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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 그웬 공방

자유18시간 전작은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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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안은 건물의 간판을 올려다봤다.  ​  ‘그웬 공방’ ​  ‘해로윙이 끝난 뒤로 겨우 한다는 게 수선집이라니.’ 루시안은 생각했다.  ​  루시안은 미닫이문을 열곤 건물 안으로 터벅터벅 들어갔다. 건물 안에 들어오며 루시안의 눈에 가장 먼저 띤 것은 거대한 실타래였다.  ​  벽 한구석에 서 있는 거대한 실타래는 어린아이의 크기만큼 컸다. 실타래 앞으로 책상과 그 책상에 걸맞는 미싱기계가 있었다.  ​  루시안은 그웬은 어디있나 잠시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신호라도 받은 듯 반대편 벽에서 미닫이문이 열렸다.  ​  미닫이문을 잡은 완벽한 인간의 손이 보였다. 루시안은 눈살을 찌푸렸다. 문이 드르륵 열린 뒤 나온 것은 그웬이었다.  ​  “뭐야? 루시안, 여기는 무슨 일이래?” ​  “옷 좀 수선 해줬으면 해서.” ​  루시안은 한쪽 팔로 허리와 함께 감싸고 있던 빛의 감시단 의복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  “흐음…내가 다 받아줄지 알고?” ​  루시안은 한숨을 쉬었다. 공방 일을 하면서 돈이란 건 받지도 않고 남의 이야기나 듣고 싶어 한다니. 루시안은 체념 하듯 말했다.  ​  “외상은…안되나…?” ​  루시안의 머릿속에선 지금 해줄 만한 재미난 이야기는 없었다.  ​  “흠…아무 이야기나 상관이 없는데…그럼 이거 어때 세나와의 사랑 이야기!” ​  그웬은 갑자기 신이 난 듯 발랄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그웬은 세나와의 사랑 이야기가 몹시 궁금한듯했다. 루시안은 눈살을 찌푸리며 침묵하고 있었다.  ​  “…좋아…. 해주지….” ​  루시안은 장정 2시간 동안 세나에 대한 만남부터 사랑의 결실 그리고 재회까지 모조리 들려주었다. 그웬은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은 듯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루시안도 오랜만에 아내 이야기를 떠올렸는지 괜히 마음이 후련해진 것만 같았다.  ​  “좋아. 만족했어. 3일 뒤에 찾아와.” ​  그웬은 흥얼거리며 책상 위에 올려둔 의복을 들곤 미닫이문을 열어 방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  루시안은 홀연히 방안으로 사라져 버린 그웬에 머리를 긁적였다.  ​  “이럴 거면 왜 미싱 기계를 밖에 둔 거지….” ​  어찌 됐건 루시안은 이제 3일 뒤에 다시 찾아와야 했다. 의복도 수선하는 김에 루시안은 잠깐 휴식을 취해야 하겠다고 느꼈다. 그웬에게 아내에 대해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루시안은 오랜만에 시나랑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  그러다 루시안은 문뜩 미소를 지었다. 이런 고민만으로도 미소가 나온 것이 루시안은 이번엔 아내랑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루시안은 미닫이문을 닫고 아내가 있는 집으로 향했다.  ​  그때 그웬이 루시안을 불러 세웠다.  ​  “루시안!” ​  루시안은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뒤돌았다.  ​  “히히…잠깐 공방으로 와봐.” ​  루시안은 먼저 들어간 그웬을 따라 다시 공방에 들어섰다. 그웬은 실타래에서 실을 뽑더니 가위를 끝을 잘랐다. 벽 구석에 거대한 실타래에서 나온 실을 한눈에 보기에도 두꺼워 보였다. ​  “그건…실인가? 아니면 밧줄인가…?” ​  “뭐?” ​  그웬은 후후 웃어 보였다. 그웬은 자기 팔에 실을 둥글게 말았다. 그리곤 팔에서 말아진 실을 빼내며 그 실을 루시안에게 건넸다.  ​  “자, 루시안 저번에 총 잃어버렸다며?” ​  “총이 아니고 마법….” ​  “뭐가 중요해! 어서 실을 손가락에 끼우면 실이 방향을 알려줄 거야.” ​  루시안은 말없이 실을 받았다. 잠깐 손에 쥐어진 실을 내려다봤다. 은은한 푸른빛을 띤 실이었다. 실이라기엔 너무나도 두꺼웠지만, 밧줄이라기엔 부족하리만큼 얇았다.  ​  “이제…가도 되나?” ​  “응! 이제 가도 돼. 그 실 써서 어서 총을 찾아야지.” ​  “총이 아니라 마….” ​  “아무렴 어때! 자 어서 가라고!” ​  루시안은 쫓겨나듯 공방에서 나왔다. 루시안은 실을 주머니에 쑤셔 놓곤 다시 아내가 있는 집으로 향했다.  ​ ​ ​  잠시 후 그웬 공방의 문이 열렸다.  ​  드르륵. 문을 연 사람은 애쉬였다. 애쉬는 아무도 없는 방에 사람을 찾고자 방을 두리번거렸다. 이번에도 반대편 벽 쪽 미닫이문이 열렸다. 아니, 한번 문이 걸린 후 열렸다.  ​  “하하…문을 고칠 때가 됐나….” ​  그웬은 아래를 보다 이내 고개를 들었다. 자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이 프렐요드 인임을 그웬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  “애쉬 여왕님?” ​  “하하…날 알아보는 사람도 있네…. 여기 다른 지방인데 말이야.” ​  “여기까진 어쩐 일로…?” ​  “무슨 일이긴…스웨터 좀 짜줬으면 해서.” ​  “스웨터요?” ​  “응. 남편한테 줄 스웨터.” ​  그웬은 애쉬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  “거짓말을 하고 계시군요! 여왕님!” ​  “어…? 어?” ​  애쉬는 당황한 듯 말을 얼버무렸다.  ​  “역시나! 여기까지 스웨터 하나 짜달라고 올 일은 없겠죠!” ​  애쉬는 당했다는 듯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애쉬가 그웬 공방을 찾아온 이유는 뜨개질을 배우러 왔다.  ​  “뜨개질 배우러 오신 거군요!” ​  “뭐…정확히 맞췄네…. 하하….” ​  “후후…하지만 제 수업료는 싼 편이 아닌데요….” ​  그웬의 미소에 애쉬가 섬뜩함을 느낄 새도 없이 그웬은 말을 이었다.  ​  “하하, 장난이에요. 저한테 필요한 건 하나에요. 딱 이야기 하나만 들려주시면 돼요.” ​  “무슨 이야기…?” ​  “남편과의 사랑 이야기죠!” ​  애쉬는 쑥스럽게 웃었다.  ​  “그래. 그 정도는 들려줄게.” ​  그웬은 애쉬의 손을 잡더니 반대편 미닫이문을 열었다. 애쉬는 끌려가듯 그웬을 따라 방에 들어갔다. 그웬이 닫고 난 방안은 북적거리는 듯하다.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  눈이 덮인 한적한 거리에 그웬 공방의 안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한 구석의 거대한 실타래와 그 앞에 놓여진 한 번도 안 쓰인 미싱 기계. 어쩌면 그웬 공방은 껍질일지도 모른다. 그웬은 오늘도 이야기를 모은다. 사랑 이야기, 우정 이야기, 갈등 이야기도 그웬은 모은다.  ​  그리고 모은 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공방이라는 이름처럼, 새로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그웬은 받아낸 이야기를 더 모으고 싶어 한다. 더 나아갔으면 한다.  ​  누굴가를 가르치면서도 그웬은 이야기를 모은다. 그럴 때마다 그웬은 후련해진다. 마치 새로이 태어난 듯 하다. 그웬이 공방을 만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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