MSI는 조금 달라 보입니다. 만년 하위권으로 분류된 일본의 DFM이 메이저 지역 중 하나인 북미의 C9을 잡는가 하면 해체 위기에 몰린 호주 리그(LCO) 소속 펜타넷지지(이하 펜타넷)가 국제대회 단골 'UOL'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기 때문이죠. 오늘은 예상치 못한 '업셋 잔치'를 펼치고 있는 2021 MSI의 언더독들과 흔들리는 C9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출처: 라이엇 게임즈)
 






# 모두가 약팀이라 깔봤지만... DFM과 펜타넷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DFM은 자국 리그를 11회나 우승한 데다 국제대회에도 수 차례 출전한 만큼, 일본을 대표하는 강팀으로 꼽힙니다. 특히 뛰어난 경기력과 스타성을 가진 탑 라이너 '에비'는 DFM의 인지도를 크게 끌어올렸죠. 다만, 이러한 관심과 달리 DFM은 국제대회에서 큰 임팩트를 남기진 못했습니다. 기껏해야 2018 롤드컵 플레이 인 스테이지에서 C9과 접전을 펼친 것과 카붐e스포츠를 꺾은 게 전부였으니까요.

하지만 올해 DFM은 2021 MSI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미드 라이너 '퍽즈'를 필두로 북미 리그를 평정한 C9을 꺾은 데 이어 담원기아전에서는 상대를 다운 직전까지 몰아넣으며 눈부신 경기력을 뽐냈기 때문이죠. 특히 담원기아와의 경기에서는 상대적 체급 차이가 상당함에도 불구, 물러서지 않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통해 월드 챔피언을 당황케 하며 경기를 지켜본 많은 이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지켜보던 이를 경악케한 DFM과 담원기아전 (출처: 라이엇 게임즈)
 

에비의 따봉은 모든 팬의 마음을 흔들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펜타넷의 상황은 DFM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에비라는 확실한 스타플레이어가 있는 DFM과 달리 펜타넷에는 이렇다 할 스타 선수도 임팩트 있는 경기도 없었죠. 이 팀에 대해 팬들이 알고 있는 건 '호주 리그에 속했다'는 것과 서브 선수로 '여성 서포터를 등록했다'는 것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LCO는 지난해 해체를 선언했다가 극적으로 재개된 리그입니다. 메이저 지역에 비해 불안한 환경에서 대회를 준비한 셈입니다.

하지만 2021 MSI의 펜타넷은 당당히 주인공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들은 강팀 RNG에겐 전패했지만, A조 2위 결정전에서 만난 국제대회 단골손님 'UOL'을 격파하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물론 UOL이 메이저 지역은 아니지만, 펜타넷을 둘러싼 상황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결과입니다. 


펜타넷 역시 DFM 못지않은 드라마를 작성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그렇다면 두 팀이 이번 대회에서 '업셋 잔치'를 펼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요? 

먼저, 펜타넷의 돌풍은 '독특한 픽'에 있습니다. 그들은 대회 내내 이색적인 밴픽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망설임 없이 탑 우르곳과 정글 피들스틱, 미드 아리 등을 꺼내는가 하면 풍문으로만 떠돌았던 '미드 리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팀이 바로 펜타넷입니다.

얼핏 보면 약팀의 '즐겜픽'처럼 느껴지지만, 그들은 이를 진지한 전략으로 활용했습니다. 특히 팀의 운명을 가를 UOL과의 2위 결정전에서까지 '점멸 없는 강타-탈진 카서스'와 '미드 리신'을 꺼내 승리했다는 건, 펜타넷이 얼마나 전략적으로 이 카드들을 준비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펜타넷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미드 리 신'을 꺼내 들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반면, DFM은 특정 부분을 꼽기가 굉장히 까다로웠습니다. 10일 오후 기준, DFM이 2021 MSI에서 기록한 지표가 '생각 이상으로' 좋았기 때문이죠. 

DFM이 기록한 분당 골드(1736)과 15분까지의 골드 차이(-6)는 RNG, 매드 라이온즈, 담원기아, PSG 탈론 등 강팀을 제외하면 가장 준수했습니다. 전령 획득(66.7%)과 드래곤 획득(52.8%) 역시 전체 참가 팀 중 5위에 해당하죠. 이처럼 DFM은 최상위권을 제외한 나머지 팀 중 가장 좋은 지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하부 리그 사이에서는 '강팀'의 위치에 올라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DFM의 '분당 제거한 와드 개수'가 1.78개나 된다는 점입니다. 해당 부문 2위에 오른 C9과 PSG 탈론(1.68)보다 0.1이나 높은 숫자인데요, DFM의 '설치한 와드 개수'가 비교적 하위권임을 감안하면 효율적으로 시야를 장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지표입니다.

DFM의 지표가 더욱 인상적인 건, 그들이 조별 예선에서 C9과 담원 기아 등 두 개의 메이저 지역팀과 맞붙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보다 훨씬 체급이 높은 팀과 경기를 펼쳤음에도 제법 괜찮은 숫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죠. 어쩌면 DFM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좋은 팀일지도 모르겠네요.


DFM의 지표는 '메이저 지역'을 제외한 팀 중 가장 준수한 편이다







# 흔들리는 C9, 길어지는 북미 리그의 부진
  

북미 리그와 C9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원딜에서 미드로 전향한 '퍽즈'와 '즈벤'-'벌칸' 바텀 듀오가 괜찮은 경기력을 보여줬고, 정글 '블래버'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에 몇몇 해외 매체는 C9을 2021 MSI 파워 랭킹 4위에 올리며 '최소' 4강까지는 갈 거라는 예측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C9의 경기력은 너무나 처참했습니다. 한 수 아래로 꼽힌 DFM에 덜미를 잡히는가 하면, 담원기아에겐 말 그대로 박살 났거든요. 천신만고 끝에 INF를 잡긴 했지만, 그마저도 상대의 실수가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거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단순한 1패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뼈아픈 경기였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C9의 부진한 경기력은 지표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C9의 드래곤 획득률(75%)은 전체 2위인데요, 심지어 15분까지 드래곤 획득률은 1.67로 1위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그들이 이러한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C9은 15분까지의 골드 차이 항목에서 '-1178'이라는 형편없는 숫자를 기록했습니다. 운영도 매끄럽지 않은데 초반 라인전에서도 고전하고 있으니 자연스레 부진한 경기력을 나타내고 있는 겁니다.

더욱 충격적인 건 메이저 지역을 제외하더라도 C9의 지표가 최상위권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같은 조에 속한 DFM의 지표를 C9이 기록했다 쳐도 조금 아쉬울 법한데, 그보다 훨씬 나쁜 숫자를 나타내고 있으니 C9을 바라보는 북미 관계자들의 속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죠.


 

사실 C9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습니다. WA.GG가 내놓은 MSI 파워랭킹에 따르면 C9는 PSG 탈론보다 낮은 5위에 배치됐습니다. 리그 체급을 생각하면 다소 충격적인 순위였죠. 당시 WA.GG 김진일 대표는 C9의 약점으로 '꾸준함'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김진일 대표: PSG 탈론은 올 시즌 자국 리그에서 엄청난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동안 한 번밖에 패하지 않았어요. 반면 C9은 결승에서도 3:2로 힘겹게 이기며 가까스로 MSI에 진출했습니다. 스포츠에 있어 기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또한, 저희는 야구의 세이버메트릭스와 같은 '스노우볼 레이팅'을 개발 중인데요, 이를 토대로 두 팀의 정규시즌 그래프를 그려보니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초반 선전했지만, 중반부터 흔들린 C9과 달리 PSG 탈론은 정규 시즌 내내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유지했어요. 꾸준함과 기세에서 앞선 PSG 탈론이 근소하나마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랭킹을 본 기자 역시 C9의 순위에 의문을 표했지만... (제공: WA.GG)



북미 리그 입장에서도 C9의 부진은 꽤 충격적일 겁니다. 

북미 리그 소속 팀들은 최근 몇 년간 펼쳐진 국제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2019 MSI에 참가한 TL이 결승에 진출한 것 외에는 늘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으니까요. 특히 2020 롤드컵에 1시드로 참가한 TSM의 부진은 '메이저 지역을 재편성해야 한다'라는 여론에 불을 지피기도 했습니다.

물론 C9이 2021 MSI 2라운드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도 있겠지만, 글쎄요. 어떤 결과가 나오던 C9, 그리고 북미 리그의 국제대회 부진은 한 번쯤 심각하게 짚고 넘어갈 만한 소재처럼 느껴지네요.

DFM과 C9은 11, 12일 경기를 통해 '럼블 스테이지' 진출 여부를 가립니다. 과연 DFM이 말도 안 되는 '동화'의 끝을 장식할 수 있을지, 아니면 C9이 업셋 잔치를 단순한 이변으로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3줄 요약
01. DFM은 우리 생각보다 좋은 팀일지도 모른다.
02. 펜타넷의 성적엔 감동이 있다
03. 으휴 C9... 아이고 북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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