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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가 미국에서 있었던 일인데 (공포썰)(장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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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길지 않으니까 안심해도 좋아, 벌써 7년 전 일이네 내가 지금 고1이니까 10살 때 일이야. 그때 고모와 고모부께서 미국에 계셨는데 잠깐 부모님이 미국에 일이 있어서 나를 고모부 댁에 맡겨놓았었어. 일단 이 썰을 풀기 위해 먼저 말할 건, 초강대국이자 슈퍼 선진국이라는 인식과 달리, 일반적인 도시의 문명 수준은 우리나라 지방 도시와 다를 거 없어. 아니, 열악하다면 더 열악하지 절대 낫지 않아. 글고 미국의 지방이라 한다면 거의 자연 그 자체인 데다 토네이도 같은 돌풍에 전봇대가 넘어져도 수리를 하는데 3주 까지 걸리는 일처리 속도도 최악인 촌구석 그 자체야. 어쨋든 고모부집은 엄청 큰 밭이 있었고 뒷마당도 무지막지하게 넓었는데 엄청 크고 어두운 숲과 마주보고 있는 곳이었어. 진짜 한국에는 볼 수 없던 짐승도 많이 있던 곳이라 고모부께선 나보고 절대 그곳에 들어가지 말라 하셨어. 쨌든 미국에 있는 2주 동안 고모와 고모부께선 밭에서 일을 하고 계시고 그 동안 나는 집안과 밖에서 노는 게 일상이었지. 그러던 어느 날 일주일 남짓 지났을까 나는 미국 방송은 스폰지밥 말고는 아는 것도 없고 그 마저도 영어로 나와 알아들을 수 없어서 보통 뒷마당에서 뛰놀거나 숲속의 동물들을 저기 멀리서 지켜보거나 아님 집에서 가져왔던 부메랑을 던지면 놀았었어. 근데 내 배낭에서 작은 드론이 나왔지 뭐야, 생각해보니 내가 짐을 챙기며 그것도 같이 넣어 놓았던데 생각 났어. 한국은 드론을 날릴 공간도 없고 나무도 많아 드론을 날리기 어려웠거든. 이때다 생각하고 드론을 날려봤거든? 근데 솔직히 생각해봐, 드론은 7년 전이니 호버링 같은 초보자용 기능도 없고 지금 이 나이가 되어서도 날리기 거지같은데 어떻게 10살짜리가 드론을 잘 날릴 수 있겠어? 근데 하필 드론이 내가 말한 큰 숲 너머로 가버린 거야. 난 내 가장 아끼는 장난감이기도 했고 이걸 잃어버리면 엄마한테 혼날 것 같아서 "잠깐 들어갔다 나오면 괜찮겠지"라는 마음으로 숲으로 들어갔어. 그 숲은 내가 밖에서 봤던 것보다 나무가 빽빽히 자라있었어. 덤불도 막 자라있고. 게다가 나는 보이지도 않는 드론을 찾는 데 정신이 팔려 점점 숲 깊은 곳으로 갔던 것 같아.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저기 저 멀리 풀숲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내가 겁을 잔뜩 먹어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봤는데, 그곳엔..... 사슴이 있었어. 그냥 평범해 보이는 숫사슴이. 기억해보면, 그 사슴과 나는 약 20에서 30미터 정도 떨어져 있던 것 같아. 하지만 나는 사슴이기에 안심했지. 솔직히 자뻑은 아닌데, 난 책을 조금 많이 읽어서 사슴이 큰 소리를 내면 일단 무조건적으로 도망간다는 건 알고 있었거든. 그래서 나는 소리를 꽤 크게 질렀어. 근데 사슴이 도망가지 않는 거야. "아뿔싸 역시 책은 거짓말쟁이야."라고 생각하며 다시 지레 겁을 먹었는데..... 그 사슴은 아예 움직이지 않았어. 그저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어. 더 소름돋는건, 걔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는데, 내가 걔랑 눈을 마주친 순간, 난 깨달았어. "저건 사슴이 아니다." 진짜 말도 안되는 소리란 건 알아. 근데 내 본능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어. 내 시각을 포함한 모든 감각이 그건 사슴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어. 이렇게만 설명해서 미안한데, 이렇게 밖에 설명할 수 밖에 없었어.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놈의 눈에서 불쾌감과 공포감이 일었던 것 같아. 정말, 미동도 없이 날 쳐다보기 5분 정도 지났을까, 그놈이 한발, 한발,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어. 난 얼어붙어서 그 자리에 꼼짝없이 서있는데, 갑자기 세상 끔찍한 비명이 들리는 거야. 그걸 기점으로 나는 뒷마당 쪽으로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어. 드디어 고모부집 문까지 다다랐을때 너무 무서워서 집에 들어가려고 문을 열기 위해 다시 한번 시선을 숲으로 돌린 순간.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어. 숲에는, 기억으로 인해 과장된 걸 수 있지만, 숲에는 수 십 마리의 사슴들이 아까 그 사슴의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어. 개중에는, 구부정하게 서있는 놈들도 있었던 것 같아. 내가 우는 소리에 고모가 달려왔을 땐, 그땐 사슴들이 사라져있었어. 그 후론 난 사슴을 다시 맨정신으로 볼 수 있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던 것 같아. 지금 와서 들려왔던 비명소리가 뭐였는지 고민해보는데, 역시 모르겠더라. 믿거나 말거나 이긴 한데, 긴 글 끝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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