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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 한번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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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군대에 있었을 때 추석 선물을 보낼때임.

일병 달고 슬슬 맞후임들이 군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하니까 슬슬 주변을 살피거나 가까운 사람들을 챙기기 시작했음. (아마 군필자들은 일병 달기 시작할 때부터 마음에 드는 후임들 챙기기 시작하는 이유를 알거임.)

그렇게 위생용품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 준비하면서 근무도 뛰고, 작업도 열심히하고, 가끔은 선임들한테 라면 조공하면서 대화를 섞다보니 슬슬 추석이 되어가고 있었음.

뭐 알사람들은 알겠지만 설날이나 추석이 되면 PX에 책자가 하나 들어옴.

가족들이나 친척들에게 선물을 보낼 때 쓰라고 나온 책자인데, 전화상으로는 그때 가족들 몸상태가 상당히 안좋았던 상태였음. (동생 코로나 걸리고 난 뒤에 가족들한테 다 옮아가서 면역력이 떨어졌던 걸로 기억함.)

거기다가 할머니, 할아버지도 몸이 영 예전같지 않으시다고 들으니까 뭔가 내가 할만한 것이 없을까 생각했음.

그래서 대충 몸에 좋은 음식이나 보양식이 될만한 것을 찾다가보니 딱 추석 바로 전부터 송이버섯이 나오기 시작한다고 했던거임.

안그래도 우리집은 추석이나 설날이 되면 무조건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관례가 있음.

그때 같이 드실테니까 보양식으로 딱 좋겠다 생각을 했음.

근데 그 생각을 하던 중에 내 처지를 생각해보니 뭔가 좀 애매했음.

생각을 해보셈. 나는 군대에 있는 상태고, 월급은 이등병 기준 30만원 못넘고, 일병 기준으로 50을 겨우 넘는 수준인데 자연산 송이는 시세가 워낙 시시각각 변한단 말이지?

그래서 일단 그쪽 사장님께 전화를 걸었음.

일단 송이 시세를 확인하려고 이번년도 송이가 어떤 편이냐고 물어봤음.

그나마 그때 비가 좀 많이 내린 편이어서 송이 작황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하는거임.

그래서 일단 혹시 모르니 100만원 정도 준비를 했음. (지금 생각해도 군인 월급에 그 돈을 꼴아박는 내가 레전드다 ㅅㅂ..)

한 이틀 뒤에 다시 전화가 왔는데 시세가 한 70만원 후반 정도 한다고 했음.

근데 거기에서 실례가 안된다면 무슨 일을 하는건지 물어봐도 되냐는거임. (아마 통화 시간이 오후 6시 이후라서 계속 그 부분이 걸렸던 것 같음. 그분들 생업이 따로 있었는데 부업으로 송이 채집하는 거라고 하셨어서 늦게 전화한 내가 부담스러웠던 것 같음.)

그래서 군인이라고 말씀을 드렸음. 그러니까 특상품 송이를 그냥 1등품 가격에 준다고 하셨음. (나중에 전역하고 그쪽 사장님이랑 친해져서 물어봤는데 군인 중에 송이 구입하는 사람은 내가 처음이었다고 하더라.)

그렇개 말씀하시고 난 뒤에 글이라도 같이 적어서 보내는 게 좋지 않겠냐 하셔서 간단하게 글귀 적어달라고 부탁을 드렸었음.

근데 그렇게 가격 네고받아서 보니까 한 30만원 정도 남았음.

그래서 이 돈으로 뭘 할까 생각을 했는데 그때 폰에 문자가 날라왔음.

아마 그때 근로장려금이었나? 국가에서 코로나로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으니까 코로나지원금과는 개별로 뿌린 돈이 들어왔음.

한 30만원인가...? 그정도 더 들어와서 뭐를 더 보낼지 고민하다가 ++9짜리 한우 세트 주문해서 집으로 보내고, PX에서 곶감을 주문햐서 집으로 보냈음.

그렇게 추석 전날에 집에 택배가 도착했다고 어머니가 문자 보내시더라.

뭐냐고 하시길래 우선 열어보라고 하니까 깜짝 놀라셨음.

왤캐 비싼 걸 보냈냐고 하시길래 그냥 몸 안좋으신 것 같은데 가족들 전부 모여서 한번 드시라고 했음.

나중에 전화드리니까 그때 잘 먹었다고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동생한테 인증샷과 함께 문자 날라오는데 뭔가 눈물나더라.. (그 이후에 송이가 그나마 조금 도움이 되었는지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가족들 전부 심하게 아픈 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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