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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곳의 국수

유머11개월 전Geb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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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을 모락모락 내는, 갓 삶은 따끈한 면이 그릇에 담겨 나왔다.


우르곳은 젓가락을 놓고 가스레인지의 불을 켰다. 퀘퀘한 가스냄새가 실내에 퍼졌다.


녹서스의 처형인들은 궁금한 표정으로 코를 틀어막으며 생각했다. '뭐..뭘 하시려는거지?!'


이윽고 우르곳은 누런 육수와 아랫쪽이 갈색으로 변색된 양은냄비를 가져왔고, 의자에 앉아서는 육수을 냄비 안에 부었다.


'서..설마?'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해주는 낡은 버드나무껍질같은 양은냄비 , 그 안에 바다같이 탁한 육수에서는 처음으로 맡아보는 은은한 멸치의 냄새가 실내로 퍼져나갔다.


처형인들은 어디서 온지 모르는 호기심에 우르곳 몰래 벽을 붙잡고서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하였다.


'오 육수 냄새가 구수한데?!!!' '꼬르르르르륵'


'보글' 양은냄비의 육수에, 조금씩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함께 멸치를 100년간 우러낸것 같은 구수한 육수냄새가 실내에 있던 처형인들의 오감을 배고프게 만들었다.


처형인들은 지금 이순간 살아있는 것 자체가 공복이라고 느꼈다.


이윽고 양은냄비에 든 육수에서 고개를 내미는게 많아지기 시작한 동글동글한 갈색 공기방울과 수증기가 끝도 없이 육수 위로 얹혀졌다.


'보글보글보글' '보글 뽁뽁 보글' '칙칙 보글보글'


양은냄비 안의 멸치육수는 한참을 그렇게 모두가 군침을 흘리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오케스트라를 연주했다. 육수의 양이 너무 많은 나머지, 더러는 냄비 밖의 탁자로 흩뿌려지듯 튀어나갔다.


'탁'


우르곳의 가스레인지에서, 조리의 종료를 알리는 단말마의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만족스런 미소와 함께 육수 데피기를 끝낸 우르곳은 뒷처리도 하지 않고 바로 육수를 면에 부었다.


그리고는 면과 모락모락 김을 뿜고 있는 냄새나는 갈색 육수를 마치 미친놈처럼 면과 함께 젓가락으로 비비기 시작했다.


세상의 말로 표현이 힘든 멸치보다 더 구수한 냄새가 지독하게 퍼졌다.


우르곳이 그 촉촉하게 비벼진 면을 입에 가져가는 순간, 이미 실내의 다른 처형인들은 모두 군침을 흘리고 있던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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