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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 져버린 두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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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은 타곤의 별. 미리 보면 더 재밌어.



라이즈는 비석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드넓은 룬테라의 땅에 솟구친 하나의 비석. 그 비석의 내용은 라이즈가 읽기엔 분명 심상치 않았다.  ​  곧게 늘어진 평야에 홀로 비석과 서 있는 라이즈는 허리 중에 걸고 있던 책을 한손으로 들었다. 라이즈는 분명히 이 비석의 내용이 진실일 것이라 믿었다. 그러니 라이즈는 움직여야 했다. ​ ​ ​  다이애나는 홀로 꽃을 바라보는 타나토스에게 다가갔다.  ​  “무슨 꽃을 보는 거야?” ​  타나토스는 밝게 웃으며 답해주었다.  ​  “이모르뗄이라는 꽃이야.” ​  노란색 알갱이들이 모인 것 같은 꽃이 뭐가 그리 이쁜지 타나토스는 유심히 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 아리같이 순수함에서 나오는 호기심일까 다이애나는 생각했다. 다이애나는 무안한 미소를 지었다.  ​  그때 타나토스가 말했다.  ​  “다이애나 타곤 내려올 때 했던 약속 꼭 지켜야 해.” ​  갑작스레 약속의 이야기를 꺼내자 다이애나는 당황했다. 타곤을 내려오며 했던 약속. 다이애나는 그때 떠올렸다. 두 별이 떨어지던 순간에 맺어진 연결점이었다. ​  솔라리로 부터 꼭 지켜주리라 했던 약속. 다른 이들이 고통받지 않게 만들겠다는 약속. 그리고 자신을 꼭 지켜주리라는 약속을 다이애나는 했었다. 다이애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까먹었다는 사실을 들킬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이애나도 잘 알고 있었다. ​  그러자 타나토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  “설마…잊은 건 아니지?” ​  “하하. 안 잊었지. 그럼. 그나저나 사람들 모두 움직이기 시작하네. 우리도 짐 싸고 이주 시작해야지.” ​  타나토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높은 산이 불멸을 이루고 끝없는 경사가 이루어진 곳. 타곤의 끝에서 다이애나와 레오나의 노고 끝에 타나토스를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  죽음의 성위인 타나토스는 다이애나의 애원에 정신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가 죽음의 성위임은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타나토스를 향해 다가가는 새 한 마리가 있었다. 한기가 느껴지는 조각을 집은 새가 그녀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  수많은 인파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들 정착지를 옮기고 있었다. 타곤의 날씨는 계절에 따라 극한으로 뒤바뀌기에 그들은 필사적으로 이주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주하는 인파 속 라이즈가 껴 있었다.  ​  라이즈는 보따리에 식기구를 담는 한 남자에게 다가갔다.  ​  “혹시 타나토스라는 사람을 아십니까?” ​  남자는 말을 건 라이즈를 돌아보곤 고개를 가로저었다. 라이즈는 고개를 끄덕이곤 다른 이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라이즈가 다가간 이들 족족 ‘타나토스’라는 이름을 한 이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  하는 수 없었다. 라이즈는 그녀에게 가야만 했다. 좀 더 확실하게나마 그녀에게 물어봐야 했다. 라이즈도 이미 소식은 들었으니.  ​ ​ ​  “그러니까…타나토스를 찾아야 한다고요?” ​  “그래. 무조건 찾아야 하지.” ​  “…이유가 뭡니까?” ​  다이애나가 무표정하게 물어봤다. 라이즈는 잠깐 머뭇거렸다. 분명히 이 여자는 이유를 밝히면 거절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말해야 했다. 그녀도 어쩌면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  “타나토스는 종말을 일으킬 거다.” ​  “종말…?” ​  “그래. 타나토스에게 불명의 룬이 손에 들어가는 순간. 룬테라 전역에 죽음의 기운이 돌겠지.” ​  “제가 그걸 어떻게 믿습니까?” ​  “그야 못 믿겠지. 불멸의 룬이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모를 테니까.” ​  라이즈는 저 멀리서 꽃을 바라보는 타나토스를 흘겨보곤 말을 이었다.  ​  “어디선가 새 한 마리가 날아올 거다. 그 새는 불멸의 룬을 들고 올 거야. 그 새는 불멸의 룬을 타나토스의 손에 쥐게 만들 거다. 그러면…세상은 종말에 휩싸이겠지.” ​  다이애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마에 주름이 난 채 입을 열었다.  ​  “막으면…막으면 될 거 아니에요.” ​  “막지 못해. 성위를 없애지 못한다면 끝없이 새가 타나토스에게 다가갈 거야. 얼음으로 얼어붙은 새가 혹한까지 이겨내며 타나토스에게 다가갈 거라고. 이미 룬을 쥔 새는 평범하지 않아. 날게부터 깃털까지 모조리 냉기에 휩싸였어. 그 새는 네가 타나토스에게 다가가는걸 막을 순 있을지라도 새가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혹독한 추위를 가져올 거야.” ​  다이애나는 믿을 수 없었다.  ​  “도대체 왜….” ​  “어쩔 수 없어. 죽음의 성위는 원래 그럴 목적이었으니까.” ​  “하지만…죽음의 성위는 내가 잠재웠단 말이야….” ​  라이즈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  “네가 그렇게 믿을 뿐이다. 그 순간에 죽음의 성위가 죽으면 안 됐으니까.” ​  다이애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믿을 수 없는 차가운 현실 끝에 다이애나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렇지 않기로, 꼭 지켜내리라 맺은 타곤 산의 끝에 만든 약속은 종말이라는 함정에 걸리고 말았다.  ​  “막을 수 없을까요…….” ​  “없을 거다.” ​  라이즈는 무표정하게 답했다. 바뀔 수 없다는 걸 아는 라이즈는 냉혹했다. 라이즈는 타나토스를 향해 돌아봤다.  ​  “네가 할 수 없다면. 내가 직접 하겠다.” ​  라이즈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갔다. 타노토스에게 천천히 다가가던 라이즈는 검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의 향연이 라이즈와 타나토스 주위를 감돌았다. 둘 사이의 거리가 죽음의 마지노선을 뜻하기라도 하는 듯이 죽음의 향연은 조금씩 강해져 갔다.  ​  라이즈는 충분히 다가갔다. 이 거리라면 비전 에너지로도 충분히 죽음의 성위를 처리할 수 있다.  ​  라이즈의 시선이 타나토스 주변으로 향했다. 양팔을 뒤로 젖힌 순간 라이즈의 눈에 무언간가 들어왔다.  ​  타나토스가 바라보고 있던 꽃이 단숨에 시들었다. 라이즈는 멈출 수 없게 된 동작을 속행했다. 뒤로 젖혔던 양팔을 타나토스를 향해 뻗었다. 비전 에너지가 타나토스를 향해 날아갔다.  ​  그러나 그 순간 타나토스는 순식간에 라이즈를 돌아봤다. 죽음의 기운이 두 눈을 통해 단숨에 라이즈를 관통했다. 타나토스의 손에서 뻗어 나온 검은 그림자는 비전 에너지를 무너뜨리고 라이즈에게 다가갔다.  ​  곧 라이즈는 검은 그림자를 맞고는 무릎을 꿇었다.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던 다이애나가 소리쳤다.  ​  “라이즈님!” ​  라이즈는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방금 그림자에 맞닿은 가슴에 빠르게 쓰려왔다.  ​  “타나토스를 멈춰라…어서…!” ​  라이즈는 한쪽 하늘로 손을 뻗고는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그곳에서 타나토스를 향해 날아오던 새는 룬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  “어서…! 시간이 없다!” ​  다이애나는 라이즈를 노려보는 타나토스를 한번 그리고 불멸의 룬을 쥔 새를 한번 돌아봤다. 다이애나는 타나토스를 향해 달려갔다.  ​  “물러서!” ​  타나토스가 손을 뻗었다. 손끝에서 검은 연기가 다이애나를 향해 날아왔다. 다이애나는 눈보라처럼 몰아치는 연기를 해치며 조금씩 나아갔다. ​  타나토스에게 다가갈수록 다이애나의 가슴은 더욱 쓰려왔다. 죽음이 깊게 다가와서가 아니었다. 주어진 운명이, 결국 타나토스를 자기 손으로 죽여야 한다는 것이 쓰렸다.  ​  라이즈는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리고 새는 룬 감옥에서 풀려나며 빠르게 타나토스를 향해 하강하기 시작했다.  ​  다이애나는 계속 그림자를 뻗어내는 타나토스를 바라봤다. 가슴이 매어졌다. 끝까지 지켜주리라 다짐했는데. 그 다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솔라리의 억압으로부터 지켜주리라 했지만, 타나토스의 죽음은 솔라리가 아닌 자신의 손이었다.  ​  다이애나는 입을 앙다물었다. 충분히 다가간 다이애나는 무기를 꽉 쥐었다. 눈을 꾹 감았다. 차가운 한기가 다가왔다. 불멸의 룬을 쥔 새가 타나토스를 향하고 있었다.  ​  “미안해…타나토스….” ​  다이애나는 무기를 휘둘렀다.  ​  검은 피가 죽음을 의미하듯 흘러내렸다. 뜨거운 피가 한기를 뒤덮을 만큼 땅에 스며들었다. 연기가 흩어지고 한기는 뜨거운 눈물에 누그러졌다. 타나토스를 향해 하강하던 새는 불멸의 룬을 놓고는 땅에 안착했다. 모든 것이 느려진 것만 같았다. 주위를 스치는 바람도 따스한 온기도 마지막에나마 느껴지려고 하는 것 같았다. ​  “…미안해요…다이애나. 죽음의 성위가 되어서….” ​  다이애나는 타나토스를 바라봤다. 죽음 향연은 어디에도 느껴지지 않았다. 방금까지 한 손으로 그림자를 뻗던 이는 슬픈 얼굴로 자신의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  “미안해요. 다이애나.” ​  나지막한 마지막 단말마 끝에 타나토스는 자리에서 쓰러졌다. 죽음의 성위는 불멸을 꿈꾸다 결국 주검으로 남고 말았다. 주검 위로 흘러내리는 피는 따뜻했지만, 시체는 빠르게 얼어붙었다. 원래 죽음이란 없던 것처럼 시체는 산에 달라붙었다.  ​  써늘한 주검 위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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