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요약: ‘가난’하다고 무작정 도와줘야 한다는 건 아님
나는 ‘가난’이라는 이 단어는 불쌍하고 도와주고 싶으며 안타까운 단어라고 생각했음
신문, 뉴스, 유튜브에서도
길가다 바라본 낡디 낡은 다 쓰러져 가는 판잣집에 조금 쌓여 있는 연탄이 보이는 현실에서도
가난이라는 이 단어는 애처러우며 서글픈 감정이 담긴 단어였음
에이전트를 하기 전까지는...
내가 있던 복무지는 어려운 분들이 많았음
복무지 주변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리 없는 빨간 주택가
편의점보다 동네 슈퍼가 더 많은 그런 곳이었음
복무지에서 높은 분이 예산을 타와서 쌀이나 라면, 김장철에는 교회에서 만드는 김장김치가 담긴 김치 한박스 등 기초수급자분들 중에서도 어려운 분들에게 지원해줌
그리고 다달이 돈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음
그래서 애매하게 어려운 것 보다 차라리 확실하게 기초수급자가 되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지
복무지에 와서 기초수급자 시켜달라고 생떼를 부리는 분들이 많았음
좋지 돈 따박따박 들어오고 지원도 해주니까 밥값도 굳고
그만큼 기초수급자가 되는 건 어렵기 때문에
본인이 기초수급자가 안되는 걸 알면서도 떼를 쓰기 위해 복무지로 오는 경우가 많음
큰 소리로 삿대질하기, 욕설, 물건부수기, 높은 사람 나오라 하기 등 업무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피해를 줌
경찰을 불러도 해결이 안되는 게 경찰분들도 복무지에서 떼를 쓰는 분들을 달램
그냥 눈 딱 감고 수갑채우고 닭장차에 넣으면 고쳐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는데 안되나봄
그렇게 생떼를 쓰다가 어떻게 마무리가 되냐면 직원 중에 짬이 찰대로 찼으면서도 승진에는 관심도 없는 분이 나서서 상담이라는 명목하에 1대1로 이야기를 들어줌
물론 이야기만 듣는 거고 눈물짜고 화를 내도 해결은 안되지만 높은 직급의 분이 나와 대화를 해준다는 사실로 마음의 평화가 생기는 것 같음
대부분 이렇게 해결함
극소수는 다른 업무를 보려고 온 사람이 “에이 X발 나이 쳐먹고 뭐하는 짓이야”라고 시비를 걸면 서로 싸우다가 밖으로 나가서 싸우고 안 돌아오고 끝남
이것만으로도 나는 가난이라는 게 꼭 안타까운 단어라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다달이 나가는 기부금을 끊을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하진 않았음
나도 그렇고 부모님도 그렇고 적은 금액이지만 꾸준히 기부를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았음
물론 이렇게라도 끝나면 다행이지만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쓰레기 주우러 다니는 업무를 하고 있던 날
그 날 나는 보고야 말았고 듣고 말았음
대낮부터 낡은 쌀집앞에 앉아 막걸리를 따고 ”형님 수급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요?” 라고 말하는 것을
같이 일하던 분이 내게 “봐라 저기가 수급자되고 싶어서 물어보는 성지다” 라고 말씀하는 것을 듣고 말았음
이 날 비로소 나는 ‘가난’이라는 단어의 뒷면을 깨닫게 되었고 무작정 사람을 돕지 않기로 마음먹었음
기부라는 것도 돕는 것도 안타까워서 돕는 게 아닌 내 주머니가 남아서 그 날 기분이 좋아서와 같이 여유가 많을 때 한 번쯤은 해봄직한 것으로 마음을 먹게 되었음
아예 기부를 안 하는 건 어려운 게 부모님의 자랑이 하나라도 더 생겼기 때문에 완전히 안 할 수는 없을 것 같음
복지라는 게 말은 좋지만 그것이 온전히 진짜 어려운 분들에게 가야 효과가 있는데 저런 분들 때문에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음
대낮에 막걸리부터 따는데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니까 진짜 어려운 사람이 아니라는 거임
그리고 대부분 기초수급자분들도 마냥 좋은 분들도 아니었음
배달해달라고 하거나 다른 것도 더 달라고 하거나 하루에 한 번씩 뭐 없나 찾아 오거나
오늘 없다고 하면 떼쓰거나 화내고 울고 화내고 똑같음
극소수의 기초수급자분들이 진짜 고마움을 알고 계셨음
적어도 내가 본 세상은 그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