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걸 내려놓고 폐인이 되면 오히려 행복해져. 열심히 사는 인생과 스스로를 죽이는 그 사이, 내게 너무 무거운 모든걸 내려놓으니 몸이 너무 가벼워. 그렇다고 마음까지 가볍진 않아. 미래에 대한 걱정, 인생 조진 것 같다는 두려움 등이 나를 마구 찔러. 현실이라고 부르는 쓰나미에서 도피하기 위해 게임, 만화, 소설, 애니 등으로 빠져들어가. 적어도 그걸 하는 동안에는 너무나 행복하니까. 잠깐 눈좀 붙이려고 그 모든걸 잠시 끄는 순간, 내가 피한 현실이 나한테 닥쳐와. 죽기에는 두렵고, 내려놓은 모든 것을 다시 잡는 것도 두려워. 의지는 없고 용기는 더더욱 없어. 이대로 살기엔 나를 믿고 지탱해주는 부모님한테 너무 죄송해. 하지만 내려놓은 시간이 길 수록 무거워지는 의무를 다시 짊어지기는 너무 두려워.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걸까. 낙원이라 생각했던 곳은 지옥이었어. 나는 현실이라는 곳에서 문을 열고 지옥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간거야. 거짓말만 하던 내 인생에 걸맞는 온갖 거짓으로 점철된 지옥에. 다시 뒤돌아가면 되지만, 뒤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은 것만 같아. 아니면 내가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일 지도 몰라. 난 내가 제정신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