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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합격글 보고 한참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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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정시로 중경외시 라인 합격하고 남는 시간 이용해 토익 준비하고 있는 이과 재수생임.


오늘 공부 계획한거 끝내고 평소처럼 op.gg 커뮤니티 들어왔는데 인기글에 서울대 합격글이 올라왔더고.


처음 딱 봤을 때는 그냥 멋있기만 했는데, 보다보니 "아, 그럼 이번에 재수해서 서울대 쓴 고등학교 때 친구들도 결과 나왔겠다" 하는 생각이 딱 들더라. 사실 졸업한 고등학교가 전국단위 자사고여서 잘하는 애들끼리 내신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수시 결과에 만족 못하고 재수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았거든.


그래서 당장 페이스북 켜보니 아니나다를까 들어가자마자 보인 합격글만 5개는 된 것 같았음. 정말 고등학교 3년은 물론 재수까지 정말 피터지게 고생했는데 결국 많이들 원하던 대학교 가게 되는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었어.


근데 그 다음으로 드는 생각이 갑자기 내가 너무 한심해지는거 있지? 주변 친구들은 열이면 아홉이 의대 아니면 서연고 서성한, 혹은 카이스트나 포스텍인데 혼자 중경외시 라인 합격 통보 받고서 "그럭저럭 오케이네" 하고 있는 내가 갑자기 정말 하찮게 보이더라. 갑자기 울컥해져선 컴퓨터 앞에서 진짜 펑펑 울었어.


사실 자사고 진학부터 꼬인게, 특목고 준비는 커녕 선행 한 번 안 해본 놈이 중학교 성적 좀 나오고 면접 좀 잘 봤다고 운 좋게 덜컥 붙어서 가게된 거였거든. 진짜 말 그대로 전쟁터에 비무장 상태로 뛰어드는 짓이었지. 꾸역꾸역 5등급 유지하는게 고작이었고, 한 학기는 아예 못 견디고 놔버려서 6등급 후반까지 쳐지기도 해봤어. 그런데 정말 문제는 준비도 안되었고, 들어간 후에 다른 애들 따라갈 만큼 독하지도 못한 주제에 의식을 안할 수가 없더라.


지금도 그래. 솔직히 재수하면서 고3 때의 형편없는 실력에서 SKY 갈 수준까지 올라갈 만큼 독하게 했냐고 묻는다면 그랬다고 대답하기 힘들어. 애초에 SKY 갈만큼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없었고 목표도 아니었어. 그런데 오르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아예 쳐다보지 말자고 계속 생각해도, 나는 오르지 못하는 나무를 나 빼고 전부 오르고 있는 모습을 자꾸 보게 돼. 그러면서 오늘도 결국 나를 한심한 놈으로 취급하고 말게 되더라. 이미 내가 할 만큼 노력해서 오케이 할 만한 목표까지 도착을 했는데도 말이지.


친구들 인생은 친구들 인생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인데 비교해봤자 아무 의미 없다는 거, 나는 이미 내가 한 노력에 대해 합당한 수준이라 할 만큼의 보답은 받았다는거, 이성적으로는 모두 알고 있지. 그런데 그래봤자 친구들 볼 때마다 다른 애들은 나보다 훨씬 일찍이부터 죽어라 해 온 동안 난 뭘 했나, 피라미가 큰 물에 간다고 고래가 되는줄 알고 뛰어들었나,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어.


결국 나한테 맞는 기준이나 목표를 스스로 찾아가야겠지. 지금은 그마나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위에 언급한 것처럼 괴물 천지인 입장이라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혹시 여기에 특목고/자사고 생각 있는 중학생이거나 입학 예정인 옵지인 친구가 있다면 지금 자신이 준비가 되었는가 한 번 점검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 처음부터 백조로 살고자 하던 애들을 생각 없이 오리로 살다가 뒤늦게 백조가 되려 하는 애가 따라잡으려면 정말 큰 각오가 필요하더라.


나도 딱히 이런 이야기 할 상대가 없어서 여기에라도 끄적여 봤어. 언젠가 합격통지서 들고 스스로에게 진심으로 수고했다고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왕 이렇게 글 쓴거 그렇게 될 수 있길 응원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네..ㅎ


그리고 서울대 합격했다는 인기글 주인공분, 정말 고생 많으셨고,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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