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기쁨에 들떠 소리를 지르며 그 어느 때보다도 격렬하게 불어댔다. 모래 위에 세워져 있던 천막들이 무너지고, 짐승들은 고삐가 풀려 제멋대로 날뛰었다. 바위 위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바람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서로의 몸을 부둥켜안으며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산티아고는 천지만물을 기록한 그 손을 향해 돌아섰다. 그 순간 그는 온 우주가 침묵 속에 잠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는 절대 고요 속에 자신을 내맡겼다. 사랑의 격류가 가슴속에서 용솟음쳤다. 그는 조용히 두 손을 모았다. 그것은 이제껏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기도였다. 아무 말도, 아무런 간구도 없는 기도였다. 양떼가 초원을 만나게 된 것에 대한 감사도 아니었고, 크리스털을 더 많이 팔게 해달라는 간구도 아니었으며, 우연히 만났던 그 여인이 끝까지 자신을 기다리게 해달라는 소망도 아니었다. 고요 속에서, 그는 사막과 바람과 해 역시 그 손이 기록해놓은 표지들을 찾고 있었으며, 각자의 길을 쫒아 단 하나의 에메랄드에 새겨진 그 무엇을 이해하려 애쓰고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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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만물의 정기 속으로 깊이 참참해들어가, 만물의 정기란 신의 정기의 일부이며, 신의 정기가 곧 그 자신의 영혼임을 알았다.
바로 그 순간, 그는 자신이 기적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