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는 매년 다양한 신규 요소가 추가된 새로운 시즌을 선보여왔는데요. 라이엇 게임즈는 '프리시즌'이라는 준비 기간을 통해 유저들이 이러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죠.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는 열 번째 시즌을 마친 뒤,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프리시즌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특히 이번 프리시즌은 아이템 대격변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 변화의 폭이 큰 시기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 라인에 등장하는 챔피언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공격적인 챔피언이 지배했던 탑 라인에는 탱커들이 등장했으며 미드 라인에는 암살자 천하가 도래했죠. 정글, 바텀, 서포터 라인에도 그간 쉽게 볼 수 없었던 얼굴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격동의 프리시즌, 각 라인별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챔피언은 누구일까요?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이번 프리시즌의 핵심은 '아이템 대격변'이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탑: 든든한 방패를 세우는 '탱커 메타'가 시작됐다
(자료제공: OPGG)
먼저 탑 라인부터 살펴봅시다. 그간 탑 라인은 카밀, 레넥톤, 피오라 등 공격적인 챔피언이 주를 이뤘었죠. 물론 탱커임에도 탑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친 오른이 있긴 하지만, 어느샌가 탑 라인은 탱커 챔피언이 등장하기 어려운 라인이 된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번 프리시즌, 탑 라인의 흐름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플래티넘 이상 솔로랭크 지표에 따르면, 현재 탑 라인에서 최상위권으로 분류된 건 말파이트, 쉔, 오른, 마오카이, 아칼리, 카밀입니다. 아칼리와 카밀을 제외하면 모두 순수한 탱커에 해당하죠.
조커 카드 정도였던 말파이트는 '0티어'까지 떡상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가장 눈에띄는 챔피언은 단연 말파이트입니다. 프리시즌, 말파이트는 픽률 13.83%, 승률 54.44%를 기록하며 오피지지로부터 '0티어'로 분류됐는데요. 그간 조커 카드 정도로 취급됐던 말파이트의 위상을 감안하면 꽤 놀라운 흐름입니다.
말파이트의 폭주는 프리시즌에 추가된 '태양불꽃 방패'와 연결되어있습니다.
태양불꽃 방패는 기존의 태양불꽃 망토에서 변경된 아이템으로,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을 부여하고 주변 적에게 마법 피해를 입히는 탱커용 아이템인데요. 기존 태양불꽃 망토가 마법 피해와 방어력'만' 제공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상향이었습니다. 탱커들에겐 아주 유용한 OP 아이템이 생긴 것이죠. 비단 말파이트 뿐 아니라 쉔, 마오카이 등 탱커류 챔피언의 입지가 크게 상승한 이유입니다.
새롭게 추가된 태양불꽃 방패는 모든 탱커 챔피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정글: 0티어 지킨 그레이브즈, 이를 추격하는 '비주류' 챔피언들
(자료제공: OPGG)
정글 0티어에 오른 건 '그레이브즈'인데요. 그레이브즈는 높은 픽률(약 25%)에도 불구하고 50% 이상의 승률을 올리며 OP 챔피언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42%에 달하는 밴률도 인상적이죠. 롤드컵, 솔로 랭크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그레이브즈는 프리시즌에도 계속해서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눈길을 돌려보면, '낯선' 챔피언의 이름이 대거 등장합니다.
현재 오피지지로부터 정글 1티어로 분류된 건 케인, 카직스, 아무무, 누누, 헤카림으로 이중 케인, 아무무, 누누는 사실상 비주류에 해당하는 챔피언입니다. 특히 케인은 16% 이상의 픽률을 기록하고도 50%를 상회하는 승률을 기록하며 정글 최강자 그레이브즈를 위협하고 있죠.
케인의 '떡상'은 신규 아이템 '선혈포식자'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선혈포식자는 공격력, 체력, 스킬 가속 등 기본 옵션은 물론, 주변 적에게 피해를 입히며 적중한 챔피언 하나당 잃은 체력을 회복하는 사용 효과를 갖고 있어 케인과 찰떡궁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오피지지 통계에 따르면 선혈포식자를 올린 케인의 승률은 54.25%나 됩니다.
케인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선혈포식자 (출처: 라이엇 게임즈)
늘 친구가 필요하다고 외쳤던 아무무에게도 눈길이 갑니다. 비록 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픽률(7.59%)은 낮지만 정글 챔피언 중 가장 독보적인 승률(56%)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아무무는 적진 한가운데로 진입해 싸움을 여는 만큼, 단단한 아이템이 잘 어울리는 챔피언으로 꼽힙니다. 앞서 말했던 태양불꽃 방패와의 시너지가 좋을 수밖에 없죠. 또한, 매 초마다 체력에 비례하여 추가 대미지를 주는 '절망' 스킬은, 피해를 입힐 경우 추가 마법 대미지를 부여하는 신규 아이템 '악마의 포옹'과도 잘 어울립니다.
이 외에도 정글에는 다양한 챔피언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누누(1티어)와 람머스(2티어)는 물론, 탑으로 쓰였던 문도박사가 정글 2티어로 떠오르는 등 계속해서 새로운 얼굴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죠. 현재 0~2티어 정글 챔피언 대부분이 탱커임을 고려하면, 정글은 탑 라인과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합니다. 정글 상위 티어에 오른 아무무와 누누. 상상도 못 한 그림이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미드: '넌 이미 죽어있다!' 암살자 전성시대
(자료제공: OPGG)
탑과 정글이 '단단함'으로 흘러가고 있다면, 미드는 바야흐로 암살자 전성시대가 열렸습니다.
특히 0티어로 분류된 아칼리는 미드 라인을 폭격하고 있는데요. 현재 아칼리는 준수한 픽률(14.78%)과 승률(51.92%)은 물론이고 43.84%의 밴률을 기록하며 집중 견제를 받고 있습니다. 쓸 수 없다면 자르는 게 낫다는 생각이 수치로 반영된 셈이죠.
아칼리 역시 프리시즌을 통해 새롭게 추가된 '균열 생성기'의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균열 생성기는 챔피언과 전투 시 매초마다 추가 피해를 입히며, 모든 피해 흡혈이라는 뛰어난 옵션을 갖춘 아이템입니다. 지속 대미지를 넣는 암살자, 아칼리에겐 최고의 아이템이죠. 또한, 피즈와 에코는 스킬 사용 후 다음 기본 공격이 강화되는 '리치베인'을 통해 최상위 티어에 자리 잡은 상황입니다.
균열 생성기는 아칼리와 멋진 시너지를 일으켰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암살자들이 주를 이룬 가운데, 빅토르의 등장도 눈에 띕니다.
'마공학 핵' 아이템을 별도로 구매해야만 스킬을 강화할 수 있었던 빅토르는, 이번 프리시즌 패치를 통해 파밍만 하더라도 스킬을 강화할 수 있게 변경됐습니다. 게다가 앞서 말씀드렸던 리치 베인 등 아이템 대격변 역시 빅토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죠. 결국 라이엇 게임즈는 빅토르가 가진 죽음의 광선과 레이저 계수를 깎으며 견제에 들어갔습니다.
# 원딜: '정통 원거리 딜러'와 더욱 멀어지다
(자료제공: OPGG)
시즌 막바지, 솔로랭크와 롤드컵을 주름잡았던 진은 프리시즌에도 0티어 원거리 딜러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특히 40% 이상의 픽률을 기록했음에도 높은 승률(53.27%)을 올렸다는 건, 현재 진이 최고의 원거리 딜러임을 상징하는 대목입니다.
사실 진은 이렇다 할 버프가 없었음에도 지난 시즌 막판부터 지금까지 굳건히 최강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는 진을 제외한 다른 정통 원거리 딜러 챔피언의 힘이 약해졌다는 걸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꾸준히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진 (출처: 라이엇 게임즈)
사미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미라는 진과 비슷한 승률(54.01%)을 올린 데다가, 60% 이상의 밴률을 기록하며 많은 유저의 집중 견제를 당하고 있죠. 조금만 성장하더라도 막을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데다, 이번 프리시즌을 통해 사미라의 주요 아이템 중 하나인 '피바라기'에 치명타 옵션이 추가된 것이 '끔찍한'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미드나 탑으로 활용됐던 스웨인이 1티어 원거리 딜러 챔피언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입니다. 물론 스웨인의 픽률은 아주 낮은 편(1.77%)이지만, 승률은 57.72%로 바텀 라인에 등장한 모든 챔피언 중 가장 높은데요. 뛰어난 전투 지속력과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궁극기를 보유한 스웨인의 강점이 바텀 라인에서도 잘 통하고 있습니다.
다소 이른 시점이긴 하지만, 2018년 이후 잠시 <리그 오브 레전드> 바텀 라인을 지배했던 '비원딜' 메타가 다시 도래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 서풋: 최강의 자리 지킨 '레오나'와 그 뒤를 따르는 극한의 견제형 서포터
(자료제공: OPGG)
마지막으로 서포터 포지션을 살펴봅시다.
서포터 역시 원거리 딜러와 마찬가지로, 롤드컵을 주름잡았던 레오나가 0티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레오나는 프리시즌 동안 높은 픽률(15.89%)과 승률(53.29%)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탱커 챔피언의 입지가 급부상한 현 메타와 다양한 군중 제어기를 보유한 레오나의 강점이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레오나의 뒤를 이어 상위 티어로 분류된 판테온과 쓰레쉬는 특별할 것 없는 이름이지만 2티어, 3티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챔피언들의 면모는 꽤 독특합니다. 특히 마오카이, 제라스, 샤코는 오랜 시간 서포터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챔피언인데요. 이들은 '극딜' 아이템을 올린 견제형 서포터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습니다.
마오카이와 샤코는 스킬로 피해를 입히면 4초간 적을 불태우는 리안드리의 고뇌, 제라스는 스킬 대미지를 주면 주변 다수의 적에게 추가 피해를 부여하는 루덴의 폭풍을 통해 슈팅 게임을 연상케 하는 견제력을 뽐내고 있는데요. 오랜 시간 탱커 챔피언이 장악했던 서포터 라인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는 부분입니다.
리안드리의 고뇌는 견제형 챔피언들을 서포터로 활용 가능케 한 아이템이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3줄 요약
01. 롤 거의 10년째 하고 있는데
02. 이번 프리시즌만큼 어려운 시즌은 또 처음이네요
03. 나도 나이가 들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