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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제발 부모님들이 자식에게 돈 없단 소리 좀 안했으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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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안이 어릴 적에 가난하긴 했음. 지금이야 자영업 하시고 나름 돈도 잘 버셔서 안심되는데. 어릴 적엔 우리가 좀 가난해서 치킨도 막 특별한 날에만 먹고 나는 막 옷도 누나 옷인데 물려입고 ㅇㅇ 휴대폰도 남들 스마트폰 쓸 때 나 혼자 고딩때까지 휴대폰도 없이 다니고 용돈도 고딩인데 한 달에 25000원 받고(5주면 2.5 4주면 2만원). 친구들조차도 나 돈 없는 거 알 정도였음. 어릴 적엔 내가 뭐 해달라고 하면 돈 없다라고 말씀하시는 게 패턴이었음.


그래서 나는 게임에 돈도 거의 안 쓰고 취미도 돈 쓰는 취미는 하나도 없음. 옷도 그냥 싼 옷 몇 벌 사서 입고. 고딩때도 당연히 학원은 끽해야 하나. 그것도 지인찬스로 최대한 싼 곳. 그마저도 가장 중요한 시기인 고2 중반에 끊음. 끊은 이유는 교회 가야 하는 일요일에 피시방 가서.(참고로 학원은 일요일 안 다녔음.) 그런 버릇은 나름 여유가 생긴 지금도 유지돼서 돈이 있어도 마음껏 써본 적이 없어. 정확히는 마음껏 쓰는게 이 정도인 거지. 어항에 사는 금붕어는 작게 자란다 했던가, 그냥 내 배포 자체가 작아짐.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돈 5만원 쓰는 것 가슴이 떨렸음. 친구는 이것보다 더한 것도 해주는데. 심지어 이 때 나 회사 다닐 때였음. 차? 당연히 꿈도 안 꾸지. 돈이 생겨도 안 살 예정. 게임? 무조건 돈 안 드는 게임만. 그런 의미에서 롤은 내 최고 애정겜이자 유일한 겜임. 휴대폰 게임은 최대한 가성비 게임인 벽람항로만! 게임 이외의 취미는 도서관 가서 책 읽기랑 영화보기. 영화 보는 취미도 돈 벌고 생긴 거임. 대학 버스 타고 30분 걸리는 거리 매번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 타고 다님. (대학 어케 다녔냐고 물을 거 같아서 미리 답하자면 국가 장학금임.) 식사는 학식이나 메뉴 맘에 안 들면 컵라면에 콜라. 육X장이랑 펩시 한 캔이면 한 끼 뚝딱. 처음 구직할 때 정장 없어서 살까 했다가 그냥 무료 정장 대여 시스템 써서 빌렸음.(당연히 지금도 정장 없음.) 넷플릭스? 유료 웹툰 결재? 그게 뭐임. 난 유튜브 요약본이랑 네이버 무료 연재밖에 안 봤음. 회사에서 번 돈은 어디다 썼냐고? 번 돈의 20퍼센트는 적금, 60퍼센트는 부모님 드림. 자영업에 도움 되시라고. 남은 20퍼 이내에서 내 나름의 취미 생활을 즐긴 거지.


이것저것 적고 나니 되게 슬퍼보이는데 나름 나는 만족하며 지내고 있음. 여친 없어도 되고, 애초에 이런 궁색한 남자에게 다가올 여자가 있을 리 없지.



갑자기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가 뭐냐면 내 어릴 적 궁핍한 생활을 자랑하고자 하는 건 아님.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제발 너희가 부모가 되면, 절대로 자식에게 돈 없다는 소리 하지 말라는 거임. 설령 정말 돈이 없다고 해도, 티내지 말고 다른 방식으로 말하라는 거임.



나 지금 부모님이랑 같이 삶. 그런데 아까 구직 관련으로 어디 좀 다녀와서 너무 더워서(1시간을 걸었음.) 에어컨 틀었었음. 냉방 25도로. 그리고 틀어 놓은 걸 잊고 2시간 정도를 틀어버리고 말았네. 7시까지. 알아. 4월 중순이면 아직 후덕한 날씨도 아니고, 심지어 저녁 7시면 밖은 시원할 텐데. 자각은 있음. 죄송하지. 돈 버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니까 이런 낭비 할 때마다 죄송하지. 근데 아버지가 귀가하셔서는 에어컨 왜 틀었냐, 이 날씨에 에어컨을 왜 트냐, 빨리 꺼라, 이러시는데 갑자기 울컥 화가 나고 눈물이 나는 거임.


우리 아버지, 매번 라면 먹는 나보고 하시는 말씀이 뭔지 앎? 밥 좀 비싼 거 먹어라.임. 우리 아버지, 매번 옷 싼 거 입는 나보고 하시는 말씀이 뭔지 앎? 좀 쇼핑 좀 해라 임. 우리 아버지, 매번 게임만 하는 나한테 하시는 말씀이 뭔지 앎? 넌 취미 생활 없냐? 임 우리 아버지, 매번 혼자 있는 나한테 하시는 말씀이 뭔지 앎? 넌 여친 안 만드냐? 임. 우리 아버지, 매번 글 쓰는 나한테 하시는 말씀이 뭔지 앎? 넌 뭐 자격증 같은 거 안 따냐? 학원 같은 거 다닐 생각 없냐? 임. 우리 아버지, 매번 집에 있는 나한테 하시는 말씀이 뭔지 앎? 친구랑 여행 좀 다녀라임.

물론 내가 이런 인간이 된 게 전부 부모님 탓이라는 거 아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도 씀씀이 큰 사람 있고, 그냥 내가 태생적으로 배포가 작은 사람일 뿐일 거임. 근데 그냥... 딱 아부지가 들어와서 그런 말씀 하시니까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하도 롤을 해서 그런가 남탓 오지게 하고 싶어지더라.

에어컨 튼다고 뭐라 할 거면 밥 비싼 거 먹으라고 하지나 말지. 그래놓고 뭘 맨날 맘껏 쓰래.


가뜩이나 구직도 힘들고 글도 안 써지고 외로운데 그냥 뭐든 남탓 한 번 해보고 싶었음.



......그냥 갑자기 슬퍼져서 글 올려봄. 나름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우리 집안 분위기는 매우 화목함. 그냥. 진짜 그냥 한 번 써봤음...... 그냥 오늘따라 이것저것에 죄다 치이네...... 미안하다 옵붕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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