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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를 먹을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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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세계관 팀 편집자 riot tiger lily의 답변

포로의 부드러운 파스텔색 살점을 입에 넣으면 세상의 모든 빛깔이 머릿속을 한없이 물들입니다. 자홍빛, 쪽빛, 바다빛, 연두빛… 씹을 때마다 육즙이 흘러나오고, 씹을 때마다 색다른 맛이 입안을 감돌죠. 솜사탕 맛부터 버찌 맛, 소금에 절인 농어 맛, 구운 코코넛 맛까지! 부드러운 육질을 삼키면 식도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느낌에 목구멍이 간질간질해집니다. 마치 재채기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지만 재채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다채로운 빛깔과 풍미에 대한 기대로 포로 고기를 한 조각 더 집어 드는 순간, 뱃속에서 간지러울락 말락 하는 느낌이 듭니다. 기침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기침이 조금 나오지만 나중에는 많이 나옵니다. 정말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폭죽이 터지듯 입에서 온갖 털들이 뿜어져 나옵니다. 뱃속의 간지러움은 점점 더 심해지다가 날카롭고 무자비한 통증으로 변합니다. 칼날 뭉치가 몸 속의 문을 부수는 느낌입니다. 내장이 부풀어 오르는 동안 당신은 살려달라고, 아니 죽여달라고, 이 비참한 고통을 끝낼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 달라고 신에게 절규합니다. 울음을 토하는 당신의 몸에서 뾰족한 뿔 두 개가 올라옵니다. 투우사의 망토를 뚫고 돌진하는 소처럼 무섭고 튼튼한 뿔입니다. 당신의 뱃속에서 야구공 모양의 생물이 미끈하게 끈적이는 피를 뒤집어 쓴 채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와 몸을 부르르 떨면서 핏물을 털어냅니다. 당신의 얼굴로 핏방울이 튑니다. 화려하게 등장한 이 생명체를 당신은 가물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이제 곧 시체가 될, 구역질을 하고 있는 당신의 몸 위에 햇빛 머금은 하얀 민들레씨처럼 보송보송하고 귀여운 포로가 서 있습니다. 포로가 기다란 분홍빛 혀를 내밀어 당신의 창백한 볼을 핥습니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살아서 보는 마지막 장면입니다.

이야기를 계속할 수도 있지만 결론만 말씀드리면 포로 고기를 먹으려 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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