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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딧 브리온의 'LCK'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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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2021 LCK 스프링에 참가하고 있는 A라는 팀이 있습니다. 오늘(26일) 기준, 이 팀의 성적은 5승 12패, 리그 9위입니다. 심지어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실패했죠. 그런데 이 팀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굉장히 너그럽습니다. 아니, 오히려 응원하는 분위기에 가깝죠. 심지어 A가 상위권 팀과 경기하는 날엔 모든 팬이 입을 모아 '언더독'인 A의 이름을 외치곤 합니다.

슬슬 감이 오시나요? A는 바로 최우범 감독이 이끌고 있는 '프레딧 브리온'입니다. 기자는 오랜 시간 축구와 야구 등 다양한 프로 스포츠를 지켜봤지만, 이토록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하위권 팀은 본 적이 없습니다. '약팀' 프레딧 브리온은 어째서 이토록 수많은 팬의 박수를 받는 걸까요? 프레딧 브리온의 2021년, 그리고 LCK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출처: 프레딧 브리온)

 

# 위태로워 보였던 출발점, 그 끝에 최우범 감독이 있었다
 
프레딧 브리온의 시작은 꽤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LCK 프랜차이즈에 합류한 건 좋았지만, 그 과정에서 붉어진 팀 이에스와의 갈등은 프레딧 브리온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했죠. 결국 프레딧 브리온은 스토브리그가 끝날 때까지 이렇다 할 '스타 선수'를 데려오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로스터는 너무나 빈약해 보였습니다. 타 팀들이 즉시 전력감을 좋은 조건에 영입하는 사이, 프레딧 브리온은 모두가 실패했다고 손가락질하던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죠.

그도 그럴 것이 팀의 핵심으로 꼽힌 정글러 '엄티' 엄성현은 2017년부터 LCK에서 활동했지만, 심한 기복으로 인해 '로또형 정글러'라는 비아냥을 들었고 미드 라이너 '라바' 김태훈은 2020년 한화생명e스포츠에서 심각한 부진에 빠져 수많은 팬의 비난을 온몸으로 견딘 선수였습니다.

신인급 선수로 구성된 타 라인도 문제였는데요. 탑 라이너 '호야' 윤용호는 솔로랭크에서의 선전과 달리, 2020 챌린저스에서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고 원거리 딜러 '헤나' 박증환 역시 별다른 임팩트 없는 선수였습니다. 심지어 '딜라이트' 유환중은 난생처음 프로 무대에 서는 초짜 신인 서포터였고요.


온통 물음표투성이였던 프레딧 브리온의 2021시즌 로스터 (출처: 라이엇 게임즈)
 

하지만 프레딧 브리온의 사령탑 최우범 감독은 '굳이' 이러한 외부 평가에 반기를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듣는 사람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덤덤히 부정적인 평가를 인정하고 받아들였죠. 실제로 지난 1월, 디스이즈게임과의 인터뷰에 응한 최우범 감독은 팀 전력을 묻는 말에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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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최 감독은 올 시즌에 대한 해답으로 '어려운 위치에 놓은 선수들을 믿는 것'을 택했습니다. 선수 개개인이 조금 부족할지라도 팀적 시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최 감독의 행보가 더욱 흥미로운 건 그의 선택이 일반적인 감독들과 달라서입니다. 프로 스포츠에서 전력 보강에 어려움을 겪는 감독들은 '이름값만 남은 선수'라도 데려와 로스터를 꾸리고자 합니다. 설령 그 선수의 폼이 떨어져 있다 해도, 경험이 있으니 어떻게든 될 거라는 무형적 기대감에 가깝죠.

하지만 이런 선택을 내릴 경우, 부진한 성적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보통 선수들에게 쏠립니다. 팬들의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감독의 '방향성'이 아니라 특정 선수의 부진한 경기력이기 때문이죠. 반면 최우범 감독은 이름값만 남은 선수를 택하기보다 확실한 실패를 경험한, 어쩌면 그래서 더 간절한 선수들로 로스터를 채웠습니다. 허울뿐인 간판보다 절실함과 간절함을 택한 셈입니다.

그리고 스프링 시즌이 끝나가는 지금, 최우범 감독의 선택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시간이 더 많았던 라바는 경기 후 미소가 늘었고, 어딘가 불안해 보였던 엄티는 주장 완장을 찬 뒤 팀의 선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죠. 불확실했던 헤나, 크레센트, 호야 역시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덕분에 프레딧 브리온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농심 레드포스, 리브 샌드박스 등 쟁쟁한 팀들과 시즌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쟁했습니다. 압도적 꼴찌일 거라는 예상과 전혀 다른 그림이죠.


최우범 감독은 팀의 수장으로써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

 

# 프레딧 브리온의 선택은 '팀적 움직임'과 '빡빡한 시야 장악'이었다
 
이번엔 프레딧 브리온의 통계 수치를 조금 들여다보죠. 올 시즌 프레딧 브리온은 스탯만 살펴봐도 상당히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25일 기준, 경기 초반 프레딧 브리온의 지표는 굉장히 나쁜 편인데요. 첫 번째 포탑 획득률이 14.3%인 데다 경기당 전령 획득수도 0.57개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15분까지의 타워 차이는 -0.7, 골드 차이는 -1,302입니다. 경기 초반 주도권이 아예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 

그렇다면 프레딧 브리온은 이러한 초반 불리함을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답은 '팀적 움직임'과 '빡빡한 시야 장악'이었습니다. 25일 기준, 프레딧 브리온 선수들의 대미지 기여율은 미드와 원거리 딜러 쪽에 쏠려있습니다. 탱커를 많이 활용한 정글과 탑은 그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이고요. 지극히 '평범한' 그림이지만, 이를 타 팀과 비교해보면 전혀 다른 느낌이 드는데요. 프레딧 브리온의 미드와 원거리 딜러의 대미지 기여율 격차가 타 팀에 비해 상당히 적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수치를 들여다보면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담원기아는 물론이고, 젠지와 한화생명e스포츠 등 리그 최상위권에 속한 팀들은 미드와 원거리 딜러의 대미지 비중이 높습니다. 그중에서도 미드의 대미지 기여율이 원거리 딜러에 비해 최소 2~3% 이상 높죠. 반면 프레딧 브리온의 미드, 원거리 딜러 대미지 기여율 차이는 고작 1.1%에 불과합니다. 시계바늘을 오늘(26일)로 돌려봐도 그 차이는 1.6% 정도입니다. 

물론 수치만으로 모든 걸 판단할 순 없습니다. 게다가 미드와 원거리 딜러의 대미지 기여율이 벌어져있다고 해서 그 팀이 '잘못된 건' 결코 아니죠. 그럼에도 프레딧 브리온이 기록한 미드와 원거리 딜러의 대미지 기여율 차이는 꽤 인상적입니다. 프레딧 브리온 올 시즌, 특정 한 명에게 의존하는 것 대신 모든 선수가 제 몫을 하는 방식을 택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25일 미드, 원딜 대미지 기여율
 

프레딧 브리온이 시야 장악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점도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25일 기준, 프레딧 브리온은 분당 설치한 와드(평균 4개), 분당 설치한 비전 와드(평균 1.57개), 분당 제거한 와드(평균 1.98)개로 시야 점수에서만큼은 리그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비전 와드를 설치하고 지우는 작업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가가 드러나는 항목입니다. 동시에 팀 차원에서의 확실한 와드 콜이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죠. 

이처럼 프레딧 브리온은 올 시즌 내내 '팀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노력한 인상이 강합니다. 전반적으로 썩 좋지않은 지표를 기록했음에도 시즌 막판까지 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경쟁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25일 팀별 시야 점수
 

# 누구에게나 기적이 찾아오는 건 아니지만, 그게 프레딧 브리온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여기까지 기사를 정독하신 분이라면 분명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프레딧 브리온이 우승팀도 아니고 분명 성적은 나쁜 편인데 왜 이렇게까지 고평가 하는 거지?'라고 말이죠.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분명 눈에 보이는 프레딧 브리온의 수치는 썩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승리보다 패배가 훨씬 많은 시즌을 보내고 있는 데다,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실패했으니까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프레딧 브리온이 그 흔한 '스타 선수' 한 명 없이 시즌을 소화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게다가 이들은 제각기 실패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껴본 상처투성이 선수들입니다. 모두가 이 팀을 두고 플레이오프는 커녕, 1승도 하기 힘들거라고 손가락질했던 '압도적 꼴찌 후보' 팀이었죠.

그럼에도 프레딧 브리온은 롤드컵 디펜딩 챔피언 담원 기아를 잡은 데 이어,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T1까지 격파하며 LCK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습니다. 다소 얼어붙어있었던 선수들의 플레이와 기세 역시 많이 뜨거워진 느낌입니다. 시즌 전 예상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죠.


(출처: 프레딧 브리온)
 

프레딧 브리온의 봄은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25일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경기를 패함에 따라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프레딧 브리온의 2021년, 그리고 LCK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최우범 감독은 과거 물음표투성이였던 삼성 선수단을 지도해 2년 연속 롤드컵 결승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급기야 2017년에는 T1을 꺾고 왕좌에 오르는 등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기적'을 만든 명장입니다.

물론 지금의 프레딧 브리온이 당시 삼성처럼 기적을 만들 수 있다고 단언하긴 어렵습니다. 기적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그리 쉽게 찾아오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 기적의 주인공이 프레딧 브리온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2021년, 프레딧 브리온의 행보를 계속해서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3줄 요약
01. CJ 프로스트, 구 리버풀, 롯데 자이언츠...
02. 이쯤되면
03. 제 취향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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