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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날에 시 한 편 어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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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시를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릴 때,이런 말을 하면 어색한 반응이 나오곤 한다.


왜일까, 아마 이미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와인이나 운동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아마 한 줌 정도, 하지만 그럼에도 저 둘은 누구나 한마디 거들 수 있는 가벼운 주제다.


나는 문학이 추구해야 할 방향도 같다고 본다.


문학은 예술, 예술은 엔터테인먼트인데, 대중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엔터테인먼트가 또 어디인가.


쉽고 대중적으로 변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더라도 가볍게 끼어들 수 있는 주제가 되어야 한다.


지금부터 들려줄 시는 힘주어 외울 필요 없다.


정형시니, 자유시니, 복잡한 방법으로 분류할 필요 없다.


해석이니 의도니 전부 잊고 순수하게 즐겨주었으면 한다.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잊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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