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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를 시작한 덕담과 끝을 바라보는 구거의 이야기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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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10/9) 업로드된 구거, 덕담 선수의 인터뷰 내용과 이어집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덕담'과 선수 생활을 조금 더 이어가고픈 '구거'에 대하여  

(덕담에게) 영어 닉네임 대신 '덕담'이라는 다소 생소한 닉네임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덕담: 아프리카TV에 이상호 형이랑 듀오를 많이 했었는데요. 당시 많은 분께서 제 본명보다 솔랭 아이디인 '덕담'으로 불러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덕담'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심했죠.   

프로 생활을 다이나믹스에서 시작하셨지만, 칠레 쪽으로 임대를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팀의 승격과 첫 번째 LCK를 함께 보냈습니다. 한편으로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출발점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칠레로 임대를 떠난 과정이 궁금하네요.

덕담: 저는 당시 경기에 거의 뛰지 못하는 후보 선수였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회사 측에서 다른 곳에 갈 생각이 있냐고 물어봐 주셨고, 저는 경기에 뛰고 싶어서 한 번 도전해보겠다고 말씀드렸죠. 칠레 현지 환경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어요. 미드라이너 형이나 감독님도 다 한국분이셨죠. 다만, 음식이 좀 안 맞아서 5키로나 쪘었어요.  

LCK와 비교하면 남미 리그는 어떤가요?

덕담: 수준 차이가 좀 있는 편이라서, 하고 싶은 챔피언은 다 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베인'이라던가... (웃음) 아, 마스터 이는 제 의지로 고른 픽이 아니에요! 당시 마스터 이-유미가 스크림에서 꽤 좋은 성적을 거둔 만큼, 실전에서 한번 써보자는 의견이 나와서 고른 건데... 결과는 썩 좋지 못했습니다. (웃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신인 선수나 다름없는데, 특별히 롤 모델로 꼽는 선수가 있나요?

덕담: 젠지의 '룰러' 박재혁 선수를 닮고 싶어요. 거리 재기도 잘하고, 라인전도 너무 잘하시고... 밸런스 있는 모습을 닮고 싶습니다. 

image 좋은 결과로 연결되지 못했던 '바텀 마스터 이' (출처: 라이엇 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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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거에게) 승강전을 무려 6번이나 경험한 만큼, 올 시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특히 개막전을 승리한 뒤에는 '나에 대한 평가를 바꾸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잖아요.

구거: 승강전을 많이 경험한 만큼, 당연히 승격과 강등 과정도 참 많이 겪었어요. 승격할 때마다 이번에는 진짜 잘해야지라고 다짐했지만 잘 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에요. 특히 다른 리그로 떠날 땐 다시는 LCK에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올해 다이나믹스와 함께 LCK에 올라왔고 진짜 이번에야말로 잘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저도 어느새 나이가 많이 든 데다가 선수 생활을 할 날이 많이 남은 것도 아니니까요. 다행스러운 건, 저에 대한 팬분들의 인식이 '조금은' 바뀐 것 같아요. 아직 만족할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요.

  예전에 콩두에서 활동할 땐 챔피언 폭이 좁았던 걸로 기억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구거: 이 부분에 대해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어요. 당시 많은 분께서 저를 두고 '카르마 원챔'이라고 하셨지만, 사실 그건 제 자의로 고른 픽이 아니에요. 감독님과 선수들이 카르마를 해달라고 한 경우도 많았고, 저희 팀이 운영 부분에서 굉장히 서툰 만큼 일단 카르마를 뽑아놓고 생각하자는 식으로 밴픽이 진행된 경우도 잦았거든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좁은 챔프 폭에 대한 시선이 조금 억울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게이머로써 좋은 기량을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은 사실이지만요.


그렇다면 올 시즌 다이나믹스에서 세트와 바드 등 다양한 카드를 선보인 건, 챔피언 폭이 넓어졌다기보다 그런 카드를 선보일 기회가 늘어난 거로 봐야겠네요.

구거: 솔로랭크에서는 이것저것 다 해보면서 티어를 올리는 편이에요. 그러다가 세트나 판테온 서폿같이 새로운 픽이 나오면 또 그것만 주구장창 파보기도 하죠. 많이 하다 보면 언젠가 쓸 날이 오더라고요. 바드 같은 경우에도 꽂혔던 챔피언 중 하나였는데 어느 순간 주류가 돼있더라고요. 경력이 오래되다 보니까 이런 사이클이 이어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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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과정에서도 느꼈지만, 전략과 밴픽 과정에 대한 관심이 많이 보이는데요.

구거: 저는 걱정이 많은 편이라 모든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려고 노력하는 핀이에요. 그리고 하위권 생활을 많이 하다 보니, 밴픽에서 하나가 꼬이면 모두가 패닉에 빠지는 상황이 자주 생기는 걸 경험했어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어딜가서 생활하던 전략이나 밴픽을 확실히 이해하고 파악하려고 해요. 역으로 감독님께 이런 상황에는 어떻게 하실 건지 여쭤보기도 하죠.   

프로게이머로써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잖아요. 과거 어린 시절 나진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할 때와 현재 다이나믹스의 주장으로써 경기에 임할 때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구거: 제가 나진에 입단했을 때 최고참이 제파, 카인, 쏭 등 유명 선수분들이셨어요. 그때만 해도 뭐랄까... 굉장히 거리가 멀게 느껴졌습니다. 말 붙이기도 힘들고... (웃음) 그런데 지금 제 나이가 딱 그때 형들의 나이에요. 이제야 느끼지만 참 힘들었겠구나 싶습니다.

선수 생활이 막바지를 향하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가끔 비슷한 나이의 선수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과연 우리도 감독이나 코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적지 않은 나이에 군입대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 계약기간도 올해까지인 만큼 더더욱 생각이 많아질 시기로 보입니다.

구거: 이제 막 휴가가 끝난 참이라 아직 소속팀과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진 못했어요. 여러 방면으로 열어두고 생각하고 싶은데... 다른 형들은 무조건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오래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사실 저는 아직 프로게이머로써 이룬 것도 없고, 어딜가서 자랑스럽게 '프로게이머'라는 타이틀을 내세우기도 어려워요. 그래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한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구거: 올 시즌 초반에 기세를 올리다가 갑작스레 미끄러진 것에 대해 팬들께 굉장히 죄송스러운 마음이에요. 다음 시즌에는 꾸준히 잘하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은 경기장에서 팬 분들을 뵐 수 없어서 아쉬웠거든요.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걸 좋아하는 선수가 많은 만큼, 상황이 진정돼서 다시금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덕담: 시즌 막바지 들어 폼이 조금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그 폼 그대로 유지해서 다음 시즌에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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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요약 01. 살을 찌우려면 칠레에서 선수생활을 하면 된다 02. 구거는 카르마 원챔이 아니었다 03. 말 잘하는 선수들과 이쁜 유니폼으로 무장한 팀 다이나믹스에게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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