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소설 그레이브즈 –1-
(말콤)
“이봐, 말콤 이제 범죄 생활 청산하고 깨끗하게 새로 시작해야지.”
“아, 나도 그렇고 싶은데 내 파트너가 당신이 영 마음에 안 들어서 싫다고 하는데 내가 무슨 수로 그 일을 수락하겠어.”
말콤 그레이브즈는 자신이 애용하는 시가에 불을 붙이고 책상에 두 다리를 쭉 뻗고 향기로운 담배 연기를 쭈욱 빨아들였다.
“나는 혼자서 안 움직여. 반드시 파트너와 같이 다니지.”
말콤 앞에 앉아 있는 이 남자는 최근 갱플랭크가 일으킨 화약 창고 폭발 사건 해결을 위해 빌지워터 의회가 파견한 인물이다.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는지 이곳저곳 발품을 팔며 도움을 구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영 실속이 없었는지 결국에 빌지워터 최악의 남자에게 도움을 구하러 온 것이다.
“내 보수는 두둑하게 한다고 몇 번이고 말하지 않았나? 제발 부탁이네.”
“아 글쎄 나하고 내 파트너를 바퀴벌레 취급하는 사람들이 보낸 당신을 우리가 어떻게 믿겼냐고 내 말은. 어? 이해가 안 돼? 당신 같으면 자기를 벌레 취급하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겠어?”
말콤은 책상에서 다리를 내린 후 문으로 다가갔다.
“자, 여기 출입구가 있군. 여기로 걸어가면 돼. 얼른 돌아가!”
남자는 인상을 잔뜩 구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저기 궁금해서 그런데.”
“뭔가? 돌아가라고 하더니.”
말콤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수락한다면 얼마나 줄 수 있겠나?”
“원하는 대로 주지. 백지 수표라도 보여 주면 맘이 바뀌겠나?”
말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당연한 얘기지. 그 돈이면 도박 빚도 갚고 당분간 술은 마음껏 마시겠군. 아주 좋아.’
말콤은 헛기침을 뱉고 말했다.
“일단 뭐 여기까지 왔으니 아무도 의뢰를 받지 않아서 곤란한 처지겠어. 명색이 정부 관린데 체면 좀 구기셨겠어. 파트너가 지금 출타중이라. 내가 그렇게 얘기한 거야. 기분이 나빴다면 내 사과드리지. 파트너가 돌아오면 상의한 후에 연락드리지.”
‘진작에 그럴 것이지 벌레 같은 놈이. 나를 간봐?’
남자는 불쾌한 기분을 미소로 가리고 말콤과 가볍게 악수를 한 후 밖으로 나서며 말했다.
“부디 심사숙고해주게. 이 일을 빌지워터의 앞날이 걸린 문제야. 의회 분들도 아주 고민이 많으시네. 이 일만 성공적으로 끝내 주면 잘 부탁드려서 한 자리 마련해주겠네. 돈이야 아까 말한 대로 원하는 만큼 주겠네. 부디 잘 부탁하네.”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가며 말콤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말콤은 문을 닫고 기쁨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됐어! 됐다고! 이런 행운이 오다니 멍청한 관리 덕분에 인생 피게 생겼군. 이 새끼는 어딜가서 이렇게 안 와?”
마침 말콤의 파트너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모습을 들어냈다.
“뭐야. 무슨 일인데 웃음 소리가 밖에 까지 다 들려. 도박에서 한 건 했어?”
“지금 도박이 문제가 아니야. 방금 관리 놈이 와서 일을 의뢰했는데 이 일만 성사시키면 우리 인생 새로 시작하는 거야. 빚에 쪼들리면서 살 필요가 없단 말이야.”
“어디 자세히 얘기해봐.”
말콤은 갱플랭크가 일으킨 사건 때문에 빌지워터 의회에서 사람을 보냈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왔다는 것과 두둑한 보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게 사실이야?”
“그럼 당연하지 이 일만 잘 끝내면 우리 고생도 끝이라고. 우리 꼴을 봐.”
말콤과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둘 다 도박 빚에 허덕이다 보니 꼴이 말이 아니었다.
말콤의 옷은 담뱃진에 쩔어서 원래 밝은 색의 옷이 진한 색으로 바뀌어 버려 처음 샀을 때의 모습이 상상이 되질 않았다.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옷도 마찬가지였다. 외투와 모자 그레이색에서 짙은 회갈색으로 색이 변했다. 담배는 피지 않았지만 도박장을 전전했고, 말콤이 방 안에서 담배를 폈기에 옷이 다 변해버린 것이다.
“우리도 좀 깔끔해질 수 있다고.”
“깨끗한 옷 입어 본 게 얼마나 오래됐는지..”
“이 일 할까?”
“아는 사람 잡아야 돼서 좀 거슬리는데.”
말콤은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어깨를 잡고는 웃음을 지었다.
“다 방법이 있지. 우리는 갱플의 얼굴을 알지만 그 사람들은 모르잖아.”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말콤이 하는 말을 알아듣고 따라 미소를 짓고는 하이파이브를 쳤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