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게 편 황야에 곧게 선 철도가 있다. 뜨거운 태양에 철도는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었다. 루시안은 발걸음을 땅에 내디뎠다. 앞에 보이는 열차는 이미 만신창이였다. 남아 있는 열차 칸은 오로지 5칸 뿐인 머리밖에 남지 않은 열차였다. 루시안은 철도 위 멈춰 있는 마지막 열차 칸에 몸을 실었다. 루시안의 발걸음이 열차 칸의 계단에 올라섰다. 그리고 다음발이 열차 칸의 카펫에 맞닿았다. 천장이 벗겨져 있고 열차의 몸통 구석구석이 총알구멍이 송송이 뚫려 있었다. 루시안은 그 구멍을 유심히 본 후 주위를 둘러봤다. 루시안 내면의 그림자가 말했다. “근처에 있다. 그 녀석은.” 루시안은 끄덕이지 않았다. 그저 말을 듣기만 하였다. 루시안은 천천히 앞으로 발걸음을 옮겨갔다. 유황 냄새는 모래바람과 섞여 코를 스쳐 갔다. 깨져 버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모래바람을 통과한 루시안은 다음 열차 칸으로 넘어갔다. 루시안은 생각했다. ‘이번 게 3번째 칸이겠지. 확인하는 데까지는 2칸 남았군.’ 루시안은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적막함이 열차 전체를 메웠다. 유황의 냄새와 적막은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붉은 태양은 지평선으로 향해 점점 고개를 숙여가고 있었다. 루시안 여전히 앞을 걸어가고 있었다. 루시안이 걸어갈 동안 그림자가 루시안의 왼팔을 잠식했다. 불길과 까만 가시가 그의 어깨부터 손까지 둘렸다. 타닥타닥, 적막함 속에 불길이 타오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루시안은 앞엔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마지막 한 칸 남았다. 루시안의 손은 허리 줌에 차 있던 총으로 움직였다. 입구가 달린 벽에 가려져 안이 보이지 않는 마지막 칸을 보며 루시안은 짐작했다. 손은 두 총을 집었다. 루시안은 왼손의 검은 총과 오른손의 백색 총을 모아 잡았다. 검은 총의 줄무늬처럼 패인 구멍에서 검은 불길이 튀어나왔다. 백색 총의 무늬에서 푸른 빛이 세어나왔다. 그러자 두 총은 하나의 검은 빛줄기를 뿜어냈다. 한순간에 칸을 나누던 벽은 허물어져 버렸다. 벽이 박살 나며 연기가 열차를 덮었다. 유황 냄새가 차츰 가라앉을 무렵 연기 또한 열차의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연기가 걷힐 그때 누군가 입을 열었다. “후후…숙녀에게 무례를 보이는 거 아닌가요?” 루시안의 정면을 바라보고 있던 이는 레오나였다. 레오나의 방패 정중앙의 구멍에서 검은 불빛이 가라앉았다. “당신이 왜 여길 왔는지 궁금한데요? 그림자 사나이….” 루시안은 희미한 미소를 보였다. “당신…근처에 있겠지.” 레오나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어 보였다. “촉이 좋으신데요?” 그 순간 그림자가 외쳤다. “뒤에!” 루시안은 뒤를 돌아봤다. 빠른 속도로 기다란 혓바닥이 루시안을 향해 다가왔다. 루시안은 옆으로 몸을 던져 혓바닥을 피했다. 루시안이 몸을 던진 곳은 좌석이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좌석과 그사이에 간단히 놓인 식탁은 루시안이 일어나기를 버겁게 만들고 있었다. 좁은 열차 안에서 몸을 던졌으니 그 종착점은 뻔하디뻔한 것이었다. 레오나는 검을 뻗었다. 단순한 길이의 검은 빠른 속도로 연장하더니 앞 좌석을 뚫은 채 루시안의 어깨를 스쳐 뒷좌석에 박혔다. 루시안은 검이 좌석에 박힌 틈을 타 몸을 일으키며 좌석에서 나왔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탐켄치를 향해 양손에 쥐고 있던 방아쇠를 당겼다. 하나는 총알이 하나는 검은 불덩이가 탐켄치를 향했고 두툼한 손으로 애써 가려보려 했던 탐켄치의 얼굴에 두방이 명중했다. 그 사이 루시안이 옆으로 보자 좌석에 박혔던 검이 다시 빠져나와 있었고 이내 루시안은 뒤돌아 다시 레오나를 향해 양손의 방아쇠를 당겼다. 또 한 번 두 총알은 레오나를 향했다. 레오나는 방패로 몸을 가리며 총알을 막아낸 후 다시금 한번 칼을 뻗었다. 루시안은 다리를 수그리며 상체를 숙였고 검은 길게 연장되어 탐켄치의 팔에 박혔다. “레오나…!” “어머…실수했군요.” 루시안은 다시 탐켄치를 돌아본 후 양손의 총을 모아 잡았다. 탐켄치의 눈동자가 커졌고 곧 양손의 총은 검은 빛줄기를 내뿜었다. 열차위 벽이 허물며 연기가 루시안과 탐켄치 사이를 덮었다. 레오나는 검을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곤 루시안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루시안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곤 달려오는 레오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이미 늦었어.” 루시안의 몸을 악마가 뒤덮었다. 오직 왼팔에만 그 자리를 차지하던 그림자가 루시안의 전신을 감쌌다. 루시안의 몸 구석구석 불길이 서서히 타오르는 악마가 나타났다. 악마는 호탕하게 웃으며 양손의 총을 들어 올렸다. 레오나는 달리던 것을 멈추고 잘못됨을 깨달으며 천천히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악마와 루시안이 동시에 외쳤다.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루시안의 양손의 총에서 거대한 불줄기의 총알이 튀어나왔다. 마치 비가 떨어지듯 총알들은 레오나를 향해 끝없이 나아갔다. 레오나는 방패를 치켜세웠다. 방패 정중앙의 구멍에서 불줄기가 여전히 솟아 나왔으나 저 많은 총알을 모두 받아내기란 무리라고 생각했다. 레오나는 왼발을 차 열차 밖으로 몸을 던졌다. 열차에서 빠져나온 레오나는 금방 다가온 백마에 올라탔다. 루시안은 창문 너머로 말에 올라타 도망치는 레오나를 흘겨봤다. 그 후 루시안은 다시 한번 뒤를 돌았다. 쓰러져서 자신을 바라보는 탐켄치를 응시하며 루시안은 조용히 숨을 내뱉었다. “쓰래쉬는 어디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