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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이름없는 용사의 일기 (해병중사 이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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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 갈증이 납니다 고향집 차가운 우물물 한바가지 생각이 간절 합니다 그때 총소리가 들립니다 연사 소리 입니다 베트콩 입니다 나는 오늘죽을지도 모릅니다 손이 벌벌 떨립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 얼굴을 그려 봅니다 젖은얼굴로 손흔들던 눈물많은 아내의 얼굴도 그려 봅니다 우리는 박격포를 쏘고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들고 참호 밖을 뛰쳐 나갑니다 포격에 땅이 울리고 귀가 멍해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비명소리도 묻혀 버린 이곳엔 살고싶은 본능외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쨍하는 쇠가 울리는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이젠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흙먼지와 포격에 참호밖은 희뿌연 실루엣뿐 서로를 알아볼수도 없습니다 애국심 사명감 전우애.. 그런건 기억도 없습니다 뒤따르는 아군의 총에 맞지 않으려면 그저 더빨리 쏘고 무작정 뛰어야 합니다 마치 안개속을 달리는 영혼없는 기관차 같습니다 철로위에 누가있는지 그끝에 뭐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채 뛰어갈뿐입니다 그저 서로에게 총을 쏘고 찌르고 밀치며 달릴뿐 누가 죽은건지 누가 누굴 죽인건지 살필 여유는 없습니다 내가 사는게 최우선 입니다 포연이 걷히고 생존자 수색을 시작 합니다 산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전투화가 발에 채입니다 무겁습니다 전투화 속에 아직은 너무젊은 발이 들어 있습니다 나도 저렇게 될것 같습니다 잠시후면 비워내고 버려진 빈병으로 길가에 나뒹굴것 같아 두려워 집니다 꼬박 이틀을 싸우고 해가지니 적들이 물러갔습니다 저는 오늘도 운좋게 살아남았습니다 야습경계 내내 밥생각이 간절 합니다 어머니가 차려주시던 평상위의 저녁밥 말입니다 호박잎에 쌈싸고 된장국에 보리밥이면 좋겠다 생각 합니다 늦여름 귀뚜라미 소리 마당에 피운 모깃불 호박꽃 속 반딧불을 찾던 그때로 그저 도망처 가고 싶습니다 무공훈장도 싫습니다 전쟁영웅도 싫습니다 살아서 울엄마 한번만 더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 가슴에 안겨서 그저 울고 싶습니다 살며 억울한일 다 일러주고 아이처럼 소리내어 그저 울고 싶습니다 내일이면 누군가가 또 죽을겁니다 어쩌면 다죽을지도 모르지만 확실한건 모두 살진 못할겁니다 누구는 개똥을 바른 죽창에 찔려 다리가 썩어 죽었습니다 베트콩은 다리가 떨어진 시체의 배를 가르고 창자로 목을 매달아 놓았습니다 구더기가 들끓는 전사자를 내리다 수류탄이 터졌습니다 부비트랩이 많습니다 지난주엔 그렇게 몇명이 전사자를 구하려다 죽었습니다 짧게 잠이들면 죽은 전우들이 살아 나옵니다 불붙은채 소리치며 뛰던 모습도 나옵니다 잠이들면 매일 우리는 포격에 찢기고 비명을 지르며 소이탄에 불타 죽습니다 이게 꿈이고 꿈이 현실이면 좋겠습니다 이곳은 지옥 입니다 이곳은 인간도살장 입니다 아.. 엄마.. 나 이제 스물세살 입니다.. 나는 살고 싶은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습니다 무섭습니다 엄마.. 어느때는 내가 여기 왜 있는지 뭐하는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못하고 종일 소리내 울면서 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 총부리를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긴 병사들도 있습니다 지옥같은 현실을 저렇게 벗어나도 가는곳이 지옥일까 겁이 납니다 딱한번 더 어머니를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어떤 모습으로 갈지는 모르겠습니다 저승에서 돈을 벌어 이승의 조국을 살립니다 하지만 이승으로 돌아갈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집으로 가는 귀국선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코스모스가 많이도 피었습니다 다들 성치않은 몸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망가진 몸들은 전쟁의 살아있는 기록 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우리를 감추고 싶어합니다 귀신도 잡는다던 백절불굴의 용사는 더러는 외다리로 더러는 외팔이로 더러는 미쳐버린 정신병자로 불릴뿐 어떤 환대도 경외의 시선도 없습니다 세상은 그대로 입니다 누구도 이런몸을 써주지 않습니다 다리가 없는데 발가락이 아파 밤새 울어도 보훈병원은 너무 멀고 이제 남은 치료비는 없습니다 술에 기대 사는 날이 많아집니다 가족들은 멀어져 갑니다 전쟁은 계속 됩니다 이젠 사회의 무관심 과 망가진 내몸을 보는 천대의 시선과 싸웁니다 누군가는 욕을하고 간혹 누군가는 돌을 던집니다 사람죽여 천벌받아 병신이 되었다고 지옥불에 떨어질거라고도 합니다 나는 무엇때문에 천벌을 받는 걸까요 억울 합니다 어머니 난 언제까지 싸워야 할까요 전쟁은 죽은 병사에게만 끝이 나는 걸까요 자동차 경적 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쿵쾅 거립니다 펑 하는 뻥튀기 소리에 놀라 바닥에 머리를 숨기고 엎드리기도 하고.. 천둥이 치는 날은 여기가 어디인지 정글속 소이탄이 떨어지던 진지 인지 구분도 되지 않습니다 아득히 높은곳에 서서 걷는것 같습니다 멀미가 나고 현기증이 나고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뜁니다 나도 모르게 소총을 꼭쥐고 있습니다 깜깜한 밤이되면 불없이 잠드는게 너무 어렵습니다 군화를 조여매지 않으면 잠이 들지 못할때도 있습니다 나는 언제까지 죄책감과 두려움 사이의 이 높은 외줄을 걸어야 할까요 상이군이란 단어는 국어사전에도 없습니다 국가유공자 라는 이름만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장애가 없다면 참전군인 일뿐 국가유공자가 아닌것 입니다 보훈의 모든 증빙은 개인의 몫이라 정신적인 후유증은 입증하지도 못했습니다 내 조국은 국가와 민족을 위한 희생이 군인의 본분 이라고 애국심에 호소 합니다 선거철이면 존경과 경외심을 표하는 후보들도 있습니다 병든몸도 바치고 영혼까지 바쳐버린 우리에게 세상은 줄것이 존경 밖엔 없는것 같습니다 공포심과 죄책감 사이에 갖혀 사는 동안 누군가는 세상의 차가운 시선에 얼어 죽었습니다 누군가는 세상의 편견에 맞아 죽었습니다 후유증을 못이겨 자살을 하기도 하고 망가진 정신으로 살다 삼청교육대로 끌려가기도 하고 부랑자 시설에서 숨을 거두기도 하고 갈고리손으로 버스안에서 지하철 육교에서 구걸도 하고 볼펜따위를 팔기도 했습니다 망태기 매고 넝마라도 주울수 있다면 다행 입니다 언젠가 사람들이 기억해줄거라 믿고 살았습니다 저는 지금 죽어가고 있습니다 억울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하지만 고엽제는 유전자에 그흔적을 남겨 후손에게도 그슬픔이 대물림 되는 비극을 낳았습니다 어린자식에게 물려줄게 상처 뿐이라 억울하고 답답합니다 요즘은 통증과 억울함에 잠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밝아진 시대를 사는 우리는 어느 한시절 푸른청춘 잘라바친 이들의 그늘도 기억해야 합니다 해병중사 이강만(1950-1994) 내아버지는 고엽제 후유증 으로 94년 피를 토하며 죽었습니다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는 세상엔 이유없는 죽음도 없어야 합니다 전쟁에는 승전국 패전국이 있을뿐 승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곳의 모든 청춘들은 피해자 입니다 모든 병사들의 꿈은 눈부신 승리도 전쟁영웅도 아닙니다 그들의 꿈은 살아서 어머니께 돌아가는 것입니다 조국을 위해서 타국의 전쟁에 청춘을 바친 어느 이름없는 병사 의 아들이 생전의 이야기와 부친의 일기를 각색하여 기록으로 남깁니다 출처: https://youtube.com/shorts/OuLD1TvKULs?si=ko84qMpzUmw-2Iz- 베뎃. 그냥 쇼츠 영상 내리다가 찾았는데 너무 가슴아픈 이야기여서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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