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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키워서 먹어!" 한국 롤판을 주름잡은 최고의 정글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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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러'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제외한 다른 MOBA에서는 찾기 힘든 독특한 포지션인데요. 정글이라는 중립 지역을 돌아다니며 성장한 뒤 아군을 케어하는 플레이를 펼치는 정글러는 게임 전반을 이끄는 사령관과 같습니다. 특히 정글러는 탑(딜탱), 정글(정글러), 미드(마법사), 바텀(원거리 딜러와 서포터)을 배치하는 'EU 스타일'에 있어 전략적 핵심 포인트로 꼽힙니다. 그만큼 다양한 스타 선수가 존재하는데요.

특유의 수비적인 스타일로 롤드컵 준우승을 이뤄낸 정글러 '클라우드템플러' 이현우부터 역대급 정글 캐리 메타에서 롤드컵 MVP를 수상한 '캐니언' 김건부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글러가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역사에 족적을 남겼는데요. 그중 한국 최고로 꼽혔던 정글 프로 선수들을 되돌아봅니다. / 김승주 필자(사랑해요4)

image 난... 키워서 먹어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칼과 창의 대립, '클템'과 '와치'

아직 게임 메타가 정립되지 않았던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초창기에는 많은 선수가 자신만의 개성을 뽐냈습니다. 당시 최고의 정글러로 꼽힌 선수는 '클템' 이현우와 '와치' 조재걸이 있었는데요.

재미있게도 두 선수는 상반된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클템이 '쉔', '스카너', '아무무' 같은 정글러를 픽해 성장에 집중한 후, 궁극기를 통한 이니시에이팅으로 한타를 캐리하는 스타일이였다면 와치는 ‘신 짜오’ 같은 챔피언으로 빠른 갱킹을 통해 팀의 강력한 라인전을 극대화하는 선수였죠.

게다가 양 선수가 속한 CJ(구 아주부)와 나진은 <리그 오브 레전드> 초창기부터 숙명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만큼, 두 팀이 맞붙는 경기는 ‘롤 클라시코’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화제가 됐습니다. 당연히 두 선수의 정글 싸움도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두 팀이 처음 맞붙었던 2012 롤챔스 서머 16강에서는 클템이 웃었는데요. 경기 당시 나진은 프로스트를 거세게 압박하며 승리를 목전에 뒀지만, 클템에 바론을 스틸 당하며 허무하게 패배하고 말았죠.

양 선수가 두 번째로 맞붙었던 2012 롤챔스 윈터 결승전에선 와치가 웃었습니다. 나진은 클템의 쉔을 고정밴하고, 3연속 신짜오 픽을 통해 초반부터 클템을 거세게 압박하며 완벽한 승리를 따냈는데요.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트런들 랜덤픽도 이 경기에서 나왔습니다.

물론, 클템이 당하기만 했던 건 아닙니다. 두 팀이 재차 맞붙었던 2013 롤챔스 스프링에서는 프로스트가 와치의 자르반과 리신을 집중적으로 밴하며 승리를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image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클템과 와치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영원히 고통받는 '인섹'과 대도 '댄디'    정글 계보는 각각 KT 롤스터와 삼성 화이트에 속해 있던 '인섹' 최인석과 '댄디' 최인규로 이어집니다.

데뷔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인섹은 엄청난 피지컬과 순간 판단 능력을 갖췄던 선수입니다. 게다가 자르반이나 판테온을 선택해 초중반 게임을 휘어잡음은 물론, 정글 제드를 픽해 CS과 경험치를 몰아 먹고 게임을 캐리하는 등 챔피언 폭도 정말 넓은 선수였죠.

그중 인섹을 대표하는 챔피언은 단연 '리 신'입니다. 인섹은 리 신의 궁극기를 통해 상대 챔피언을 아군 진영으로 배달하는 플레이를 유행시킨 선수인데요. 올스타전에서 보여준 충격적인 퍼포먼스 이후로 이 플레이를 통칭하는 이름이 '인섹킥'으로 바뀌었을 정도였죠.

image 이 테크닉은 지금까지도 '인섹킥'으로 불리고 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2014년 삼성 화이트의 우승을 이끈 댄디 역시 절정의 리 신 플레이로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댄디는 꼼꼼한 시야 장악으로도 유명했는데요. 삼성 화이트 특유의 빡빡한 운영과 겹쳐 해설진들 사이에서 '댄디의 장막'이라는 말이 고유명사로 등장할 정도였습니다. 댄디는 이러한 시야 장악 능력을 바탕으로 역갱과 한타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팀을 전면에서 이끌었습니다.

댄디는 피지컬 측면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펼쳤습니다. 2013 롤챔스 서머 16강에서 제닉스 블라스트를 상대로 선보인 '펜타킥 리 신'은 아직도 회자되는 명장면입니다. 리 신의 궁극기는 상대를 걷어차 공중에 띄우면 그 경로에 있는 적도 같은 효과를 받는 스킬인데요. 당시 댄디는 점멸을 활용해 상대 진영 뒤쪽으로 진입한 뒤 리 신의 궁극기로 다섯 명을 띄우는 곡예에 가까운 스킬 활용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image '펜타킬'보다 더 힘들다는 '펜타킥'을 선보인 댄디 (출처: 라이엇 게임즈)


# 뱅 'The Jungle' 기

정글러 이야기를 할 때 SKT의 전성기를 이끈 '벵기' 배성웅을 빼놓을 수는 없죠. 벵기는 페이커와 함께 전 세계에 단 두 명밖에 없는 롤드컵 3회 우승 커리어를 가지고 있는 선수니까요.

벵기의 스타일은 '커버형 정글러'에 가까웠습니다. 자신이 캐리형 챔피언을 픽해 성장하기보다 같은 팀에서 활약했던 '페이커' 이상혁이나 '피글렛' 채광진 등 다른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시야를 잡아주고 역갱을 봐주는 선수였죠.

그렇기에 벵기는 팀이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13~14년도에는 훌륭히 팀을 보좌하며 최고의 정글러로 명성을 떨쳤지만, 전체적인 실력 평준화와 '캐리형 정글러’가 자리 잡은 15년도부터는 큰 활약을 하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팬들의 비난도 주로 벵기를 향하곤 했죠.

하지만 벵기는 자신을 향한 비난을 실력으로 이겨냈습니다. 특히 벵기는 큰 경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곤 했는데, 단적인 예 중 하나로 2015 롤챔스 스프링 플레이오프가 있습니다. 당시 SKT는 CJ에게 2세트를 연속으로 내주며 탈락 직전까지 몰린 상황이었는데요. 벵기가 교체 투입되면서 SKT는 기적 같은 역스윕을 이뤄내고 결승에 진출, 'GE 타이거즈'를 3:0으로 꺾고 우승컵을 차지했습니다.

image '톰톰벵벵벵'은 역사에 회자될 정글 캐리로 꼽힌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또한 벵기는 2016 롤드컵에서 '블랭크' 강선구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음에도 불구, 팀이 위기에 처했던 롤드컵 4강 '락스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깜짝 출전해 4, 5경기를 하드캐리하며 SKT를 결승전에 올렸죠. 이어진 결승전에서는 삼성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손으로 SKT의 3번째 롤드컵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덕분에 벵기는 '정글 그 자체'라는 별명을 얻으며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전설로 자리 잡았습니다. 본래 이 별명은 벵기가 부진하던 시절 이를 비판하기 위해 나온 가슴 아픈 별명이었지만, 벵기가 슬럼프를 극복하고 중요한 순간마다 팀을 이끄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긍정적인 의미로 변화했습니다.


# Legends Never Die! 위대한 정글러, '앰비션'과 '스코어'

앞선 선수들이 전성기 시절 자신의 능력을 뽐내며 '한체정'으로 불렸다면, 뒤늦게 빛을 본 선수들도 있습니다. 바로 '앰비션' 강찬용과 '스코어' 고동빈입니다.

앰비션은 2011년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한 1세대 올드 프로게이머입니다. 본래 앰비션은 미드 라이너였는데, 독보적인 CS 수급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바탕으로 2012년에 열린 첫 LCK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페이커' 이상혁, '폰' 허원석, '루키' 송의진 등 쟁쟁한 신인들이 등장하며 앰비션은 날로 입지를 잃어갔습니다. 당시 신인이었던 페이커에게 경기 시작 6분 만에 솔로 킬을 당한 모습은 세대교체를 알리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회자되고 있죠.

미드 라인에서 나날이 경쟁력을 잃어가던 앰비션은 정글러로 포지션을 변경하는 강수를 둡니다. 피지컬은 예전 같지 못할지라도, 운영과 오더 측면에서는 아직 강점이 있었기 때문이죠. 정글로 포지션을 변경한 앰비션은 정든 CJ 엔투스를 떠나 삼성 갤럭시로 이적해 활동하게 됩니다.

image 정든 고향 팀을 떠난 앰비션은 삼성에서 최고의 영광을 맛봤다


당시 삼성은 롤챔스 하위권을 전전하며 승강전까지 경험할 정도로 약팀이었는데요. 앰비션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로 이루어져 있었죠. 하지만 앰비션의 정교한 운영 능력과 다른 팀원의 잠재력이 폭발하며 삼성은 2016년 롤드컵에 진출해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둡니다

그리고 절치부심해 맞이한 2017 롤드컵에서 앰비션은 SKT를 3:0으로 꺾으며 롤드컵 우승을 차지했죠. 이날 앰비션은 롤드컵 결승전 최초 전 경기 킬 관여율 100%라는 맹활약을 선보이며 실력을 입증했습니다. 결국, 앰비션은 프로 생활 6년 만에 롤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2017 롤드컵 테마곡 '전설은 죽지 않는다'의 주인공이 바로 자신임을 증명했죠.

'스코어' 고동빈도 앰비션과 닮은 모습이 많은 선수입니다. 그 역시 '스타테일'이라는 팀에서 데뷔한 1세대 프로게이머이자 원거리 딜러에서 정글러로 포지션을 변경했기 때문인데요. 스코어도 피지컬과 순간 교전 능력보다는, 변칙적인 동선과 변수 창출 능력에서 강점을 보인 정글러입니다.

스코어의 선수 생활도 굴곡졌습니다. 늘 좋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전용준 캐스터에게 '위대한 정글러'라는 칭호를 받기도 했지만, 우승과는 이상하리만치 연이 없었기 떄문이죠. 특히 2016년 롤 챔피언스 서머 결승전에서 바론 체력2를 남기고 스틸당한 장면은 많은 팬의 안타까움을 자아낸 바 있습니다.

하지만 스코어는 포기하지 않았고, 2018 롤 챔피언스 서머에서 '그리핀'과의 풀세트 접전 끝에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한을 씻어냈습니다. 최초로 열린 롤챔스부터 함께했던 스코어가 OGN이 주관하는 마지막 롤챔스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기에 더욱 뜻깊은 장면이었죠.

image 스코어의 우승 세레모니는 많은 팬의 감동을 자아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역대급 정글러 메타와 함께 날아오른 '캐니언'

'역대급 정글 메타' 라고 불렸던 2020 롤드컵에서 당당히 '세체정' 자리에 오른 선수는 '캐니언' 김건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캐니언은 데뷔 초부터 엄청난 피지컬과 교전 능력을 뽐냈던 선수입니다. 대신 수동적이고 라이너의 콜에 의지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본인의 끊임없는 노력과 담원 코치진의 노력으로 캐니언은 진화했습니다.

특유의 교전 능력을 유지하면서도, 적극적인 동선으로 상대 정글과의 성장 차이를 벌리면서 말 그대로 상대를 '압도'하게 된 것인데요. 롤드컵에서 기록한 지표만 봐도 캐니언이 얼마나 압도적이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결승전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선보인 캐니언은 당당히 MVP를 수상하며 자신이 세계 최고의 정글러임을 전 세계 팬들에게 각인시켰죠.

image 롤드컵 결승 MVP를 차지한 캐니언 (출처: 라이엇 게임즈)


한국 팀 최초로 롤드컵에 진출해 준우승이란 성적을 이뤄낸 클템부터, 역대급 정글 메타를 이끈 캐니언까지. 수많은 한국 출신 정글러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를 수놓았는데요. 과연 차기 시즌 한국 최고의 정글러 자리에 오를 선수는 누가될까요? 이번에는 어떤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정글러가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요? 

<리그 오브 레전드>는 이번 프리시즌을 통해 아이템 부분에서 대격변에 가까운 변화를 단행한 상황입니다. 그만큼, 2021시즌 펼쳐질 프로 경기도 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텐데요. 어떤 정글러가 어떤 스타일로 <리그 오브 레전드> 판을 주름잡을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일 겁니다.


3줄 요약 01. 북극곰은 02. 사람을 03. 찢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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