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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기묘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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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이 떡밥인가? 글 쓰다 보면 지날 거 같긴 한데, 일단 내가 겪었던 일이 떠올라 걍 올린다. 지금도 가끔 밤에 밖에 담배 피러 갔을 때 떠오르면 바로 끄고 집으로 들어 올 만큼 내게 강한 인상을 준 사건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어. 그때 겪었던 것이 과한 피로로 인한 꿈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아니면 어쩌면.

뭐, 그래. 이건 내가 제주도로 막 내려왔을 때 새로 구한 아파트에서 겪었던 일이야.

내가 제주도로 막 내려왔을 때는 부동산 붐 같은 것이 터질 때라, 신규 아파트가 많이 쏟아졌어. 지금과 달리 제주도의 아파트 시세는 꽤 합리적이었고, 당시에는 장기적으로도 좋았던 만큼 아파트 하나를 계약하고 그 곳에서 생활을 시작했지.

꽤 긴 시간이 지났고, 아파트 입주 허가가 떨어졌다는 소식에 맞춰 제주도로 내려왔어. 아직은 세대가 많이 널널하다는 말처럼, 내가 입주한 동에는 서울에서 세컨 하우스로 계약 된 곳이 두 곳과 나 밖에 아직 사용하는 사람이 없으니 편하게 쓰라는 말을 들었지.

첫 날은 즐거웠어. 어쨌든, 내 첫 집이고- 어떻게 꾸밀까 상상하며 장을 보고, 온라인으로 물건도 부르고 휑한 공간 크기 만큼 내가 원하는 것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니까. 그렇게 며칠의 즐거운 시간이 지나갈 때 쯤이야.

응애-

어느 날부터 밤 마다 애기 우는 소리가 들려왔지.

'새 집 들어 왔나 보네.'

떠오른 생각은 이거였어.

'여기 생각보다 방음이 나쁘네.'

두 번 째는 이거였고. 층간 소음을 우려해서 일단, 내가 지출 할 수 있는 신규 아파트 중 가장 높은 곳을 선택할 정도로 난 소음에 민감한 편이야. 아무래도 주된 일 자체가 야밤을 샐 때도 많고, 그럼 예민해져서 작은 일에도 쉽게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그래도 애기잖아? 이해는 가. 이해를 해줘야 하고. 아무래도 신축이고, 가격 대가 과한 정도는 아니니- 신혼 부부가 들어왔나 보네, 그렇게만 생각했어.

아, 이게 매일 밤 이어지니까- 복잡해지더라고.

'차라리 애가 잘 때까지 버티다가, 잘 때 나도 잘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애가 자는 시간을 유추해 보려고 했어.

응애- 응애-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 애가 자지 않아.

'와. 애 키우는 게 진짜 힘든 일이구나. 커뮤 게시판 썰이 팩트구나.'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지. 근데 이상해.

응애- 응애- 응애-

밤 11시부터 새벽 5시.

응애- 응애- 응애-

밤 10시부터 새벽 5시.

점점, 우는 시간이 짧아지고 멈추지 않아.

'애 키우는 집이 한 곳 더 늘었나?'

아니면 아기가 아닐 수도 있지. 고양이 울음 소리는 아기의 울음 소리와도 비슷하니까. 내 생활 패턴이 밤낮이 뒤 바뀌기 시작했어. 다행인 점은, 내 주된 일 자체가 '내 할 일만 잘 처리해 두면 남는 시간은 내 자유'인 프리랜서란 점이고. 지금 진행하는 일도 내가 직접 나설 일은 없고,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는 거였지. 그래서 낮에 자고, 밤에 깨서 내가 할 일을 하게 되었어.

낮밤이 뒤집어졌지만, 수면 부족은 아니야. 근데 그것도 좀 이상해.

'낮에는 애가 안 우네? 나처럼 낮에 통잠을 자는 건가?'

그런데, 점점 이상한 느낌이 들어.

'내가 아는 상식이 틀린 건가?'

그래서 인연 없던 '육아'에 대해, 아기의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해 봤지. 인터넷 검색을 하면 할 수록 '이상하다' 란 생각이 강해졌어.

응애- 응애- 응애-

밤 9시, 새벽 5시 30분까지 아기 울음이 멈추지 않는다?

'이건 너무 비정상인데?'

8시간 30분 동안 아기가 운다고?

너무 이상해서, 나는 그냥 아기가 우는 집을 찾기로 했어. 찾고? 다음 날 낮에 확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아기가 진짜 있는지, 아기의 상태가 괜찮은지. 처음에는 걱정이었어. 그리고 떠오르는 묘한 기분과 생각을 떨쳐내고 싶은 생각도 컸고.

근데. 문을 나서고 아파트 복도에서 울음 소리를 찾아나간 그날. 난 한 가지 깨달았어.

응애- 응애- 응애-

이 아파트 어느 층, 어느 복도에서나.

응애- 응애- 응애-

똑같은 높낮이로 똑같은 크기로 들려왔어.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응애- 응애- 응애-

나는 그 날 아파트에 들어가서, 해드셋을 끼고 아기가 울음을 멈추기를 그저 가만히 기다렸어.

해드셋을 껴도, 소리의 크기는 똑같았지만.

낮에 잠을 자고, 밤에는 아예 집에 들어가지 않았어. 피씨방을 가던가- 지겨워지면 그냥 드라이브를 하면서 제주도 관광지를 돌아 다녔지.

'무엇일까? 왜? 어떻게?'

그런 의문을 잠재우는 것에는 이런 일을 하는 게 맞으니까. 그러다가 어느 날, 낮에 담배 피러 밖에 나갔다가 반가운 얼굴을 봤어.

"어, 너도 여기 들어왔어?" "어?"

내가 제주도에 대해서 좀 알아 볼 때 알게 된 지인이, 아파트를 알아 본다며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찾아 온 거야. 내가 여기서 지낸다고 하니까, 자기도 거래를 할까? 하고 물어 보더라고.

"아! 혹시 괜찮으면 내가 여기서 며칠 지내도 될까?" "뭐, 괜찮아."

아예 내 집에서 며칠 지내보고 결정을 하겠다는 거야. 나도 가깝게 지냈고, 무엇보다 '혼자서 밤을 보내고 싶지 않았기에' 흔쾌히 승낙했지. 그리고 밤이 되었어.

응애- 응애- 응애-

언제나 처럼 애기 울음 소리가 들려왔지.

"아, 시작됐네." "어?"

응애- 응애- 응애-

"여기, 밤마다 이상하게 아기 울음 소리가 들리거든." "어?"

응애- 응애- 응애-

"근데 아기가 울음을 안 멈춰." "무슨 소리야?"

응애- 응애- 응애-

"요새 연참 하느라 밤 자주 샜어? 난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 "피곤하면 먼저 자." "……"

응애- 응애- 응애-

"야, 근데 여기 구조는 진짜 괜찮은데? 부엌도 나쁘지 않고. 여기 시스템 에어컨은 기본이라고 했지?" "……아, 응."

나만 들린다고?

응애- 응애- 응애-

이 소리가?

"있잖아." "응?" "그냥, 여기서 지낼래?" "응? 왜? 무슨 하자 있어? 뭐야, 천장에서 물이라도 새? 너 들어 온 지 얼마 안 됐잖아?" "한 동안 서울에 있어야 될 거 같아서. 정리하는데 시간 걸리기도 하고. 너만 괜찮으면." "얼마나 걸릴 거 같은데?" "한, 일 년? 너도 지내면서 천천히 알아 볼 수 있잖아." "나쁘지는 않네. 어떻게, 싸게 해 주 실 거죠?" "그냥 지내면서 집 관리만 해줘."

난 그 날, 지인에게 집을 부탁하고 서울로 올라갔다.

그 후 내가 제주도에 관해 여러 가지 조사를 하면서 알아 낸 사실이다.

-제주도 너븐숭이 기념관에는 4.3 시절 학살로 인해 죽은 아기들을 위한 아기 무덤이 있다. -제주도에서는 과거 부터 돌림 병이나 급사한 아기들을 한 곳에 묻는 '아기 무덤'이 있다. -제주도에 아기 무덤은 돌 담을 크게 둘러 만드는데, 4.3 사건 당시 많은 담이 무너지며 위치가 파악이 되지 않는 장소가 많다. -제주도 아기 무덤에 들어가는 아기들은 제주 역사를 살펴 봤을 때 한 돌이 지나기 전인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예? 에이, 무슨."

혹시라도 유해나 그런 것이 나온 적은 없냐고 물어 봤을 때, 당시 아파트 회사 직원은 내게 그렇게 말 했다.

"있지, 다 있었지. 제주도는 마을 마다 다 있었지." "그래?"

그리고 이곳 토박이였다는 한 식당에 할머니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근데 제주도에서 4.3 난 다음에는 다 어지러워서. 잘 기억은 안 나. 근데 우리 마을도 있긴 했어." "감사합니다." "아!"

할머니는 가게를 나와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저쯤이었어. 그래서 어른들이 저 쪽은 가지 말라고 했지."

가리키는 방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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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체하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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