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리그오브레전드

온라인 1,901

(소설) 해몽

조회수 79댓글 0추천 2

이 글은 롤 공식이 아닙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지금은 필트오버라 불리는 자운에 사는 한 과학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그 당시 기준으로 매우 박식한 사람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지혜롭지는 않았죠. 그는 “꿈”이라는 현상에 대한 이상이 있었습니다. 꿈속에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고, 그의 경험상 꿈은 즐거운 경험이였으니까요. 따라서 그는 자신의 지식으로 오직 꿈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서만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꿈꾸는 것을 현실로 만든다는게 아니라 꿈을 현실처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고, 그것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 말이에요.


그는 연구 외에는 딱히 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계가 항상 위태로웠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상하다 여길 정도로 원래 자신이 하던 연구만 하려고 고집했죠. 


마침내, 그는 자신이 평생동안 원하던 꿈을 이루어냈습니다. 사람이 잠들어 있을 때 기계를 작동시키면 꼭 유체이탈을 한 것처럼 몸은 잠들어있지만 꼭 꿈을 꾸는 것처럼 움직이며 날아다니게 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하는데 성공한 것이였죠. 


하지만 이 꿈을 “추출하는” 기계에는 한 가지 추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는 그동안 연구를 하며 다른 대륙의 사람들만 알았던 마법과 영혼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기계는 꿈을 이루어주는 기계가 아닌 영혼을 추출해 꼭 꿈 속에 있는 것처럼 만드는 기계였던 것이였죠. 기계의 작동 원리 또한 자신이 만들어낸 온전한 공식이 아닌, 마법의 힘을 빌렸던 겁니다.


과학자는 자신의 발명품을 자랑스럽게 사람들에게 발표했습니다. 또 처음으로 기계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구경꾼 중 한명을 데려와 10분동안 꿈을 조종하고 돌아올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줬죠. 사람들은 그 결과에 대해서 기대했습니다. 옛날부터 천재로 유명했고 그런 천재가 일생을 바쳐 만들어낸 결과물이였으니 말이죠. 하지만 그 기계에 들어간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1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도 말이죠.. 구경하던 사람들은 시험자가 돌아오지 않자 뒤늦게 의사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었어요. 의사가 진찰한 결과 피험자는 이미 죽어 있었어요. 과학자는 시험이 실패했다는 것에 당황했고 사람들이 자기를 비난할까 두려워 도망쳤습니다. 


사고가 일어나고 다음날, 경찰이 그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결국 처벌을 받긴 했으나 그 시절에는 기계사고에 대한 제대로 된 법이 없어 비교적 가벼운 벌을 받았죠. 이후 과학자는 집에 들어가 몇일동안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아직도 나를 비난할까, 희생된 피험자 가족은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그는 어떻게든 슬픔을, 정확히 말하면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어떻게든 해봤지만 그럴 때마다 자신이 언젠가 이 일에 대한 벌을 받을 거라는 걱정만 쌓여 갔습니다. 


삶의 목표에 도달하는 것을 실패한 과학자는 이후 몇년 동안 집 안에서 폐인처럼 살았습니다. 잃을 거 없는 밑바닥에 도달한 몇몇 사람들이 기계를 작동시켜 달라고 주는 돈 외에는 돈을 벌지 않았습니다. 아니, 사실 못했습니다. 그들이 준 돈도 기계가 소모하는 엄청난 전력의 비용으로 대부분 지불되었죠. 집 외의 공간에서 누군가 말을 걸면 곧바로 도망쳤습니다. 보나마나 옛날 있었던 사건 때문에 자기를 비난하거나 보복할거라는 걱정 때문이였죠. 날이 갈수록 살기 위해 빚이 쌓여갔습니다. 


어느 날, 그가 생필품을 사고 다녀오는 길에 어떤 패거리가 자신이 가는 길과 겹쳤습니다. 더이상 과학자라 부를 수 없는 남자는 자신의 빚 때문에 폭력배가 오는 것으로 생각해 바로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기계를 작동시켰습니다. 저런 깡패들에게 맞아 죽는 것보다는 아직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기계에 들어가 영혼을 뽑히는 게 더 나았으니까요. 


기계가 작동되고, 큰 소음이 들리며 그는 영혼이 밖으로 빠져나오게 되었습니다. 영혼이 추출됐을 때, 과학자의 예상과 달리 그는 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원하던 꿈처럼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었죠. 옛날에는 긴가민가 했지만 홍보했던 것처럼 날 수도 있었고요. 말만 꿈이지 사실상 영혼 상태라 벽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자는 한번 밖으로 나와봤습니다. 집앞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그는 광장으로 갔습니다. 그곳에는 여느 때와 같이 사람들이 몰려있었죠. 그는 조금 소심하게 근처에 있던 행인에게 말을 걸어봤습니다. 아무 말을 하지 않자 그는 행인의 시야를 방해하거나 욕을 하는 등 더 과격한 행동을 해봤지만 역시 반응이 없었습니다. 최종적으로 과학자가 다른 사람들의 앞길을 막아서자 그냥 통과되어 과학자는 영혼 상태가 현실의 사람에게 완벽하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확신했죠. 


영혼이 됐을 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오직 보고, 듣고, 냄새만 맡을 수 있었죠. 그래서 과학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영혼으로써 남은 생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남은 생을 룬테라를 여행하며 살기로요. 옛날 룬테라에는 대륙간 교통수단이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마법공학으로 전력을 쉽게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였죠.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들었지만 어차피 영혼은 보이지도 않았으니 무료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래서 갈 수 있는 곳은 모두 가봤죠. 아무리 위험한 곳이라도 말이에요. 그러다가 그림자 군도에서 시금치 색 해골에게 죽을 뻔하기도 했죠. 


이렇게 누군가 신경쓴다는 걱정 없이 사는 것도 평화롭고 좋았지만, 동시에 엄청 오랫동안 그 누구와도 대화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외롭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영혼으로 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지난 십 수년은 관심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였으니까요. 하지만 영혼 상태가 더 낫다는 생각은 얼마 가지 않아 바뀌게 됩니다. 어느 날, 데마시아의 포스배로우에서 악몽의 악마, 녹턴이 깨어납니다. 녹턴은 악몽 그 자체가 악마로 실체화된 것이였기에 아무도 보지 못했던 과학자를 볼 수 있었고, 밤마다 그를 찾아가 공격했습니다. 과학자는 그 때문에 밤마다 악마를 피해 도망쳐야 했고, 그 때문에 검은색이라면 녹턴을 떠올리며 언제 악마가 올까 다시 두려움에 떨어야 했습니다. 그 이후로 과학자의 행복한 세월은 끝이 났죠. 


그는 오랜 시간을 했던 룬테라 여행을 접고 영혼 상태에서 원래대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거의 수백년 동안 비워져 있었던 자신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도착하고 보니 당연한 일이였지만, 그의 집이 있던 자리에는 이미 큰 대학교가 있었습니다. 그의 몸도 지금은 백골조차 남지 않았을 것이고, 지인들도 모두 죽었습니다. 필트오버는 그가 떠난 뒤에 사실상 룬테라의 중심인 거대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제이스라는 청년이 마법공학이라는 기술을 발명해내고 필트오버는 급격하게 발전했죠. 그런 필트오버에서 아주 오래 전에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사라진 무명의 과학자를 기억해 줄 리 없었습니다. 아무튼 과학자는 자신의 집이 있던 곳 근처를 쥐 잡듯 뒤져 결국 학교 창고에 박혀있는 자신의 발명품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역작을 찾는 데 성공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습니다. 자신은 그저 영혼일 뿐이라 기계를 작동시키지도 못하고, 설령 작동할 수 있더라도 근처에 전력이 공급되지 않아 기계가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과학자는 기계를 작동시킬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가능성이 있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바로 현실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였습니다. 미친 소리 같지만 과학자는 따지고 보면 이건 과학에 마법을 접목한 것이니 그런 비과학적인 일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곧장 광장으로 나와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말을 했습니다. 되도록이면 들을 수 있게요. 벽에다 말하는 것 같은 짓을 열댓 번 한 끝에, 드디어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았습니다. 그녀는 자운의 가수 세라핑. 과학자는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세라핀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생김새가 영 못미더워 보였지만 과학자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악몽에서 깨어나고 싶었습니다. 세라핀은 학교로 들어가서 공연에 필요하다는 것을 핑계로 기계를 밖으로 빼돌렸습니다. 그리고 전력을 연결하고 기계를 작동시켰죠. 그 당시에는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모했지만 마법공학이 있는 현재에는 그렇게 엄청난 양이 필요한 건 아니였습니다. 


현실에 있는 사람의 짤막한 도움으로 과학자는 석양과 함께 사실상 부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는 쓰레기장의 땅을 파고 나오며 자신이 더이상 녹턴을 만나도 되지 않는다는 것에 들뜬 것도 잠시, 그는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자 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자 그의 육체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백골도 남지 않게 됐고, 이미 크게 변형된 그의 조각들이 형형색색의 가루로 일정한 형태를 유지할 수 없는 유령같은 모습이 된 것이였습니다. 


현재 그는 자신의 신체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당연히 포기했던 그였겠지만 누가 아나요? 그가 지금의 기술력을 이용해 몸을 되돌릴 수 있을지. 과거에도 절망적인 상황에서 2번이나 살아 돌아왔는데, 안될 것은 없겠죠.


예전처럼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붙잡고 희망을 놓치지 않으며 버틴다면, 그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겁니다. 시간은 많으니까요.

댓글