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가 그 동네에서 결혼을 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용기 내 당신이 사는 그 곳으로 이사를 했었지요.
전에 불안에 떨며 물었습니다. 모든 걸 여기에 두고 그곳으로 혼자 갔는데 우리 헤어지면 어떡하냐고 말이죠.
당신은 답을 합니다. 도망이라도 가면, 원래 살던 곳에 가서 무작정 찾아내겠다고 말이죠. 그리고 다시 여기로 데리러 오겠다고.
나는 당신이 날 버릴까 무서워 했는데, 오히려 당신은 내가 도망갈까 두려워 했었죠. 그 말이 나만 따라오라는 확신으로 들렸기에, 무작정 따라가리라 다짐했습니다.
조금의 계절을 넘어 나에게는 하나의 걱정이 생겼습니다. 나는 여기에 너 하나만 보고 왔지만 당신은 여기에서의 많은 책임이 있었습니다. 이곳은 당신의 친구가 있었고 가족이 있습니다.
지나감이 있고 앞으로가 있습니다. 생업이 있고, 잦은 만남이 있습니다.
이해했지만은, 보챘지요. 장 보러 간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당신이 나간 문을 하루종일 바라보는 일이 잦았습니다.
예민해지는 서로의 목소리에 주변 민원이 가득했습니다. 그때마다 숙인 내 고개는 주변의 눈치를 보는 네 표정을 힐끔 힐끔 바라봅니다. 당신의 시간도 마음도 밤도 미래도 그 모두를 가지고 싶었던 게 나의 욕심 아닌 욕심일까요..
우리는 머지않아 지쳤습니다. 더 슬픈 것은, 거기에 익숙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문제는 멀어지는 것 보다도, 멀어지는 게 익숙해졌습니다.
헤어짐의 이유였습니다.
당신은 모르겠지요. 후로 몇 개월은 그곳에 더 살았습니다. 다시 나의 삶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틈틈이 많은 것을 버리고 있었습니다. 가져가면 마음에 짐이 될 것들이 수북했기 때문입니다.
아,, 지금은 이사한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그곳을 벗어날 때엔 귀신 들린 집을 도망치듯 모든 걸 두고 맨몸으로 떠났었습니다.
그러고도 1년이 더 지났을까요. 옆 집의 활짝 연 창문과 내 방 창문을 통해 음악 소리가 흥얼흥얼 들릴만한 계절입니다. 옆 집에선 당신이 제일 좋아했던 노래가 새어 나와 당신 생각, 살짝 들었습니다. 나만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하게 말이죠. 그 노랫소리처럼 선명하진 않지만 흐릿한 기대를 가져봅니다.
아주 살짝 그 약속, 아직 남아있을까요. 그래서 당신이 여기로 왔을까요 ? 날 찾기 위해 옆 집으로 이사를 왔을까요. 이 노래를 틀며 나를 찾는 걸까요. 다시 그곳으로 가자며 나를 애타게 부르는 걸까요.
없던 기대를 가지게 되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계절이고 그런 저녁이고 그런 선선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약속, 아직 남아있을까요..
- 다시 사랑하고 살자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