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릴 때 나는 우산으로 하늘을 가린다 가릴 수 없음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가려보곤 한다 그래도 내 발이 젖는다 축축해진 내 발은 어쩌면 죄악의 산물 그 죄악은 가릴 수 없는 하늘을 가리려한 오만함일까 그 넓은 하늘을 좁은 우산으로 가리려한 나태함일까 비가 내릴 때 나는 우산으로 하늘을 가린다 가릴 수 없음을 안다 그렇기에 오늘은 우산을 내린다 비가 내 몸을 씻어낼 때 비로소 나는 자유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