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자가 롤 챌린저를 찍고 현생을 살려고 노력하면서 가진 내면의 생각들을 적어봤습니다. 절대 게임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분명 게임을 하는데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저 스스로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게임이 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간단요약 1. 중학교 시절 롤 하느라 많은 것을 잃었다. 2. 고등학교에 와서 열심히 살았다. 3. 대학교와서 게임에 무너지고, 게임으로 도피했다. 4. 롤 챌린저 찍고 현생 사려고 노력하는 중 5.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지만, 익명으로 밖에 말하지 못하는 속사정
중학교 시절, 사는 게 무료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없이 학교, 학원, 집을 목적 없이 반복해 다니던 쳇바퀴 같은 삶이었다. 잠시 나마 지루했던 삶에 숨을 쉴 수 있게 해준 것이 게임이었다. 그 시절 평범한 남학생처럼 배틀그라운드와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을 즐겨했다. 중학생 학생이 그렇듯이(일반화할 수 없지만) 평범한 학생이 아닌 특별한 학생이 되고 싶었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고 싶었고 이를 가능케 해준 미디어가 게임이었다.
게임을 할 때 만큼은 현실의 문제를 잊게 해주었다. 게임이 문제라기보다는 나라는 사람에게 있어서 게임은 문제가 되었다. 게임은 수단이 되어야 했지만 목적이 되었다. 삶을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닌 게임을 하기 위해 사는 삶을 살았다.
부모님께서 내가 게임을 하는 것을 많이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님이 잠들기까지 기다렸고 새벽까지 게임하다 잠드는 게 일상이었다. 중학교는 나에게 있어서 잠을 자고 친구를 만나는 장소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교육 심리학을 전공으로 교육자를 꿈꾸고 있는 게 하나의 아이러니다).
친구들과 놀 때도, 여행을 가서도 과장을 보태자면 빨리 게임하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중학교 때 받은 100점짜리 성적표를 받고 들었던 생각은 3일 동안 게임 해도 되는 티켓이라고 생각했다. 게임을 강박적으로 소비했던 나는 게임을 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고 싶어서 거짓말을 일상처럼 했다. 토요일이 되면 아침 9시에 일어나 피시방으로 가서 저녁까지 게임을 했고, 집에 가기 전 부모님에게 오늘 뭐하고 놀았는지 거짓말을 계획한 후 집에 들어갔다. (부모님도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학교 때의 나는 게임의 부정적인 영향을 무시하고 스스로 통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강박적인 게임 소비는 게임 실력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배그를 하느라 중학교 2학년 때 롤 개인 랭크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데 브론즈 5에서 시작해 그 해 다이아 2 56lp를 찍었고 다음 시즌은 다이아 1을 찍었다.
마스터를 찍고 진지하게 프로게이머를 생각하려고 했지만, 뜻하지 않게 나는 국제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국제학교에서 나는 새로운 세상을 만났고, 1인분만 하자는 나의 꿈은 어느새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꿈으로 바뀌었다. 교육을 받으면서 내가 점차 변화하는 것을 느꼈고 이에 흥미를 느껴 영국이라는 먼 땅에서 교육 심리학을 전공하기로 마음 먹고 현재 영국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새로운 나의 색깔을 찾아갔다. 게임을 했다면 알 수 없었던 공부를 좋아하는 나, 게임을 했다면 알 수 없었던 축구를 좋아하는 나, 게임을 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피아노를 좋아하는 나라는 색깔을 채워 넣었다.
고등학교는 기숙사 학교였기 때문에 게임 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중학교 때 망가진 수면 패턴으로 좋지 않았던 몸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게임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게임과 공부 밖에 안 했다. 그렇게 고등학교 1~2학년 때 첫 마스터를 찍고 마스터 250점까지 찍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공부를 하느라 롤 계정을 삭제하고, 대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문제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생겼다. 학업을 따라가는데 문제는 없었지만, 유학 생활을 하면서 겪는 부정적인 감정과 학교를 다니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회피하기 위해서 게임으로 도피했다.
게임을 한 번 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시간이 가는지 모를 만큼 게임을 했다. 그렇게 첫 그랜드마스터를 찍게 되었지만, 나의 현생은 처참히 망가졌다. 이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나는 중독자이며 게임을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이 게임을 하지 않았을 나를 상상하기 보다 이 게임을 하면서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나 정말로 이 게임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사랑했구나라고 스스로 인정했다.
그렇게 두 번째 학기가 시작하기 2주 방학 동안 난 나를 위해서라도 챌린저를 찍기로 다짐했고 시즌 시작한지 2주만에 대략 200~300판 실력이 아닌 판수로 (하루 약 11시간 게임) EUW서버 챌린저를 찍었다. 챌린저를 찍었을 때 들었던 감정은 양가감정이었다. 희열을 느꼈지만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었기에 슬펐고, 이제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마주해야 할 때라고 느껴서 두려웠다. 더 이상 게임은 나에게 의미를 제공해주지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에 솔로랭크를 멈추기로 다짐하고 강의를 나가기 시작했다, 게이밍 바디(멸치)를 바꾸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그 후 society를 나가며 친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행복한 대학 생활을 했습니다~로 이 이야기가 끝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1월 30일 챌린저를 찍고 한 달간 매일의 투쟁의 연속이었다. 과거로부터 반복했던 충독적인 행동은 중독이라는 뿌리를 트고 있었고 게임하면서 심해진 수전증과 불면증은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 시간으로 현재 1시 51분이다, 원래라면 자려고 침대에 11시에 누웠지만 2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해서 도서관에 와서 글을 쓰고 있다 하하...) 내가 비정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게 믿고 있다.
매일 매일 내면의 괴물과 싸우고 있다. 포기하면 편해, 한 번 뿐인데 뭘, 넌 충분히 열심히 살았어라는 내면의 속삭임이 반복되더라도, 과거의 무기력했던, 싸우기도 전에 도망치는 내가 되고 싶지 않기에 맞서 싸우고 싶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분명 나를 위한 목적도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이 글을 쓴 이유는 나와 같은, 중독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하나님에게 불평했던 적이 있다. "주님 저 게임하고 싶지 않아요,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도와주세요"라고 하지만 지금도 넘어진다, 중독에 넘어졌다. 그렇지만 다시 일어난다. 지금은 생각한다, 나와 같이 중독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이러한 힘듦을 겪게 하는 것이라고. 나는 중독자다. 그렇기에 돕고 싶다 중독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강아지와 어린 아이들이 살아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내면의 생각을 한 번 적어 봤습니다. 이 글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조금 이기적이게 익명의 힘을 빌려 글을 한 번 적어 봤는데 질문 있으시면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