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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문학] 억까, 그리고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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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날아온 드래곤이 한창 날개를 필쯤일 무렵이었다.

"제발요 리신형, 한번만 와달라니까?? 상대 짜오는 벌써 7분에 5번이나 왔다고요!!!" "상대 카사딘이라 초반에 잡아둬야하는데 갱만 아니면 벌써 3번은 더 땄을것을...!!"

그땐 피즈가 4번째로 죽어버린 순간이기도 했다.

"상대 짜오 반만 와도 되잖아요! 가는길 미드 들려서 카사딘 잡는게 뭐 얼마나 어렵다고, 그냥 한번 와 좀!"

피즈가 몇번이고 몇번이며 처량하게 호소해댔지만,

"..." 리 신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침묵을 지켜나갈 뿐이었다.


탑도 한번 찔러먹어보고.  바텀도 말끔히 정리해버리고. 용도 들러가는길 바삐 먹고가는 정글이었지만 희한하게도 미드에는 발 한번 들일 일이 없었다.

'상대 신짜오는 미드만 계속 파는데, 우리리신은 갱은 커녕 핑와도 안박아주고 뭐하는거야...'

하지만 그것은 2/7/4 미드가 4/0/2 정글에게 실컷 말한들 웃음거리나 될게 뻔하기에 끝내 입밖으로 꺼낼수 없었다.

그렇게 피즈는,점점 허망해지고 있었다. 자신 빼고 호형호제하는 팀을 미워하며, 단 한치의 데스도 허용하지않는 리 신을 저주하며.


이윽고 피즈가 5번째로 짜오에게 당해버리는 순간. 마침내 리 신이 그 미드에 발을 들이고 말았다. 서폿이 봐도 먹음직스럽기 그지없을 빅웨이브를 바라보면서.

드디어 다다른 미니언 무리에 E를 박아버리려는 순간, :피즈 님이 위험 신호를 보냄.


피즈의 빽핑이. 분노와 서러움이 섞여 응어리가 모인 미드의 빽핑이 리 신의 허여멀건한 정수리를 혼신으로 찌르고 있었다.

"그냥...가세요. 밀린 라인이라도 그게 나으니까, 제발...건드리지 마세요..."

"..." 결국, 정글은 떠나버렸다. . . . . 라인전은 끝나고 포탑이 하나 둘 씩 사그라지며 슬슬 게임의 승패가 선명해져 갈때 즈음,

리 신은 19킬 노데스의 괴물의 되어버렸으며, 피즈 역시 놀랍게도 이악물고 바텀 듀오만 사냥한 결과 오버데스를 벗어나게 되었다.

독점으로 성장한 상대 짜오와 카사딘의 계속되는 쓰로잉으로 인해 게임은 쉽다못해 허무하게 끝나버린 것이었다.


게임 결과창에선, 이상하게도 피즈가 딜량 1등을 보이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나 잘했는데..정말 한번,딱 한번만 와줬어도...' 피즈가 수없이 지난일을 곱씹고 있는 와중,

"피즈님" 그것은 게임 내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리 신이었다.

'내가 계속 징징거려서 욕하려하는건가?' 라고 생각하며 손을 키보드 위에 준비하는 순간...


"수고하셨어요." '...?' 그것은 피즈가 단 한번도 상상해보지 않은 정글의 문장이었다.

"죄송해요.짜오 억까루트가 너무 심해서 손을 못봤어요." "손풀려고 채팅도 전부 차단해가지고..."

'...조금만 더 빨리 말해주지...' 피즈의 마음속엔, 서러움과 한데 묶인 뭔지 모를 고마움이 서서히 번지고 있었다.


"...이겼으면 됐지 뭐." "수고하셨어요. 잘하시더라고요!" "수고했어."

피즈는,아마 힘들었지만서도 만족스러운 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었다.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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