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체개현(花體開顯) 지은이: 조지훈 실눈을 뜨고 벽에 기대인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짧은 여름밤은 촛불 한 자루도 못다 녹인 채 사라지기 때문에 섬돌 우에 문득 석류꽃이 터진다 꽃망울 속에 새로운 우주가 열리는 파동! 아 여기 태고(太古)적 바다의 소리 없는 물보래가 꽃잎을 적신다 방안 하나 가득 석류꽃이 물들어 온다 내가 석류꽃 속으로 들어가 앉는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석류꽃) (저작권엔 문제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