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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커 멋있네 가끔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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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ANYMORE.

이건 언제봐도 소름이양...

 

 

 


2016년 10월 28일
기고자 : 페이커 (Faker)

 

 

 

제 이름은 이상혁. 아메리카 팬들은 저를 "신" 이라고 부릅니다. 한국 팬들은 저를 "불사의 대마왕" 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신"을 더 좋아합니다. 그게 조금 더 있어 보이거든요.

 

인 게임에선 저는 그냥 "페이커" 입니다. 저는 20살이고(역주: 페이커 선수는 1996년생으로 한국 나이론 21살입니다) 세계 최고의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입니다.

 

 

부모님은 제가 8살 때 처음으로 컴퓨터를 사주셨습니다. 그러나 다른 대부분의 또래 아이들과는 다르게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플레이스테이션과 다른 콘솔 게임기들을 가지고 놀았고, 게임이 잘 돌아가지 않으면 카트리지에 입바람을 불어보기도 했고, 제 오래전 기억에는 친구들과 Dragon Ball Z: Budokai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렸을 적엔 누군가와 경쟁을 한다는 것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경기장에 수천의 관객들로 가득 찬 곳에서, 수백만의 관객들이 온라인에서 보고 있는 곳에서 게임을 하게 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 했던 것이죠. 2011년 제가 중학생일 때, 저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빠른 속도로 배우고 습득 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스타크래프트 프로들을 봐왔던 건 맞지만, 저는 정말 다른 e스포츠 선수들을 동경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롤 프로씬 초창기에 저는 EDG의 미드라이너였던 "훈(HooN) 선수를 보며 롤을 공부했습니다. 저는 그가 쓴 라이즈 공략을 읽었고 - 라이즈는 제가 여전히 가끔 플레이합니다. 그리고 그 글이 저를 프로 길로 인도하였습니다.
 
저는 30렙이 다가올수록 점점 더 잘해졌고 한국 최고 수준의 사람들과 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마추어 선수에 불과했지만 계속 승리를 해내었고 결국 한국 서버 랭킹 1위를 찍게 됩니다.

 


 

사실 저는 2013년 SK 텔레콤과 계약하기 전까지 부모님과 상의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에 대해 한 번도 (부모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없죠. 대신에, 저는 진지하게 임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부모님은 저를 적극적으로 응원 해주시진 않았지만 제가 제 꿈을 향해 나아갈 자유가 있다는 것을 받아주셨습니다. e스포츠 업계는 지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직업 수명이 짧기 때문에) 부모님이 해주셨던 걱정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엔 지금까지의 일은 잘 풀린 거 같습니다.
 


하나 인정하자면

지난 금요일(역주: 북미 시간 기준 입니다) 락스 타이거즈와의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준결승 경기에서 2-1로 뒤처지고 있을 때 패배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경기 도중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 팀 동료들도 그래주길 바랍니다. 저희는 침착함을 유지하고 감정을 컨트롤하며 후에 있을 일을 미리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 세트를 지면 패배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저는 이와 비슷했던 과거의 일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난 2013년 저희는 OGN 서머 결승전에서 KT Bullets 상대로 2-0으로 뒤처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세 경기를 승리하며 역스윕을 성공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몇 번 크게 이득을 보면 근심을 덜어 놓을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락스가 지난 금요일 3경기에서 저희를 쉽게 이긴 게 저에겐 의아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집중하면 빠르게 역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1년 동안 많은 작은 규모의 토너먼트 리그들이 열립니다. 그러나 저희의 목표는 항상 롤드컵입니다. 금박을 입힌 챔피언십 컵과 수백만의 달러가 걸려있는 롤드컵은 이 (롤)분야에서 어떠한 토너먼트보다 권위 있는 대회입니다. 저희는 이 대회에서 두 번 우승했습니다. 한 번은 2013년, 다른 한 번은 2015년입니다. 저희가 만약 이번에도 우승한다면, 제가 프로게이머가 된 4년 동안 세 번째로 우승 컵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게 됩니다.

 

제 커리어가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우승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중요합니다). 저는 많은 TOP(1류) 선수들이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봐왔습니다. 당신이 정상에 오른다면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노리게 됩니다. 저희가 락스에게 지고 있을 때 저는 관중들이 스맵 선수와 피넛 선수에게  더 많은 환호와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들도 정말 뛰어나고, 인정받을만한 선수이지만 그때 제가 화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거짓말 일 것입니다. 오만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제 자신이 아주 뛰어난 선수라고 확신합니다. 제 수준에 맞지 않는 선수에게 지면, 화가 납니다. 지난 나머지 두 경기에서 제가 화난다면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보셨을 겁니다.

 

4경기에서 우세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빠르게 회복했습니다. 제가 쿠로 선수를 묶어놓아 벵기 선수의 갱킹이 성공했을 때, 저는 저희가 이길 거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SKT에 합류할 때부터 벵기와 플레이를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경기는 저희의 최고의 경기 중 하나였습니다. 그 후 바론을 잡고 탑 라인으로 상대를 압박하여 경기를 끝냈습니다.
 
5번째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대기실은 한층 더 편안했습니다. 저희는 전략을 의논하고 저는 초콜릿바 하나를 먹었습니다. 1시간 뒤 저희는 세 번째 결승전 안착을 자축하고 있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SKT와 계약한 뒤 몇 달 만에 저의 첫 번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경기를 치르기 위해 L.A 스테이플스 센터에 있었다는 게 재밌는 일이었던 거 같습니다. 저희 모든 팬들 앞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은 항상 제 커리어에서의 하이라이트 일 겁니다. 그때 제가 한국 외의 사람들도 저를 알아본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 날이었습니다. 제가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저는 외국 팬들의 열정과 - 그들의 열렬한 환호에 감동했습니다. 그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기억)은 2014년 파리에서 열린 올스타 토너먼트에서 모든 관객들이 저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 것입니다.

 

롤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현장 관객들에게 조금 압도되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즐기고 있습니다. 그것이 이 업계를 더 뛰어나게 만듭니다. 만약 당신이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면, 소란스러운 환경을 적응해야 합니다. 저는 수년 전 과거와는 다릅니다. 지금은 조명 아래에서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 롤 커리어가 시작됐을 때, 저는 유명해진다는 환상에 젖어있었습니다. 대중의 수많은 관심을 받아본 지금은 유명세를 예전처럼 그렇게 원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네요. 그러나 팬들이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어달라 거나 사인을 해달라고 할 때마다, 저는 친절함의 중요성을 되새깁니다. 앞으로 e스포츠에서 손을 뗀다고 하더라도 제 평생 이 태도와 함께 갈 것입니다.

 

 

 

앞으로도 리그 오브 레전드와 관련한 삶을 살고 싶나고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이 많거든요. 가끔 제 e스포츠 커리어가 끝나게 된다면 학교에서 과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항상 물리학과 화학에 흥미가 있었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신경 과학에 더 흥미가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이 지나면 e스포츠는 저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많은 플레이어와 더 많은 e스포츠 시청자, 더 큰 경기장도 세계에 많아 질 것이라 믿습니다. 그쯤이면 북미팀이 롤드컵을 우승을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땐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롤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 팀 동료들과 저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저는 테일러 스위프트를 좋아하고 쉬는 날에는 워크래프트 3를 플레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저는 팀에서 워크래프트3를 가장 잘합니다. 세계에서도요.) 솔직히 제가 바라는 건 단 하나입니다. 사람들이 미래에 제 과거의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좋아하는 것이죠. 만약 페이커가 되길 꿈꾸면서 자랄 다음 세대를 위해서, 저는 최고의 본보기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번 주, 저희는 스테이플스 센터를 다시 찾아가서 삼성 갤럭시와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을 치릅니다. 항상 그랬듯, 저희는 승리를 예상하고(기대하고) 있습니다.

 

제 삶에서 SKT와 함께한 나날은 정말 놀라운 여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나날을 모두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 제 자신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 실력은 나빠지고 세계의 다른 사람들은 저에게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가끔은 제가 왜 리그 오브 레전드를 잘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저만의 계산과 직감을 통해 플레이 스타일을 구성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새로운 것들을 배웁니다. 어떤 일이 생길지 한 발짝 더 빨리 예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적절한 포지셔닝을 하는 것이 더 빠르고 알맞은 플레이를 더 빨리하는 것 같습니다.

 

 

 

 

한동안 저는 제 직감이 떨어졌다고 느꼈고, 저는 그것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영원히 그러한 플레이가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올해가 시작되던 때, 저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세계 정상 자리에서 내려오고 있고 다른 선수들이 저를 뛰어넘고 있다는 다른 사람들의 말이 사실인 것만 같은 두려움을 말이죠.

 

 

 

Not anymore.

이제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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