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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 떠났군. 연애했던 썰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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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없는 시간을 틈타 예전에 연애했던 썰 푼다. 첫 사랑 썰은 전에 댓글로 쌌으니, 이제 두 번째다.

1. 첫 사랑과 헤어지고, 만남을 이어가려고 1년 대학 휴학까지 박아서 꽤 대학 졸업 시기 잡기가 복잡해졌어. 역학기냐, 시원하게 1년 휴학 땡기냐- 이거였는데, 걍 1년 땡기기로 마음먹음.

그런데 본래 주위에 사람 없는데, 죄다 군대로 잡혀가서 1년 만날 사람도 없이 혼자 지내게 되어버렸고. 돈이나 벌자 하고 알바를 시작함. 그때 마침 피방 알바 자리가 딱 맞춰서 구해졌고, 오전 시간에 배정 받아서 알바를 시작함.

피방 알바 하면 알텐데, 오전 시간이 진짜 엄청 널널함. 휴일 같은 때 아니면 사실 아침부터 피방와서 조지는 사람은 린저씨, 와저씨 처럼 걍 피방에서 먹고 자는 사람들 정도 밖에 없고. 내가 일했던 피방은 4명 정도 밖에 없어서- 오전에는 걍 청소나 재고 관리 정도? 그거 금방 끝내면 할 거 없어서 걍 카운터 자리 근처 앉아서 놀면서 손님 맞이하는게 내 일이었음.

근데 롤을 조지기에는 사람 오거나 카운터 벨 울리면 겜 망해서 롤은 못하고, 걍 영상 같은 거나 봄. 영화 다운 받아서 보고, 만화 다운 받아서 보고- 사실 이때는 조아라에서 글 쓰기도 했는데, 글 쓰다가 중간에 나가면 흐름 깨져서 글도 안 쓰고 걍 영상만 존나 봄.

한 달? 겁나 불태웠는데, 이것도 슬슬 물려 가서 인방을 보기 시작함. 롤방도 한참 많이 나올 때고 롤에 미쳐가던 시기라 인방 개 많이 봤는데 한 이주 넘어가니까 유명인 말고 좀 하꼬 방도 기웃 거리다가-

우연히 여bj가 롤하는 방송을 발견함. 여친과 헤어지고 후유증 같은 게, 헤어진 이유 중 하나가 '세상에 많은 사람이 있는데, 나한테만 목매달면 네가 후회 할 것 같다', '너는 여자를 너무 모른다' 라는 부분이 내게 너무 세게 와 닿아서 <여자 탐구> 욕구가 넘쳐 났던 시기인지라.

애청자 됨.ㅋㅋ 근데 당시에는 이 방송이 얼굴 까고 하는게 아니라, 걍 마이크만 해서 더 보게 된 것 같음.

게임 하는 거에 더 집중도 되고, 목소리도 꽤 나쁘지 않았고. 뒤지거나 빡 쳐서 마이크 폭발 될 때 개꿀잼이었음.

티어 자체도 브론즈 4여서 상상을 초월한 상황이 굉장히 많이 터지기도 했고.

내가 한참 즐겁게 보다가 처음으로 도네도 해보고, 내가 보기 시작 한지 4개월? 쯤 되니까 갑자기 방폭됨.

이해가 가는 게, 도네도 하루에 너무 적었고 시청자도 100명은 무슨, 50명 넘은 적도 없고. 방송 시간도 하루에 4시간도 안 했고. 어쩔 수 없는 하꼬방 엔딩이라 생각했음. 그 때 공지에 구구절절 사연을 쭉 보고 댓글을 달았는데, 애가 쪽지를 보내옴.

내가 처음으로 도네를 해줬던 사람이고, 매일 방송 시작부터 끝까지(끝날 시간이 내 알바 시간이라 걍 켜 둔 건데)항상 자리를 지켜줘서 고맙고...

뭐 그런 감사 쪽지.

그래서 나도 도네는 네가 처음이었고, 항상 즐겁게 봤는데 이제 안 한다니 아쉽다. 이제 못 본다니 보고 싶을 것 같다. 무슨 일 하든 잘 되길 응원한다.

대충 이렇게 써서 보냈던 거 같음.(쪽지 받은 본인 피셜)

그랬더니 또 쪽지가 왔음. 기억 안 나는데 뭔가 몇 번 주고 받게 되는 거였고 쪽지 대화가 이어짐.

그런데 이게 길어지니까, 알바 시간 슬슬 끝 무리에는 초딩 러시 시작 되서 정신 없어서 답 쪽이 느려지고, 왔다 갔다 하기 귀찮아서-

'미안한데, 카톡 안 됨? 일하는 중이라 왔다 갔다 힘듬.' '어...'

살짝 망설이길래- 끊을 타이밍이다!, 해서 쪽지를 다시 보냄.

'아니면 일 끝나고 답 쪽 해도 괜찮지?'

일 끝나고 안 할 생각이었음. 롤 해야 되니까.

'이 번호로 연락 줘.'

근데 애가 번호를 보내? 어어어? 뭐야 이거?

'뭐지? 아, 내가 번호 달라고 생각했나?'

그럼, 가짜일 가능성이 크지. 한참 BJ 스폰이니 뭐니 하면서 말 많았던 시기고, 시청자가 집착해서 스토킹 사건도 머리를 들이밀던 시기니까.

'그래도 번호가 왔으니까.'

전화를 걸었음.

'없는 번호로 나오겠지.'

근데 전화가 걸리긴 해.

[여보세요? 탑봇?] "어...음." [카톡 친구 추가할게! 일하는데 귀찮게 해서 미안!] "아...응."

진짜라고? 살짝 벙- 쪘긴 했는데, 어쨌든. 그래 뭐.

그렇게 우리는 번호를 교환하게 됨.

2. 알바 하면서 방송만 보다가, 일과가 좀 변함. 큰 변화는 아니고 일 시작할 때 톡하고, 방송 보면서 톡하고. 톡하는 과정이 추가됨.

애가 알고 보니 나랑 나이가 같다던가- 카톡 프사도 실물이 아니었지만, 주변에 아는 사람 없다 던가- 사범대를 목표로 하다가 내가 사는 곳 근처 대학에 다니고 있다던가-

개인적인 정보, BJ와 시청자가 아니라, 개인 대 개인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됨.

그래서 자신이 연애 경험도 없다던가- 하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고.

'아니, 방송은 어쩌다 하게 된 거야?' '공부할 때 취미가 그거 밖에 없어서.' '롤은?' '방송 하면서 찐으로 첨 시작함.ㅋㅋ'

그래 보이긴 했어. 어쨌든, 그렇게 연락을 주고 받는 게 일주일 넘어갔을 때.

'님, 영화 이거 봄?' 'ㄴㄴ 아직.' '보러 가실?' '일 끝나면 4시, 집가서 씻고 밥 먹고 나오면 심야 뛰어야됨. ㅈㅅ 귀찮.'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내가 애를 직접 만날 자신이 그때는 딱히 없는게 컸어.

서로 실물을 보지 않았기에 이런 관계가 이어지는게 아닐까- 싶은 마음도 컸고. 직접 만나고 싶다는 궁금증 보다는, 나를 직접 보고 애가 실망하거나 반대로 내가 실망하거나 하는 상황이 벌어질까 봐 무서웠거든.

'헐 나랑 보러 가기 싫은 거?' '어- 그런 것 보다는, 그냥 직접 만나는 게-' '님, 쫄?'

근데 이건 못 참지.

'언제 볼까?' 'ㅋㅋㅋㅋ오? 진짜?'

그렇게 해서 일주일 정도 톡을 하다가, 직접 만나는 상황이 됨. 지금으로는 좀 '에엥?' 싶을 수 있는데 이때는 온라인에서 오프로 만나는 경우가 꽤 비일비재 했었어.

라떼는 말이야, 그랬다- 낭만이 있었다구?

바로 다음날 보기로 했어. 일 끝나고, 알바 교체도 하고- 지하철 타고 멀리도 아니고, 두어 정거장 지나서 역을 빠져 나왔지. 출구 나와서 전화를 걸었어.

[어디? 나 도착했는데.] "어! 진짜 여기로 나왔네?"

출구 바로 근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어.

"뭐야, 실물이 더 잘생겼네."

사실, 난 카톡 프사 내 면상으로 해 놓긴 했어.

"아...어." "옵붕아."

그런데 애는 치사하게 카톡 프사 캐릭터로 해 놨거든?

"왜애?"

그래서 난 애 얼굴을 몰랐어.

"아니..." "뭐? 왜? 뭔데? 왜?" "아니, 그냥." "뭔데? 말 해." "아니, 그냥-" "뭐? 뭔데?" "예뻐서. 예뻐서, 그냥. 에이."

진짜 예뻤거든.

"뭐, 뭐래! 미친 거 아니?" "아, 영화 언제 시작하지?"

난 적당히 화제를 돌렸어.

보통, 오프로 만나면 실망을 한다더라. 상상과 달라서. 나도 상상과 달랐어.

공부 열심히 했고, 연애도 안 했고, 기타 등등 들어서- 내 머리에 떠오른 건 그냥 학과에서 공부 열심히하고 잘 할 것 같은 안 꾸미는 수수한 여자였는데.

애 금발에 여름이라고 해도 말이지, 좀 짧은 치마까지 입고 와서 말이야- 시선이 절로 가는 사람이라고 할까?

그랬어.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어.

3. 처음에는 내가 심장이 안 좋아져서 좀 그랬는데, 정신 딱 차리고 금방 톡으로 하던 이야기 이어가면서 대화가 편해졌어. 우린 꽤 코드가 잘 맞았거든.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고, 헤어지기 아쉬워서 술-

"피방 가자." "오, 콜."

보다는 롤이지. 응, 롤.

"오늘은 내가 옆에서 진짜 롤 잘 가르쳐줄게." "한 수 배우겠습니다, 선생님."

음, 그래. 방송에서 훈수 두는 시청자에게 하는 리액션을 공손히 받고 롤을 했어.

그리고 우린 새벽까지 불태웠지. 이왕이면 가자 할 때 이겨야 되잖아? 가자고 한 다음부터 이길 수가 없어. 진짜 너무 던져 이 트롤. 감당이 안 돼.

나중에는 '뭔가 겜만 하고 헤어지기 싫어' 란 생각에 피방 나가서 뭐하지? 고민하다 보니, 자꾸 죽었다고 하더라. 사실 그 시간에 갈 곳이 술집 정도 밖에 없는데, 술 한 잔 하자는 말이- 너무 노골적인가? 이런 고민도 들고.

'라인 전을 하는데 딴 생각을 해요, 지금?'

나중에 그 이야기 듣고 진지하게 화냄.

어쨌든, 그렇게 시간이 차츰차츰 가는데 슬슬 진짜 들어가서 자야 되는 시간이야. 너무 늦었어. 택시 타고 뛰어서 그냥 바로 침대 뛰어 들어갈 시간이야.

"아...졌네." "미안." "아니야, 나도 실수 많이 했어. 5인겜인데 너 하나 때문에 졌다고는 할 수 없지." "그렇지?" "근데 20뎃은 좀 심했다. 덜 죽으려고 노력을 좀 하자, 응?" "다이아도 브론즈에서 캐리 안 되는구나." "...서폿이라 그래. 라인 서면 캐리하지."

아군이 40뎃을 하면, 메라도 힘들지 않을까?

"한 판 더?" "아, 가긴 해야 돼. 나 내일 알바야." "아... 진짜?" "너 안 졸려?" "안 졸려." "학교 안 가?" "안 가." "......."

한판 더?

"음..." "아, 너희 피방 가자." "어?" "너 일하는 피방 가자고." "우리 피방?" "하다가, 바로 출근하면 되잖아!"

천재적인 발상이지. 근데, 근데-

'이거 맞나?'

그런 고민을 하다가-

"가자! 출발! 3연승 딱 찍고 나도 집 갈게." "3연승?"

지금 mmr도 떨어졌고-

"원딜 내가 해도 돼?" "응, 그래."

내가 원딜을 하면.

"아, 가자."

3연승 쉽지 ㅋㅋ

-라는 생각은 오만이었다.

너무 졸려서 카이팅도 안 돼고, 결국 밤 샘.

일 할 시간 다 되어서, 걔는 집 들어간다고 출발하고. 그 날 다행히 평일이라 일이 널널해서 살았다고 할까?

그런데.

"안녕!" "음?"

애가 매일 피방에 출근을 하기 시작했어. 카운터 근처 내 지정석 옆에 자리 잡아서.

"콜라 리필 좀." "..." "마우스 이상한데?" "설정 들어가서-" "해줘." "..." "손님이 해 달라는데, 알바가 안 해?" "예, 잠시만요-" "모니터 이거 이상한데?" "잠시만요-"

레알 개 진상 손님이 됨.

"오." "넌 이런 게 재밌어?" "어?"

여캠 방송 들어가면 귀신같이 노려보고.

"아, 진짜 노답이네." "넌 이런 게 재밌어?" "어?"

여자 BJ가 하는 롤 방송 들어가면 귀신같이 노려보고. 결국 강제로 건전한 방송만 시청하게 되었지. 솔직히 여자 옆에서 그런 방송 보는 것도 좀 그렇긴 하고.

그렇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출근하고 매일 걔가 왔어. 학교 끝나고 바로. 학교 안 나가는 날에는 내가 출근하고 한 시간 뒤.

"옵붕아, 여친 왔다." "예?" "여친 아냐?"

사장님은 걔가 내 여친으로 인식했어.

"어-" "엥?"

여친. 당황한 얼굴.

"아-"

사람이 이상하게 보여야 할 순간에 귀여워 보이면.

"예. 맞아요, 여친."

사랑이 시작된 거라고 하더라.

"열녀야, 아주."

사장님 나한테 카운터 맡기고 나가고-

"아니, 야!" "왜?" "아니, 내가, 어, 너, 어, 사장님한테, 어.......내가 여친이라고?" "우리 사귀고 있는 거 아니야?" "......"

아니, 싫으면.

"아니면, 바로 사장님한테 아니라고 했어야지." "어?" "아, 이거 나 혼자 착각하고 있었네! 아차! 사장님한테 연락 해야겠다, 오해라고. 야~ 미안, 난 우리가 그런 줄." "아니-" "응?"

우린 만나고 스킨십은 절대 안 하고 있었어. 아무리 가까워지고, 친해져도. 그래서 기억해.

"어, 착각 아니야."

처음으로 손을 잡고-

"어...근데, 우리 1일은 언제야 그럼?" "오늘부터라고 하지 뭐."

사귀게 된 첫 날이었으니까.

어휴, 늦었네. 집 가야겠다. ㅂ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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